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대입전형', '일반고 슬럼화', '영훈국제중 비리' 등 2013년 한 해 교육계 이슈는 무엇일까? 2013년 한 해 동안 교육계 각 곳을 취재해 온 주간교육신문은 새해를 앞두고 다사다난했던 한해 교육현장의 사건사고를 되짚고 교육 뉴스를 정리·분석했다. [편집자주]

♦ 수능 문·이과통합, 수준별 수능 단계적 폐지

201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부터 문과와 이과를 통합하는 방안이 검토된다. 또 수험생의 학습 부담을 덜겠다며 201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 처음으로 도입된 수준별 시험이 수험생 부담을 오히려 키웠다는 비판이 나오면서 폐지된다.

교육부가 지난 10월 발표한 '2017학년도 대입제도 개편·확정안'에 따르면 현재 초등학교 5학년이 대학에 가는 2021학년도부터 수능 문·이과 융합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아울러 폐지요구가 많았던 국·영·수의 A·B형 수준별 수능체제가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폐지에 들어가게 된다.

♦ 자유학기제 시범운영... 준비 기간부족 등 우려 목소리도

박근혜정부의 교육 공약 핵심인 자유학기제는 학생들의 꿈과 끼를 살리기 위해 한 학기동안 집중적으로 진로탐색 교육을 하는 프로그램이다.

교육부는 2015년 6월 ‘자유학기제 실시계획’을 확정·발표하고, 2015년 하반기에 학교별 준비를 거쳐 2016년 3월 전국 모든 중학교에서 자유학기제를 전면 시행할 계획이다.

자유학기제 운영을 위해 ▲진로탐색 중점 ▲학생 선택프로그램 중점 ▲동아리활동 중점 ▲예술·체육 중점 모형 등을 제시하고, 학교별로 다양한 교육과정(프로그램)을 구성·운영하도록 했다. 그러나 시행 준비 기간 부족, 강사 인력 및 체험 공간 부족, 외부 전문 인력 전문성 등 자유학기제 운영을 위한 여건 미비 등 성급한 도입에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 전교조 법외노조 공방... 치열한 법정싸움 이어져

전교조의 법적지위를 놓고 전교조와 정부의 치열한 공방이 이어졌다.

고용노동부는 2010년 3월 이후 전교조에 해직자를 조합원으로 인정하는 규약(부칙 제5조) 시정명령을 연이어 내렸지만 전교조는 계속 불응했다. 이에 고용부는 지난 9월 전교조가 '해직자를 조합원으로 인정한다'는 조합 규약을 시정하지 않자 '노조아님'(법외노조) 통보를 했다. 하지만 이후 서울행정법원은 전교조가 노동부 장관을 상대로 낸 '법외노조 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여 정부의 전교조 법외노조 처분을 효력 정지시켰다. 현재는 고용부가 법원의 효력정지 결정에 불복해 즉시 항고한 상태다. 내년에도 전교조와 노동부의 치열한 법정싸움은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

♦ 잘못된 교육과열이 국제중 입시 비리 만들어

지난겨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아들이 영훈국제중에 사회적배려대상자(사배자) 전형에 입시 성적을 조작해 합격했던 사실이 드러나면서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B 전 교감은 지난 6월 검찰 수사를 받던 도중,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사건도 있었다. 이 부회장 아들의 입학 성적이 일부 조작됐다는 진술이 나오면서 김하주(80) 영훈학원 이사장 등 18명이 기소되며 검찰 수사가 마무리됐다. 검찰의 수사결과 영훈국제중에서는 일반전형과 사배자 전형 모두 성적 조작은 물론 입학 대가로 돈을 받는 등 입시비리가 광범위하게 이뤄진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사회지도층 인사 자녀 다수가 성적 조작 등으로 사배자 전형에 합격한 것이 드러나 교육기회의 형평성 논란도 불거졌다. 한편, 영훈국제중 1학년에 재학 중이던 이 부회장의 아들은 지난 5월 29일 결국 자퇴서를 제출했다. 영훈국제중의 입시비리문제로 국제중 지정취소, 자사고 폐지 논란으로 이어지며 학교체제와 관련한 논쟁으로 확산되고 있다.

