지난 15일 서울 중앙우체국 국제회의실에서는 ‘제63차 KEDI 교육정책포럼’이 열려 ‘수능 영어 과목 절대평가 도입’에 관한 토론이 진행됐다.

지난 10여 년간 ‘영어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매 정부마다 영어교육과 관련한 수많은 정책을 내놓고, 내신을 비롯한 입시정책도 다양하게 변화해왔다. 가장 혼란스러웠던 사람은 학부모와 학생들이었고, 정책의 변화에 따른 심리적, 재정적 부담을 감수해야 했다.

현 상대평가 방식의 폐해가 있다면, △영어 양극화 심화 △초등학교 시절부터 영어를 포기하는 학생의 증가 △불필요한 경쟁 유발 등이다. 상대평가 방식에서는 출제자도 교육적 고려보다는 등급을 구분하는데 주력해야 하고, 틀리는 문제와 맞추는 문제에 중점을 두어 출제한다는 점에서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병민 서울대학교 영어교육과 교수는 절대평가를 두고 ‘절대점수제’라는 표현이 더 적합하다고 말했다. 어떤 점수가 어떤 능력을 발휘하는지 절대적인 기준이 있어야 하는데 현재 영어에 대한 수준별 절대적인 기준이 없는 상태에서 절대평가를 도입한다는 것은 상대적으로 어떤 수준의 점수이든, 그 점수를 그대로 인정하고 활용하겠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또한 그는 절대점수제 평가방식으로 전환할 경우, 학생들로 하여금 틀릴 수밖에 없는 기이한 문항을 출제하지 않고, 보다 객관적이고 타당한 문항을 출제한다면 틀리지 않기 위해 지나치게 경쟁하는 현재 상황보다 영어교육을 정상화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전했다.

김용명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대학수능시험본부 영어팀장은 절대평가 도입의 필요성을 서열의식보다 지적인 성취를 유발할 수 있고, 영어 사교육의 경감, 수험생의 영어시험 준비 부담의 완화를 들었다.

절대평가로 전환했을 경우, △편중효과 △풍선효과 △대체효과 등 5가지 해결해야 할 사항을 제시했다. 풍선효과는 절대평가제가 될 경우 다른 국어와 수학 쪽으로 기우는 등 상대적으로 다른 과목에서 변별력을 구하려 하게 될 것이라는 문제를 말한다. 만약 수학으로 변별할 수 있는 가중치가 지금보다 높아진다면 대학에서 문과계열을 공부하려고 하는 학생들도 지나치게 수학에만 집중하는 현상이 생길 것이다. 또한 항간에서는 ‘수학은 대학에 입학할 때까지만 필요하다’는 말도 있는데 너무 많은 비용과 시간을 투자해서 수학공부를 해야 한다는 것이 바람직한가에 대해 지적했다. 풍선효과로 사교육이 증가할 우려도 있다.

강홍준 중앙일보 논설위원은 절대평가 도입으로 학교 영어교육 정상화를 내다볼 수 있지만, 쉽게 출제가 된다고 해서 사교육비가 경감된다고 보장할 수 없음을 지적했다.

배영찬 한양대학교 입학처장은 절대평가 도입의 목적이 사교육 경감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과 수능영어가 쉬워질 경우 조금만 더 하면 등급이 올라갈 수 있을 것에 대한 기대로 상대평가 시 영어를 어려워했던 학생들이 더 사교육 현장에 몰릴 수 있음을 우려했다. 또한 학생들은 사교육이 경감 여부보다는 자꾸만 바뀌는 입시정책에 더 불안감을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을 했다.

최미숙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모임 대표는 우리가 영어공부를 왜 하는지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으며, 등급별 서열을 짓기 위한 변별력을 위해 기능적으로 반복해서 답을 찾아야만 맞출 수 있는 문제는 없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절대평가가 이상적이기는 하겠으나, 절대기준 설정, 특목고, 일반고, 특성화고, 대학 등 다양한 이해당사자의 합의는 물론, 흔들리지 않는 일관성 있는 정책 추진 역시 반드시 선행되어야 하는 과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