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교사 4년차 K씨의 하루는 바쁘다. 12시 출근하자마자 공문, 서류정리, 수업 준비를 하다보면 아이들은 벌써 들이닥친다. 받아쓰기, 숙제, 독서, 문제집 풀기를 봐줘야하는 것은 물론 급식, 간식, 귀가 등 아이들 개개인의 스케줄에 맞춰 신경 써 관리하다보면 어느새 저녁 8시 퇴근 시간.

K씨는 “아이들 반이 제각각 다르고 방과후수업도 있다 보니 체계적인 관리가 힘들다. 보조 선생님이 있지만 20명 이상의 학생을 돌보는데 역부족이다”면서 “특히 회계나 공문처리 등 행정 일까지 하다보면 퇴근시간 이후에 일을 하는 경우도 다반사다”고 말한다.

그는 “20명이 넘어야 보조교사를 쓸 수 있는데 아이들이 많든 적든 보조교사는 있어야 되고, 한 명이라도 야간 돌봄을 운영하는 것은 실정에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또 “돌봄교사 연수를 가면 ‘아이들 잘 봐야한다’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면서 “행정 등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연수가 있었으면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2014년 1,2학년을 시작으로 2016년까지 전국의 모든 초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늦은 시간까지 돌봄 프로그램이 운영 되면서 학교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학교와 지역사회, 학부모 등 현장의 혼란과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당장 내년부터 의무적으로 1,2학년 이른 아침부터 저녁까지 돌봄 교실을 운영해야 하는 학교는 안전과 시설, 직원 채용 문제 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고 돌봄 교사들은 열악한 근무환경과 처우에 대한 문제로 힘들어하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 S 초등학교 교장은 “현재 인원도 수용을 못해 1학년만 받아서 하고 있는데 1,2학년 의무로 운영해야한다면 일반교실에 애들을 앉혀 놓는 방법밖에는 없다”면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학교에 있는 아이들이 더 고통이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더 큰 문제는 안전이라며 “안전장치 시설이 충분해야 하는데 현재 대부분의 학교는 사방이 열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사고 나면 학교가 책임져야 하는 상황에 오전 6시부터 오후 9시까지 관리자들은 신경을 놓을 수 없다. 학교에 관리까지 요구하는 것은 무리라고 본다”고 밝혔다.

10일 열린 ‘방과후 학교 및 돌봄교실,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 토론회에 참석한 한국교육개발원 김홍원 방과후학교 연구팀장은 “학교의 업무 부담을 줄이기 위해 지역사회에 있는 다양한 방과후 활동 프로그램 질을 높이고, 공신력 있는 기관이 방과후학교나 돌봄 프로그램을 위탁받거나 또는 학교는 장소만 빌려주고 운영의 주체가 되는 운영방안이 확대돼야한다”고 말했다.

유재복 전라북도교육청 장학관도 “대학주도 방과후학교 사회적기업, 지역아동센터, 지자체, 지역의 마을 등을 활용한 위탁 운영을 확대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유치원과 초·중등교사 양성처럼 대학에 방과후학교 교사 양성과정을 개설하고 자격증 가진 사람을 방과후학교 교사로 채용하는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김연화 공주 의당초등학교 교장은 “안전관리 매뉴얼이 필요하다”면서 “아침과 오후 5시까지 운영되는 프로그램은 그렇다하더라도 퇴근시간 이후 밤 10시까지 운영되는 저녁돌봄교실은 하교 교통 안전, 교사·강사·학생 신변 안전과 보호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교장은 “학교의 업무 부담을 줄이기 위한 위탁 운영시 학교의 역할과 책임 한계를 명확히 해야한다”면서 “위탁 운영 기관의 기준 제시는 물론 관리, 운영 평가 등을 담당하는 지원센터의 역할이 정립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저녁돌봄 급식 관련 “학교에 급식 시설이 있음에도 조리사, 조리종사원을 활용할 법적 근거가 없어 별도의 조리시설을 갖추고 저녁식사를 공급해야한다”며 해결 방안을 요구했다. [배원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