♦ 교학사 교과서 파동... 역사·이념전쟁으로 확대

국사편찬위원회의 검정심의를 통과한 고교 한국사 교과서 8종 중 하나인 교학사 교과서를 둘러싼 문제가 역사전쟁으로까지 확대되고 치열한 공방이 계속됐다. 정부가 6·25 발발연도와 남침 사실을 모르는 학생들이 많다는 설문조사를 계기로 한국사 교육 강화가 발 빠르게 진행됐고 결국 교육부가 한국사 수능 필수화를 결정했다. 그러나 수능 필수화가 되자마자 고교 한국사 교과서 좌우편향 논쟁이 계속되면서 정치이슈로 변질되는 등 연이은 파행을 불러왔다. 보수진영은 나머지 7종 교과서도 사실 왜곡, 좌편향이 많다며 모든 교과서의 수정이 필요하며, 한국사를 국정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을 했다. 지난 10월 14일 교육부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여야가 한국사 교과서를 놓고 충돌했다. 야당은 교학사 교과서를 봐주기 위해 교육부가 다른 교과서까지 문제로 삼는다며 물타기를 하는 교육부 장관은 사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 미숙한 해병대 캠프와 그 대책

지난 7월, 해병대 훈련 캠프에 참가했던 고교생 5명이 파도에 휩쓸려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이 해병대 캠프는 제대로 된 안전장비도 없이 구조 활동도 미숙했다. 해당 캠프는 여성가족부,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이 인증한 청소년 체험활동 시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고, 유스호스텔이 운영하는 민간 청소년 수련 시설에서 재위탁을 한 미인증 프로그램이었다고 드러났다. 훈련 교관도 상당수 여행사 직원일 가능성이 크다는 게 해경의 설명이었다. 교관 23명 중 인명 구조사 자격증이나 수상레저 자격을 소지한 사람은 13명에 불과했고, 일부는 아르바이트생인 사실도 밝혀졌다. 교사들은 그 시간 술판을 벌이고 있었다는 의혹도 제기되어 국민들의 분노를 일으켰다. 정부는 당정협의를 통해 대규모 체험 프로그램 사전 허가제 등의 방안을 내놨고, 국회에서는 수련시설 안전점검 의무를 강화하는 법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했다.

♦ 정규직 시간제교사 제도 도입 논란 반대 이어져

내년부터 시간 선택제 일자리를 늘려나가겠다는 정부 방침에 따라 정규직 시간제 교사 제도가 본격 도입된다. 하지만 제도 도입을 둘러싼 교육부와 현장 교사들 간의 이견이 여전히 커 보인다. 전교조는 “시간제 교사는 교사들 간 협력이나 학생들과의 관계를 올곧게 맺기 어렵다”며 “4시간 근무하고 수업연구나 학생들에게 효과적인 노력도 부족하다”는 입장이었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교사 4천 백여 명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도 시간제 교사 도입 반대 비율이 전체의 80%를 넘었다. 반대의 이유로는 교사로서의 책임감이 떨어질 수 있다는 의견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 등 학부모단체들도 동참했다.

