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시험이 끝나고 수업일수를 채워야 하는 고3 교실은 말 그대로 무법지대다. 정상적인 수업이 제대로 될 리 없는 교실은 해마다 학생도 교사도 고역이다.

수시, 정시, 예체능 학생 모두 대입 일정이 다르다 보니 학생지도의 어려움은 물론 수능이 고3 생활 끝이라고 여기는 학생들에게 수업은 요식행위에 불과하다.

학생들은 오전 9시 등교해 하교 때까지 드라마·영화 감상, 핸드폰, TV 게임연결, 원카드, 마블 등을 하다 지치면 책상에 누워 자는 것 말고는 할일이 없다.

김모(18)군은 “교과서도 다 버린 마당에 학교에서 수업도 못 할 텐데 추운교실에서 시간 때우는 일도 하루 이틀이지 힘들다”면서 “학교에서 유인물 만들어서 나눠주거나 영상 틀어 주정도인데 솔직히 개근상 받으려고 출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대입 수시 1차 전형에 합격한 학생들과 2차 수시 면접, 정시 준비, 논술과 예체능 실기시험을 준비 중인 학생들과 재수를 준비 중인 학생들은 학교수업에 불만이 많다.

최모(18)군은 “논술, 적성, 면접 등 수시 2차 준비하는 아이들 학교에서는 학생 한명씩 지도나 도움을 주는 교과나 학습 시간 없고 들떠있는 학교분위기 속에서 대학 준비 어렵다”면서 “수시 2차 정시 지원하는 친구들 준비해야 할 것 많은 데 의미 없이 학교에서 시간 채우는 건 시간낭비다. 차라리 그 시간에 논술 학원에 가는 것이 낫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학교 측도 학업 진도는 수능에 맞춰 이미 끝난 상태고 대입 시험 준비를 따로 해줄 수도 없어 논술 준비 등 학교를 빠지는 학생들에 대해 묵인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교육 당국은 수능 후 각 시·도 교육청에 편법·단축 수업 금지 지침만 내릴 뿐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최근 경기도교육청은 ‘단축수업 금지와 편법 출결처리 금지’ 지침을 내리면서 도교육청 게시판은 현재까지 학생·학부모들의 항의 글이 수없이 이어지고 있다.

양모(18)양은 “학교에 제시간에 오지도 않고 책상 붙여놓고 누워서 숙면을 취하다 집에 가는 일이 전부다”면서 “고3에게 7교시 정상수업은 무의미하다.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방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유모(18)군은 “난방공급도 제대로 되지 않고 급식도 제대로 지원이 안 되는 상황에서 교실에만 있으면 올바른 교육이 되는 것인가”라며 “무단지각, 무단결석, 수업시간에 선생님도 들어오지 않는 교실에서 헛된 시간을 보내느니 컴퓨터, 운전면허, 아르바이트 등 좀 더 생산적인 일을 하고 싶다”고 주장했다.

고3 학생들의 수업파행이 해마다 반복되는데도 출석일수와 수업시수 준수 등 원론만 고수하고 있는 교육당국의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배원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