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이 발생해도 학교가 적극적으로 해결하기보다 은폐·축소하는데 급급해하면서 피해학생들을 두 번 울리고 있다.

경기도 시흥에 사는 L(중1)양은 학교폭력 해결의지가 없는 학교 때문에 최근 소송을 준비 중이다. L양은 지난해 4월부터 1년 가까이 학교폭력에 시달렸지만 학교에서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아 힘들었다고 말한다.

L양은 언어폭력과 친구들 빼돌리기, 공개적 따돌림, 카카오톡 등 사이버 폭력으로 번져가면서 학교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너가 잘해라”, “앞에서 욕한 걸로 신고하지 말라” 등 담임교사의 말에 절망했다.

그러는 사이 괴롭힘은 계속 이어지고 학교에 학교폭력을 해결해 달라는 진정을 넣었다. 그러나 돌아온 건 “너희엄마 때문에 일이 커졌다”라며 L양을 가해자들 앞에서 나무라는 등 강제 화해 시켰다. 특히 L양을 따로 불러 ‘빨간줄’이란 단어로 겁을 주는 등 괴롭힘도 힘들지만 무관심한 학교의 태도에 상처를 입었다고 말한다.

L양 부모는 “학교폭력자치위원회를 열어 참석했지만 회의록을 학교가 원하는 데로 작성하고 말하지 않은 부분을 넣거나 빼는 등 조작을 하기도 한다”며 “시흥에는 학교가 4-5개 밖에 없고 붙어있어 전학 간다고 해도 입소문이 퍼져 폭력을 당하게 된다”고 걱정했다.

이와 관련 학교 측은 관심 가져주고 있다는 말로 일관하며 적극적인 해결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며 “폭력 발생 시 피해 학생을 보호해야 할 학교가 오히려 ‘학교 명예’를 내세워 은폐에 급급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학교폭력 피해 학부모는 “피해학생은 죽어가고 있는데 학교는 학교폭력을 어떻게든 무마하려고만 한다”며 “가해학생은 떳떳하게 학교를 다니고 있는데 피해학생은 오히려 전학을 가야하고 전학 가는 것이 당연한 것이 되어 있다”며 비판했다.

그는 “일반적으로 대부분 학교가 학교폭력이 발생하면 귀찮아하고 피해를 알리면 피해학생을 전학 보내는 경향이 크고 책임을 회피하는 경우도 많다”면서 학교폭력을 대하는 학교에 적극적인 해결의지를 요구했다. [배원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