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고등학교 등교 시간을 늦추자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고 뉴욕타임즈(NYT)가 13일 보도했다. 등교시간을 늦춘 학교에서는 학업 성적이 올라가고 폭력․교통사고 등 각종 사고 가능성이 줄어든다는 연구결과도 함께 제시됐다.

 최근 2년 사이 캘리포니아 롱비치, 조지아 데카투어, 오클라호마 스틸워터 등에서는 통상 7시30분 전후였던 고등학교 등의 첫 수업시간을 오전 8시30분~9시로 늦췄다. 워싱턴주 시애틀도 수업시간 조정을 위한 표결에 곧 들어갈 예정이다.

 미네소타대학은 최근 발표한 연구에서 등교를 늦게 할수록 학생들의 정신 건강과 교통사고율, 출석률 등이 모두 개선된다고 밝혔다. 연구진에 따르면 등교 시간을 늦춘 5개 학군 학생 9,000명의 수면 시간을 분석한 결과 '오전 7시 30분 등교' 때에는 학생들의 3분의 1만이 8시간 이상 잔 것으로 조사됐다. 잠을 덜 잔 학생들은 우울증 및 카페인ㆍ알코올 섭취와 마약 사용률 등이 잠을 많이 잔 학생보다 높았다. 등교 시간을 오전 8시 30분으로 늦춘 뒤에는 학생들의 60% 가량이 8시간 이상 잤다고 답했다. 수업 시작을 8시 50분으로 늦춘 와이오밍의 한 고교에서는 학생들이 일으키는 교통사고가 연 23건에서 7건으로 크게 줄었다. 수업을 늦게 시작한 미네소타의 한 학군에서는 아침 수업 평균 성취도가 올랐다.

 우리나라 학생의 수면시간은 더 심각하다. 중·고등학생의 적정 수면시간은 8시간인데 반해 우리 중학생의 하루 수면시간은 7시간 12분, 고등학생(일반계)의 수면시간은 5시간 27분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 3명 중 2명은 수면부족을 느끼고 있다. 현장에서는 1교시 수업이 많은 과목은 성적을 장담할 수 없다는 말도 나온다. 상당수의 학생이 1교시에는 잠에 취해 졸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이런 수면부족이 불안장애나 우울증 같은 정신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거다.
 전문가들은 “청소년은 성인보다 잠을 유발하는 멜라토닌 호르몬 분비 시간이 늦어 잠을 늦게 자려는 성향이 있고, 숙면을 방해하는 스마트폰 등을 밤늦게까지 들여다보는 경우가 많아 늦게 잔다. 게다가 새롭게 배운 내용을 숙면을 통해 뇌에 각인하기 때문에 잠을 충분히 자는 것은 청소년의 학업 성취도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