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자유학기제의 본격적인 시행을 앞두고 세계 석학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들은 자유학기제가 성공하려면 학생, 학부모, 학교가 자유학기제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직업체험으로 대표되는 자유학기제는 기업, 지역과의 관계를 잘 구축해 직업 체험 프로그램이 잘 진행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이런 활동은 청소년들의 자신감 향상은 물론 인성발달을 촉진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원장 박영범)은 13일 자유학기제 성공요소를 벤치마킹하고 실패요소를 사전에 대응하기위해 ‘진로탐색을 위한 자유 학기제 활성화 방안 모색’이란 주제로 국제포럼을 개최했다.

◆전환학년제-필요성·당위성 이해 부족하면 실패

이날 아일랜드 국립대학 게리 제퍼스 교수는 ‘아일랜드의 전환학년제 : 성공사례 및 과제’ 발표를 통해 “학생, 학부모, 학교 모두 전환학년제가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믿고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했다”면서 “필요성과 당위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면 성공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전환학년제는 1년간 이루어지는 선택적 독립 프로그램으로 대상 학생은 15~16세로 우리나라 고등학교 1학년에 해당된다. 직업체험, 전환학년제에 특화된 모듈, 소규모 회사(창업) 초빙강의, 뮤지컬, 지역사회봉사, 여행, 과목간 통합 모듈, 포트폴리오 평가 등이 주요 특성이다.

특히 직업 체험은 학생들이 특정 직업 분야에 대해 배울 수 있도록 하는 진로 지도, 일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 ‘인간관계 능력’을 개발시킬 수 있는 인성, 사회성 발달, 사회봉사 활동을 강조하는 일종의 시민 교육(배정된 현장이 지역 사회 봉사 활동을 실시하는 경우)이 가능하다.

제퍼스 교수는 “전환학년제를 통해 학생들의 대인관계능력, 의사소통능력 등 소프트 스킬이 개발되었다”면서 “이 프로그램이 대대적으로 확산될 수 있었던 데는 교육부의 적극적인 장려,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학교에 인센티브 제공, 보조 교사들의 헌신적인 지원 서비스, 교사 워크숍과 같은 지역 및 학교 워크숍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효과적인 전환학년제의 기여 요인으로 ▲학교에서 전환학년제 고유 프로그램개발 ▲열의가 넘치고 효율적인 코디네이터가 일관적이고 적극적으로 전환학년제를 추진 ▲전환학년제 프로그램에 대한 학부모의 ‘지지’ ▲학교장의 적극적인 리더십이 필수적이라고 꼽았다.

제퍼스 교수는 “자유학기제를 학교에 시범 적용한다는 것에 대해 조사를 해봤는데 중요한 것은 문제에 대해 인식하는 것이 자유학기제 성공 요인이다”면서 “42개 학교에 교사들이 자신들의 경험들에 대해 다른 교사들에게 얘기 할 것임으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또 교육 불평등 사교육 관련 “학교들이 일관된 프로그램을 갖고 있고 분명한 목적과 인성에 역점을 두면 적절한 활동을 개발할 것”라며 “학교마다 상황은 다르다. 교사들이 어떤 체험학습이 중요하고 인성 발달에 어떤 교육이 필요한지 안다면 불평등은 교사들의 참여와 프로그램 개선으로 일부 개선할 수 있다”고 말했다.

토론에 나선 김나라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전문연구원은 “우리나라에서도 자유학기제 시범운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 학부모들에게 자유학기제에 대한 특징을 설명하고 이에 대한 바른 인식을 가질 수 있도록 설명회가 필요할 것이다”면서 “자유학기제 기간 동안 학교장은 자유학기제가 효과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학생-교사-학부모-지역사회가 주기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고, 단위학교의 특성이 잘 드러날 수 있는 교육과정이 개발되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자유학기제 적용나이 16-18세 적당

영국의 갭이어(gap year)는 직장 경험(무급, 유급), 학습, 여행(단체, 개별), 레져/여가 등의 활동으로 분류된다. 갭이어의 공식적인 커리큘럼은 존재하지 않고 핵심적인 활동은 구조화되고 있다. 시민 사회 봉사 및 직무 경험에 기반을 둔 교과 외 활동을 강조하고 있다.

종래에는, 갭이어라고 하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진학하기 전인 (보통) 18세 정도에 학교를 잠시쉬는 것을 뜻했지만 2004년 영국 교육부 보고서는 16-25세의 다양한 연령대

를 포괄하기 위해 ‘갭 이어즈(years, 복수)’, 즉 ‘3개월에서 24개월 사이의 학업, 훈련 또는 직장을 중단하는 것을 표현하는 더 넓은 의미의 정의를 개발해냈다.

또한 16-18세의 청소년들이 ‘갭이어와 같은’(gap yearlike)’ 경험, 즉 학교 재학 중에 짧은 기간 동안 이루어지는 활동 역시 큰 폭으로 성장하고 있으며, 이 중 대학과 관련된 갭이어가 그 중에서도 수치적으로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런던시티대학교 앤드류 존스 교수 ‘영국 갭이어 연구 : 한국의 ‘자유학기제’를 위한 고찰을 발표를 통해 “갭이어는 청소년 및 청소년의 직무 능력개발 향상, 시민의식 향상으로 인해 사회에 미치는 효과가 크다”면서 “학교나 대학이 적절하게 교육하지 못하는 소프트 스킬 형성에 높은 가치를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소프트 스킬, 즉 팀워크, 커뮤니케이션, 시간관리, 리더십, 그리고 기타 대인관계 및 조직기술의 개발에 도움이된다”면서 “일부 역량은 향후 교육 및 채용에 있어 비교 우위를 갖게 한다”고 말했다.

앤드류 존스 교수는 “자유학기제는 현재 중학교 중등 교육제도의 교과과정 내에서 운영되는 것으로 목표가 설정되어 있다”면서 “어린 나이의 학생들은 독립적인 활동을 할 수 있는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어린학생들을 위한 조기 자유학기제를 실시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계획과 구조화가 필요할 것이다. 이 또한 잠재적으로는 자유학기제로 얻게 되는 스킬 및 역량의 일부를 제한하게 셈이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진로 결정에 강조를 두고 있다면 어린청소년들은 직장경험에서 많은 것을 얻지 못할 수 있기 때문에 보다 나이가 많은 16-18세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영국에서도 중학교 내 ‘갭이어’ 방식의 과외 활동이 상당히 성장하긴 했으나, 대다수의 활동은 고등학교(16-18세) 및 대학 입학전(18-19세)의 시기에 이루어진다.

그는 또 “현재 한국의 자유학기제 계획은 전통적인 학교활동에 더 가까운 활동(예를 들어 스포츠 및 예술), 학업활동(독서)과 기존의 갭이어 활동과 더 가까운 경험(직무 경험)을 섞어놓은 것처럼 보인다”며 “독립성과 개인적 발전이라는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통상적이지 않은 활동(직무 경험, 그룹 프로젝트 또는 지역사회 활동)에 더 집중해야 할 것이다”고 조언했다. 배원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