임용주체인 전국 시·도교육감들도 교육부에 도입 철회를 요구했고, 실질적 ‘일자리 창출’ 대상인 예비교사들도 정규교원 확충을 요구하며 반대했다. 교육부는 운영 방식에 대해 현장 의견을 수렴한 뒤 구체적 방안을 발표하겠다고 밝혔으나, 교원단체들을 중심으로 제도 철회 요구가 강력히 제기되어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 최초 교육관료 출신 교육부 장관 탄생

박근혜정부의 첫 교육정책을 책임질 수장으로 정통 관료파인 서남수 전 위덕대 총장(61)이 교육부 장관으로 취임했다. 서 장관은 35년간 교육 관료로 일해 온 교육전문가이며, 교육관료 출신이 교육부 장관으로 취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는 지난 1979년 행시 22회로 공직에 입문한 이후 경기교육청 교육감, 서울시교육청 부교육감 관리관, 교육부 차관을 거쳐 2007년 6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참여정부에서 교육인적자원부 차관을 지냈으며 지난해에는 위덕대 개교 이래 최초로 공모를 거친 총장으로 선발됐다. 한편, 전교조 역시 서 장관이 취임할 때 “노무현 정부 교육부 차관 시절 국제고 및 특목고를 확대 추진하려던 공정택 전 교육감과 갈등을 빚고, 이명박 정부 들어서는 자사고 확대 등 고교 다양화 정책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견지해온 것으로 안다”면서 “학교 서열화 정책과 분명한 선을 긋고 초중등교육 정상화를 위한 개혁에 앞장서 달라”며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교육부도 “과거 어느 정부에서 중용됐느냐를 떠나 교육 관료의 전문성을 인정한 인사라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이라고 평했고, “새 정부가 첫 장관으로 관료 출신을 발탁한 것은 그만큼 실무를 잘 챙기라는 뜻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서 장관은 “6개월여 동안 위덕대 총장을 역임하면서 지방교육의 현실을 체험했다”며 “이를 토대로 지방대학교육 활성화방안을 수립해 시행하는 데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 일반고 ‘슬럼화’… 교육과정 자율화 등 역량강화

일반고의 학력 저하, 학생 지도 실패 등 일반고의 위기상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이명박 정부의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는 다양한 형태의 고교들이 대입 성적을 기준으로 서열화 되면서 일반고의 위기를 확대시킨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에 교육부는 지난 10월 교육과정 편성 자율화, 직업교육 확대, 재정지원 강화, 탄력적 교원 배치, 자사고 및 특목고 지도 강화 등을 주요 골자로 한 '일반고 교육 역량 강화 방안 확정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성적제한(상위 50% 이내 추첨)을 없애 1단계 추첨으로 1.5배를 뽑은 뒤 학교별로 2단계 면접을 통해 선발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서울지역 자율형사립고의 학생 선발권을 유지하기로 하면서 비판을 받았다.

교육·시민단체들은 “일반고 역량강화안의 핵심 부분이 자사고 학생선발권 폐지였다”며 “일반고 포기, 자사고 살리기 정책”이라는 비난과 우려를 쏟아냈다.

♦ 찜통교실·냉장고교실 등 학교 재정난 최악

학교마다 재정난이 심각해지면서 올해도 '찜통교실·냉장고교실' 문제로 학생들의 학교생활은 그야말로 고역이었다.

교총이 올해 1058개 초·중·고등학교를 대상으로 한 교육용 공공요금 실태 조사에 따르면 응답학교의 96.7%가 전기료를 가장 부담스러운 공공요금이라고 응답하는 등 이 같은 문제의 원인으로 비싼 교육용 전기요금 체계, 학교운영비 부족 등이 꼽히고 있다.

실제 현행 교육용 전기요금은 kWh당 96.9원(갑, 저압전력 여름철 기준)으로 kWH당 81원인 산업용 전기요금 보다 약 20% 이상 비싸다. 또 누리과정, 무상급식 등 각종 교육복지에 교육재정이 집중적으로 투자된 반면 정부 재정지원은 사실상 삭감돼 학생들에게 써야할 교육활동비가 줄어들면서 불편을 겪고 있다.

학교장들은 '마른 수건을 쥐어짜는 심정'이라며 하소연 하지만 정작 관할 교육청은 추가 재정 지원 등 후속 대책 마련에 미온적 이어서 원성을 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