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소지-이성간 풍기문란-욕설-다른 과목 공부 순
학생 절반은 ‘긴 머리, 긴 손톱’ 등 “문제행동 아니다”
기성세대 청소년상 Vs 대중매체 문화 달라 가치관 혼재

학교 내 문제행동에 대해 학생과 교사가 얼마나 심각한 행동이라고 인식하고 있으며, 어떤 대처방법이 효과적이라고 생각하는지에 대한 학생과 교사 간 인식 차이를 밝힌 논문이 발표돼 주목된다.

중앙대학교 석사학위논문 「청소년의 학교 내 문제행동과 대처방법에 대한 인식연구」(홍문화, 2013.2)는 서울, 경기소재 중·고등학생 432명(중학생 227명, 고등학생 205명)과 교사 11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분석했다.

설문조사 결과, 청소년의 학교 내 문제행동에 대한 인식은 학생 평균 3.48(리커트 5점 척도), 교사 평균 3.95로 교사가 더 심각한 인식을 갖고 있으며 세부적으로 모든 영역과 항목에서 교사가 학생에 비하여 문제행동을 더 심각하게 바라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과 교사 간의 인식 차이가 가장 큰 영역은 용의복장 영역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학교질서 영역의 문제행동에 대해서는 학생과 교사 간의 인식의 차이가 비교적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논문은 “학생들도 학교질서 유지 및 규칙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인정하고 수용하고자 하지만 용의복장의 규제에 대해서는 교사와 다른 견해를 갖고 있는 것으로 응답했다”며 “개성을 표현하고 자율권을 인정받고자 하는 학생과, 개성의 표현 도중 발생될 수 있는 위화감 조성을 막고 학업에 집중하도록 지도해야 하는 교사 간의 입장차이가 드러나는 대목”이라고 분석했다.

용의복장 영역 다음으로 인식 차이가 크게 드러난 문항은 ▲일과시간 중 휴대폰을 소지한 행위 ▲이성간의 풍기문란·스킨십 ▲욕설 ▲수업 중 다른 과목을 공부하는 행위 ▲수업 중 휴대폰의 사용 순으로 나타났다.

한편, 남학생에 비하여 여학생이 용의복장 영역의 문제행동을 경미한 것으로 인식한다는 것과, 여교사가 남교사에 비해 용의복장 영역의 문제행동을 더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결과도 주목된다.

논문은 “사춘기 여자청소년에게 있어 외모에 대한 평가는 자기개념 형성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외모에 관심이 증가함에 따라, 용의복장 규율의 완화를 원하며 더욱 자유롭게 자신을 꾸미고 싶은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여학생의 경우는 문제행동을 남학생보다 덜 심각하게, 여교사의 경우는 남교사보다 더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어 용의복장 문제행동의 지도 시에 여학생과 여교사 간의 갈등이 더 잦을 것으로 예상해볼 수 있게 하는 대목”이라고 덧붙였다.

문제행동 대처방법에 대한 응답에서도 큰 차이를 나타냈다. 전반적인 응답을 비교해보면 학생들은 질책, 벌점 수준의 대처방법을 선호하며 정도가 심한 문제에 대해서만 학부모 통지, 일대일 상담, 전문가 의뢰 등의 지도를 기대하는 반면, 교사는 학부모 통지를 기본적으로 필요하다고 여기고 있으며 일대일 상담과 전문가 의뢰 역시 학생보다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처방법에 대한 응답에서도 용의복장 영역의 인식차가 가장 극명한 대조를 보였는데, 학생들의 50% 이상이 긴 머리(81.7%), 긴 손톱(65.35%), 파마(52.3%), 매니큐어(50.3%)는 문제행동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응답했다.

일과시간 중 휴대폰을 소지한 행위에 대해서 학생은 벌점(29.4%)과 문제행동이 아니(22.5%)라는 응답이 동시에 높게 나타난 반면, 교사는 벌점(41.5%)과 질책(11.9%)이 높게 나타났으며, 문제행동이 아니(4.2%)란 응답은 매우 낮게 나타나 그 인식의 차이를 보였다.

이성 간의 풍기문란, 스킨십의 대처방법에서는 학생들 간에도 인식의 차이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데, 문제행동 아님(16.2%)과 학부모 의뢰(16.0%)의 응답이 동시에 높게 나타났다. 교사는 학부모 통지(35.6%)와 일대일 상담(21.2%)을 적절하다고 선택하여 이성문제에 대하여 대처의 필요성을 더 강하게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부모·교사의 기성세대가 기대하는 바람직한 청소년상과 대중매체를 통해 받아들이는 정보와의 차이, 과거의 유교적 전통과는 달리 점차 개방되고 있는 성문화로 인한 가치관 혼재 등이 청소년에게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논문은 “학생과 교사의 인식에서 큰 격차가 드러난 용의복장 영역 및 일과식간 중 휴대폰을 소지한 행위, 이성 간의 풍기문란·스킨십, 욕설, 수업 중 휴대폰의 사용 등에 대한 문제행동은 현 시대는 물론, 청소년의 문화를 반영하고 있기 때문에 일방적인 교사의 벌적용이 오히려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며 “학생과 교사 간에 서로의 견해에 대해서 나누고 현실적인 방안을 모색하여 함께 그 행위의 정도를 감소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고 제언했다.

이어 “학생들 간에도 인식의 차이가 있는 만큼, 토론을 통하여 학생들 간의 생각과 의견을 정리해 볼 기회를 주고 교내 캠페인 등을 통하여 학생들 스스로 변화에 대한 필요성을 인식하고 주체적으로 참여하도록 장려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함수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