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단편영화 ‘호루라기’ 감독 박한울 씨

20살 감독, 제작비 500만원, 출연료는 물론 유명배우 한명 없이 만들어진 단편영화 ‘호루라기’. 학교폭력을 배경으로 만든 이 영화는 박한울 감독의 실제 이야기를 담았다.

“UCC 등 학교폭력 관련 물을 보면 사실적으로 담기지 않고 우스꽝스럽거나 경각심만을 주는 것으로 끝나는 것 같습니다. 여기서 더 발전해 피해자들이 학교에서 받는 부당한 대우나 피해자들의 고통을 표현하고 그들이 우선시 돼야 함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박한울 씨는 초등학교 6학년 학급회장에 키가 작고 왜소하다는 이유로 폭력과 왕따를 병행해서 당했다. 중·고등학교 때도 책가방을 창밖으로 던지거나 감금폭행, 성추행 등 아이들의 괴롭힘은 이어졌고 자살시도라는 극단적인 상황에 까지 이르렀다.

그러나 박 씨는 “내말을 믿어주는 사람도 없고 친구 한명 없는 외로움을 견디기는 쉽지 않다”면서 특히 “학교폭력 사건을 축소하고 덮으려는 것은 물론 전학을 권유하는 학교 측의 부당한 대우는 더 참기 힘들었다”고 말한다.

학교 폭력에 시달리던 그는 ‘대구 중학생 자살 사건’을 계기로 공익광고 ‘크리미널 스쿨(Criminal School)’을 제작해 화제가 되면서 학교폭력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박 씨는 뮤직드라마 제작에서 한발 더 나아가 영화 ‘호루라기’를 제작, 피해학생이 학교에서 점차 고립되는 과정에 집중해 학교의 부당한 대우를 고발하고 아이들에게 공감·용서·화해에 대한 메시지를 던지는데 주력했다.

제작비 500만원, 실무진을 포함해 20여명 정도가 참여해 촬영하면서 어려움도 있었다. 부족한 제작비로 출연배우들은 인터넷을 통해 모집했고 그 중 일부는 학교폭력 피해자와 그 가족들로 재능기부로 힘을 실었다.

박 씨는 “초등학교 때부터 게임·폭력에 많이 노출 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학교 안에서의 인성 교육은 점점 없어지고 있다. 공감대 형성 교육이 부족한 것 같다”면서 “폭력을 가하면 얼마나 힘들겠다는 걸 모르고 용서나 화해에 대해서도 배우지 못한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자존감을 높이고 의지만 강하면 학교폭력을 이겨낼 수 있다”면서 “어떠한 순간이 와도 자살하거나 포기하지 말고 자기 자신을 믿어야 한다. 학교폭력을 학교 안에서 해결할 수 없다면, 부모님 이외에 다른 사람들에게라도 알려서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30분 분량의 ‘호루라기’는 현재 촬영을 모두 마치고 막바지 편집이 한창이다. 오는 10월 11일 학교폭력 피해자 가족, 교육부 장관, 경찰청장, 정병국 새누리당 의원 등이 참여하는 가운데 시사회를 연다. 이를 시작으로 대구, 전북 등 전국을 돌며 시사회가 이어질 예정이다.

박한울 씨는 “학교폭력 예방교육에 많이 사용됐으면 좋겠다”면서 “현재 경찰청 내부 자료로 활용 예정이지만 학교 내에서도 학교폭력 예방교육자료로 많이 활용됐으면 한다”고 기대를 전했다. [배원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