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오후 사설 해병대 훈련 캠프에 참여했던 충남 공주사대부고 2학년 학생 5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 학교 학생 198명은 17일부터 사흘 일정으로 충남 태안군에서 해병대 훈련에 참여했다가 파도에 휩쓸려 20명가량이 물에 빠졌고 5명이 사망했다. 사고 당시 학생 90명이 교관의 지시로 물에 들어갔으며 구명조끼는 아무도 입지 않고 있었고 교관은 단 두 명뿐이었다.

해병대 참사 생존 학생들은 “교관의 구령에 맞춰 일제히 바다로 들어갔고 명령대로 바다에서 전진하던 학생들은 갑자기 바닥에 발이 닿지 않았다. 물에 빠진 아이들이 나가려고 서로 잡아끌고 몸을 눌렀다. 그럴수록 몸은 점점 가라앉았다. 교관들은 우왕좌왕할 뿐이었고 보다 못한 학생들이 나서서 서로 손을 잡고 ‘인간사슬’을 만들어 친구들을 구조하기 시작했다. 바다에 있던 교관은 호각만 불어댔다”고 진술했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국방부는 해병대 캠프의 상표등록 등을 포함해 법적 제재수단이 있는지 법률 검토를 거친 후에 추진하도록 하겠다고 밝히는 등 정부가 부랴부랴 실태조사 및 재발방지 대책에 나섰지만 ‘뒷북 행정’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는 현재 사설 캠프는 사업자 등록만 하면 누구나 운영할 수 있고 이런 시설에 학생들 체험 수련이 위탁 경영되고 있기 때문. 특히 관리·감독은커녕 실태파악 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이하 교총)는 논평을 통해 “이번 사고의 근본적 원인은 공교육의 일환인 창의적체험활동에 있어 사설 시설에 위탁할 수밖에 없는 시설부족 등 여건 불비와 교육부와 여가부 및 지자체 간에 청소년수련활동 및 학생 체험활동이 나눠져 있는 등 관리체계 문제와 구멍 난 정부의 질 관리 및 감독 부실에 있다”고 주장했다.

교총은 “정부나 지자체 차원의 내실 있는 인프라의 구축과 정보 제공 등이 충실하게 이뤄져야 하고 무엇보다도 학교가 해당 업체를 선정하고 계약 체결을 통해 위탁 형식으로 모든 업무가 진행되는 운영 시스템은 전면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면서 “중장기적으로 학교-교육청-지자체가 상호 연결된 체험활동인증기관을 구축해 상시적 학생체험 수련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은 “학생들은 극단적인 입시경쟁에 내몰리면서 일상적인 체력관리는 뒷전에 밀려나고, 정신건강이 악화되는 상황을 방치한 채 체력단련과 정신교육이라는 미명하에 폭력적인 방식으로 진행되는 각종 일회성 군사체험은 중단되어야 한다. 집단적인 신체 고통에 중심에 두고 있는 훈련방식은 결코 교육적인 방식이 아니다”고 말했다.

전교조는 “학생수련활동, 체험활동, 캠프활동 관련 사설업체들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감독체계를 범정부차원에서 마련하고 업체와의 유착으로 학교장들이 학생 체험활동을 강요하는 일이 없도록 체험활동에 대한 교직원회의 의결절차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청소년 체험활동 관계부처와 시도교육청은 건전한 체험활동 프로그램을 데이터베이스화하고 안전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지원 대책을 수립하라”고 촉구했다.

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는 “체험활동 혹은 수련활동을 전문기관에 위탁한 이후 학부모들은 활동에 대한 불만이 많았다”면서 “무엇보다 교사들이 직접 프로그램을 운영하지 않고 기관에서 정한 일정을 따르는 것이 학교에서 정한 체험활동 목표에 적합한 것인지 의문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모든 체험활동 프로그램의 목표와 타당성, 운영의 적절성 등 체험과 수련활동에 대한 총체적인 검토와 수련활동 위탁 기관의 안전성, 위생, 진행능력, 시설과 환경에 대한 심사 기준을 강화할 것”을 요구했다.

한 네티즌은 “같은 장소에서 10여 년 전 사고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사고가 되풀이 된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며 “방만한 행정업무와 관계자들의 안일함이 야기한 ‘인재(人災)’라는 말에 설득력이 실린다. 관계기관들의 조치를 끝까지 지켜봐야 하는 이유다”고 지적했다.

한편 교육부는 올해 전국 초·중·고교 수련 활동 전수조사에 들어갔다. 각 학교에서 시행한 수학여행·수련활동·현장체험학습·청소년단체활동·동아리 활동의 기간과 장소, 참여·미참여 학생 수 등 기본적인 내용뿐 아니라 위탁 업체명, 수련시설 등급도 조사한다. 또 시·도 교육청의 매뉴얼에 따라 학교 자율로 운영돼 온 수련활동을 총괄·관리키로 했다. [배원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