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7 학교폭력 신고센터는 상담전화로의 성격이 강해 구체적인 대응 매뉴얼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민주당 박홍근·통합진보당 이상규 의원 공동 주최로 '117 학교폭력 신고센터' 전국확대시행 1년 평가 토론회가 지난 16일 국회 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개최됐다.

이날 김용수 청소년폭력예방재단 이사는 "117학교폭력 신고센터는 상담종결비율이 2012년 86.0%, 6월 현재 84.3%로 학교폭력 신고 전화로서의 성격이 있기도 하지만 상담전화로의 성격이 강하다"면서 "신고전화로서의 성격이 있는 피해유형에 대해서는 수사까지 이를 수 있도록 체계화하고, 상당전화로서의 성격이 짙은 피해유형은 피해학생이 지속적으로 상담 등을 받을 수 있도록 관계기관에 연계해 문제를 해결하는 구체적인 대응 매뉴얼 등을 발전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이사는 "특히 신고센터의 피해 유형 중 왕따가 7.9%를 차지하고 있지만 따돌림, 사이버따돌림 등의 행위는 그 자체만으로 형사 처벌할 수 없고 그 행위를 할 경우에 수단으로 사용한 명예훼손이나 모욕, 공갈, 협박 등의 행위에 대해 처벌할 수 있다"면서 "왕따나 따돌림 자체에 대해 어디까지 개입할 것인가, 상담이나 연계를 넘어서서 개입할 수 있는 근거가 어디있나에 대한 문제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신고를 받은 학교폭력 사건에 대해 학교장에게 통보하고 학교장은 이를 자치위원회에 통보하도록 한 규정은 결국 시간이 지난 후에 가해학생 및 보호자에게 통보되어 피해학생과 피해내용이 모두 노출되는 결과를 초래한다"면서 "신고를 받은 기관은 소속 학교의 장에게만 통보하도록 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김재철 학교폭력피해자협의회 정책실장은 "학교폭력 피해자 입장에서 117신고센터는 전문성이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며 "성폭력, 학교폭력, 가정폭력, 불량식품까지 모두 처리를 하고 있어 학교폭력을 전담할 수 있는 신고체계와 관련된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정책실장은 "몇 건의 전화 상담을 했는지 보다 중요한 것은 제대로 상담하고, 정보를 제공하고, 필요한 서비스를 연결해서 단 한명의 피해자라도 고통에서 벗어나도록,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도록 돕는 일이다"며 "117 신고센터가 학교폭력 문제에 있어 피해자들에게 좀 더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원스톱 서비스가 제공되려면 경찰이 아닌 객관적인 입장에 있는 조직이 관리하고 감독하고 평가할 수 있어야 된다. 너무 여러 역할이 부여되어 있는 문제, 전담 인력이 부족한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하는 고민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영선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학생인권국장은 "신고는 가해자와 피해자가 서로 관계가 없는 타인일 때 가장 쉽게 이루어지는데 학교폭력은 그렇지 않다"면서 "폭력의 강도가 세지기 전까지 피해자도 가해자도 이것이 폭력이라고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또 최근 문제가 된 안티 카페와 같이 사이버 폭력 등 폭력의 양태도 다양해서 기존의 상해를 위주로 한 신고와 처벌 시스템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가 많다"고 밝혔다.

조 국장은 "학교폭력 신고는 외부에 돌리면서 스쿨폴리스를 통해 학교 내에 사법적 방식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이루지고 있다. 신고는 외부로 유도하고 학교 내에서 사법시스템을 강요하는 현재의 정책방향은 재검토해야한다"며 "학교 안에서 일어난 학생 간 폭력은 교육적으로 처리해야한다는 입장에서 학교폭력처리 절차를 내부에 준다면 교육적 기능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처리 시스템도 바꿔야한다"고 봤다.

그는 특히 "117센터나 Wee센터 등 학교 외부 기관에 대한 접근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학교 밖 지원기구의 인력과 예산을 학교 내의 돌봄 기능을 강화할 수 있는 전문상담사나 사회복지사 등의 인력배치로 돌려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상현 21세기청소년공동체 희망 사무국장은 "117신고센터가 학교공동체의 기능을 대신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고 밝힌 뒤 "117이 신고 전화인지, 상담 전화인지, 또는 신고상담전화인지를 명확히 하고 그에 따라 경찰청, 교육부, 여가부의 역할을 재설정해야한다. 신고가 아닌 상담을 전문적으로 담당할 수 있어야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지난해 2월 정부 합동 ‘학교폭력근절대책’이 추진되면서 경찰청, 교육부, 여성가족부로 분산되어 운영 중이던 학교폭력 신고번호를 117로 일원화하고 전국 17개 지역에 신고센터를 확대 시행했다. [배원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