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27일 '대입전형 간소화 및 대입제도 발전방안'을 발표했다. 대입전형 간소화를 비롯한 성취평가제 대입 반영 유예, 수준별 선택형 수능의 단계적 폐지 등이 주요 골자다. 그러나 이에 대한 교육계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어 향후 교육부의 의견수렴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대입 전형 간소화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이하 교총)는 논평을 통해 “현행 대입전형은 대학마다 유사한 전형을 지나치게 세분화해 복잡하게 제시하는 측면이 있다”면서 “이로 인해 학생과 학부모의 부담과 어려움이 그동안 불필요하게 가중돼 왔다”며 교육부의 대입전형 간소화 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공교육 정상화의 실질적 실현을 위해서는 학교 교육과정을 성실히 이수한 학생들의 성취를 평가하는 '국가기초학력평가'로 전환하면서, 학생부는 범교과적 사고능력을 측정하고 희망 전공별 내신을 반영하는 방향으로 대입제도가 정착돼야 고교교육을 정상화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전교조는 “무늬만 간소화일 뿐 실제 학생들의 학습부담 완화를 기대하기 어렵고, 그동안 학교교육 정상화에 역행했던 대입제도의 문제점을 극복할 만한 대책도 찾아보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전교조는 “학생들은 여전히 내신, 수능, 논술 모두 준비해야 한다”며 “최소한 대학별 논술(구술)은 폐지하고 수시는 내신전형, 정시는 수능전형으로 단순화할 때 학생 부담이 완화된다”고 주장했다.

(사)좋은교사운동(좋은교사)은 “가능한 조합은 정시의 경우 수능+내신, 수능+논술, 수능+면접 등인데 이 중 수능+논술의 경우 논술 시험 관리의 어려움을 고려할 때 대학이 선호할 가능성이 낮다. 대체로 수능+내신의 조합이 될 가능성이 크고, 내신의 실질반영률은 지금과 같이 별로 크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수시의 경우 좀 더 다양한 조합이 나올 수 있는데 유력한 조합은 내신+논술 혹은 내신+면접으로 하고 논술이나 면접의 비중을 높일 수 있다. 이렇게 될 경우 사실상의 대학별 본고사에 가깝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고교당 인원제한이 있는 학교장 추천 전형' '지역 고교 추천 전형' 등 전형 종류를 줄인다는 명목으로 바람직한 전형이 사라질 위험성도 있다”면서 “이들 전형의 순기능을 살리기 위해서는 전형 개수 제한의 예외를 인정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안상진 사교육없는세상 정책대안연구소 부소장은 “학생들의 실질적인 부담은 크게 줄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대입시 전형 단순화에서 핵심은 복잡한 전형을 단순화하는 것이다. 전형 요소(논술고사, 수능, 내신 등)의 가짓수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입 전형 종류는 3,000개에서 1,290개로 줄어들어 학생들의 대입시 고통은 별반 차이 없다”면서 다만, △학생부 전형에서 공인어학성적, 교과관련 외부 수상실적 제출 등 금지 △우선 선발의 지양, △대입 정책 3년 예고제 등 일부 대책은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수준별 수능 점진적 폐지

교총은 “당초 사교육 부담 및 학습 부담 완화를 취지로 도입됐지만 오히려 학생의 수준 선택과 학교의 진학지도에 부담만 가중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해 교육현장의 불만이 높은 상태다. 수능 구분을 폐지하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다”면서도 “다만 시행 1년 만에 폐지를 결정하는 것은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도 저하와 비판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좋은교사는 “현실적으로 기존에 문과 학생들은 국어B, 영어 B를 선택하고 이과 학생들은 수학 B, 영어 B를 선택하고 있었기 때문에 영어A의 존재 의미는 희박했다. 이를 감안하여 영어 A/B 구분을 폐지한 것은 적절하다”고 평가하고 “NEAT 폐지 또한 또 하나의 부담을 줄인다는 차원에서 적절하다”고 말했다.

◆2017학년도 문·이과 구분 폐지 방안

교육단체들은 문·이과 폐지안에 대해서는 '장기적으로는 구분을 폐지해야 하지만 학생들의 학습 부담이 높아질 수 있는 만큼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교총은 “융·복합시대, 인재 양성과 학생들의 진로 측면을 고려하면 문·이과 완전 융합안이 장기적으로 바람직한 방향”이라면서도 “2017~2019년까지 과도기 수능의 경우 교과목이 늘어 학생 학업부담, 교원 수급 등 상당한 준비가 필요한 만큼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전교조는 '문·이과 폐지가 정답'이라는 입장이다. 하병수 대변인은 “계열 구분은 대학입시에 맞춰진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융합적 사고가 강조되고 있는 시대 흐름에 따라 문·이과 구분은 폐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학습 부담의 우려가 뒤따를 수 있는데, 현재 국·영·수 비중을 낮춰 다른 과목과 균형을 맞추고 교육과정의 양과 난이도를 적정화해서 해결해야”고 덧붙였다.

좋은교사는 단순히 대입전형의 방법으로 논하기보다는 전반적인 교육과정 개혁의 철학과 전체적인 그림을 그리는 과정에서 논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좋은교사는 “문이과의 구분을 없애면 국영수사과가 고등학생의 기본 필수 과목이 되는 셈이다. 사회와 과학 과목이 기본 필수화되어 선택과목에 따른 지식의 편중 현상은 완화될 것이다”면서 “학생들의 학습부담은 총량은 비슷하겠지만 상대적으로 사회/과학의 학습량이 다소 늘어나는 반면 수학 학습 부담은 다소 줄어들 것이다”고 분석했다.

이어 “미래사회에서 지식의 융합이 중요해지고, 고등학교 수준에서 사회/과학에 대한 기본 교양을 습득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과 수학의 양과 난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점, 고등학교 수업과 수능 시험의 불일치로 인한 교육과정 운영의 어려움을 고려해 볼 때 국영수사과의 기본 필수화는 적절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성취평가제 대입반영 유예

교총은 “학교의 준비 부족, 일반고의 상대적 불이익 등을 고려해 학교의 여건과 준비가 성숙될 때까지 유보한 것은 바람직하다”고 논평했다.

실제로 교총이 최근 전국 고교 교사 74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성취평가제 인식조사'에 따르면, 응답 교사의 85%가 '성취평가제 1년 이상 유보' 또는 '현행 9등급제 유지'를 요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교조는 “특목고와 자사고 학생들을 대거 입학시키기 위해 활용될 공산이 크며, 내신무력화에 따라 수시에서는 논술, 정시에서는 수능의 비중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성취평가제의 정착을 위해서는 최소한 지역별, 학교별 균형 선발을 원칙으로 강제해야 하며, 나아가 대학서열체제 완화가 전제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좋은교사는 “성취평가제 운영의 중요한 것은 학생부 전형의 질을 높이는 것이다”며 “절대평가의 방식을 상세화, 명료화, 표준화하는 한편 그 전제로써 학교 교육과정이 다양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수업의 질을 업그레이드하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를 위해 심화선택 과목 중심으로 토론, 논술, 발표, 실험, 탐구 등 다양한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고 평가가 이 모든 것을 종합적이고 입체적으로 담아낼 수 있는 방향으로 개선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교육부는 이번 방안에 대한 각계각층의 의견수렴을 위해 다음달 2일부터 11일까지 전국 5개 지역을 돌며 권역별 공청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배원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