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수학능력시험의 한국사 필수과목 지정 여부로 공방이 뜨거운 가운데 형평성 논란, 사교육비 증가 우려 등에 대한 전문가들의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12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는 초·중등학교 역사교육 강화를 위한 ‘역사교육 강화 및 동북아 역사왜곡 대응방안’ 토론회가 민주당 이용섭 의원 주최로 개최됐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아시아 평화와 역사교육연대 상임공동대표인 한신대 한국사학과 안병우 교수는 “초등학교에서는 지역의 역사와 정치사를 중심으로 한국사를 가르치고 중학교에서는 전근대사 중심의 한국사와 세계사를 ‘역사’로 가르치며 10학년에서는 필수로 역사(한국근현대사+세계사)를, 11~12학년에서는 선택으로 동아시아사와 세계사를 가르치는 구조를 생각해 볼 수 있다”고 제안했다.

안 교수는 또 “10학년의 ‘역사’를 필수로 하기 위해서는 교육과정을 개정해야 한다”며 “9학년으로 하향 조정된 공통교육과정을 10학년까지 넓히고, 10학년에서 기초과목이나 교양과목으로 반드시 가르쳐야 할 과목들을 이수하게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역사교과에서는 근현대사 중심의 한국사를 세계사와 연관시켜 배우게 하고, 수능에서는 역사 과목들 가운데서 하나를 선택하도록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사를 수능에서 필수로 하기 위해서는 먼저 역사교과를 독립시키고 역사교과에 속한 과목들 가운데서 하나를 필수로 선택하는 방안이 적합하지만 수능필수라는 원포인트 개혁으로 역사교육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토론자로 나온 안양옥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은 “한국사를 현행 수능 사회탐구영역에서 분리해 별도의 수능 필수과목으로 채택해야 한다”며 “고교 전 학년 수업 등으로 학생들의 학습 부담을 완화하고 연속성 있는 교육을 시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안 회장은 “학생들은 한국사가 입시에서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수능에서 선택하지도 않을 과목이라는 이유로 한국사를 외면하고 있다”며 “수능의 유불리와 학습 분량을 고려할 때 한국사의 선택 비율이 더욱 더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안 회장은 “한국사 수능 필수화 주장의 논거는 한국사가 다른 사회탐구 영역 과목보다 상대적으로 더 비중 있게 다루어야 한다는 뜻이 아니라며 한국사가 사회탐구 영역과 별도의 필수과목으로 지정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안 회장은 특히 “기본적으로 학생부담 가중과 사교육팽창의 주원인은 국어, 영어, 수학 등에서 비롯된 것으로 한국사가 수능 필수과목이 된다고 해서 학생들의 부담이 급작스럽게 늘거나 사교육 수요가 늘어난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역사교육 연구소장 서울 신현고 김육훈 교사는 “사회탐구 10과목 중 한국사 필수로 하는 것은 반대하며 한국사 필수와 사회탐구 2과목 선택은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고 밝힌 뒤 “다만 다른 대안을 만들 수 있다면 굳이 한국사 필수를 강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소장은 “한국사 수능 필수화 찬반이란 프레임을 벗어나면 대안을 곧바로 생각할 수 있다”며 “근현대사를 중심으로 세계 속의 한국사를 다루는 역사 기본 과목을 만들어 필수로 이수하게 하자. 그리고 경제와 정치는 물론 사회 과목의 기초가 되는 주요 개념을 학습할 수 있는 사회 기본 과목도 만들어 필수로 이수하게 하자”고 제안했다.

김 소장은 “몇 해 전 탐구영역 과목을 4과목 선택으로 시험을 치렀을 때 국·영·수 비중이 늘어 사교육이 확대됐다”며 학생의 입시부담이 늘고 사교육이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는 맞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배원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