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익 성향에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 ‘일간 베스트 저장소’가 학교 현장에도 뿌리 깊게 침투해 청소년의 역사 인식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간 베스트 저장소(이하 일베)는 2009년 디시인사이드에서 파생된 사이트로 5․18 민주화 운동 왜곡, 지역감정 조장, 여성비하 발언 등으로 연일 뜨겁게 논란이 되고 있다.

서울 소재 중학교 2학년 A군은 “‘운지’나 ‘홍어’ 같은 일베어를 쓰는 친구들이 많다”며 자신 역시 일베에 접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운지’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을 비하하는 말로 일베 회원들은 이 말을 ‘아래로 떨어진다’ 혹은 ‘상황이 안 좋아졌다’는 의미로 사용하고 있다. ‘홍어’는 진보적 성향이 강한 전라도 사람을 비하하는 말이다.

A군은 “정치나 사회 문제에는 사실 관심 없다”면서 “그냥 재미있는 자료가 많아 일베에 접속한다”고 말했다.

일베에 접속하지 않는 학생 역시 일베에 노출되기는 마찬가지였다.

서울 소재 고등학교 1학년 B군은 “친구들이 ‘운지’나 ‘삼일한’ 같은 말을 쓰는 걸 들어봤다”며 “무슨 뜻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애들이 쓰니까 같이 쓴다”고 말했다. ‘삼일한’은 ‘여자는 삼일에 한 번 때려야 한다’를 줄인 말이다.

경기 소재 고등학교 2학년 C군은 “친구들이 ‘민주화’라고 말할 때는 몰랐는데, 최근에 일베에서 ‘민주화’가 왜곡된 의미로 쓰이는 것을 알게 돼 놀랐다”고 말했다.

일베에서는 게시물을 비추천할 때 ‘민주화’ 버튼을 누른다. 2008년 광우병 촛불집회 때 진보인들이 보수인들과 소통하지 않고 허위사실을 유포, 선동했다며 “너희들이 말하는 민주화가 이런 거였냐”라고 말한 데서 시작되었다. 일베인들은 ‘자신과 생각이 다른 소수를 집단으로 억압하거나 폭행하는 행위’라는 뜻으로 사용하고 있다.

얼마 전 한 여성 아이돌이 라디오 방송에서 “저희는 개성을 존중하거든요. 민주화시키지 않아요”라고 말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한편, 최근에는 자신을 초등학교 교사라고 밝힌 일베 회원까지 나타나 학교에서 일베의 영향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우려가 계속되고 있다.

이 일베 회원은 작년 10월 ‘초등학교 교사 인증! 초등교사는 일베 못 가냐?’라는 제목으로 정교사 자격증과 함께 ‘로린이(로리타와 어린이의 합성어)들 귀엽다’라는 게시물을 올린 것으로 밝혀졌다.

한 대학교수 역시 “일베 인증을 하면 성적을 잘 주겠다”고 게시물을 올려 파장을 일으키기도 했다.

경기 소재 고등학교에서 근무하고 있는 E 교사는 “학생들이 이런 말을 쓰는 걸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며 “그런 말을 쓰면 안 된다고 말려보고 뜻을 바로 잡아주기도 해봤지만 학생들은 이미 이를 단순한 ‘재미’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바로잡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얼마 전 어떤 선생님은 학생들이 5․18 민주화 운동을 ‘광주 폭동’이라고 말해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고 전한 그는 “학교에서 역사 교육의 비중이 줄어들기 때문에 아이들이 인터넷에서 왜곡되고 있는 정보에 더 쉽게 노출되는 것 아니겠냐”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또한, 최근 일어난 대학교수와 초등교사 일베 인증과 관련해서 “아이들에게 바른 역사 인식과 무엇이 옳고 그른지 판단하는 능력을 가르쳐야 하는 사람들까지 왜곡된 인터넷 문화에 휩쓸리고 있다고 생각하면 답답할 뿐”이라고 말했다.

임혜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