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선행학습 규제 방침을 밝히면서 ‘선행학습금지법’이 다시 한 번 교육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기본적인 취지는 공감하지만, 선행학습을 규정할 기준 마련이 쉽지 않고 실효성에 의문이 든다는 지적이다.

안선회 중부대학교 교수는 “선행학습금지법은 사교육 문제의 원인을 해소하는 방안이 아니라 선행교육 증상에만 몰두한 대증요법”이라고 비판했다.

안 교수는 “공교육정상화촉진특별법을 통해 간접적으로 선행학습을 방지하는 방법은 검토할 수 있지만, 근본 원인은 그냥 두고 선행학습을 금지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전했다. 선행학습금지법이 헌법상 자유권을 침해한다는 것.

헌법 제31조 1항이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받을 권리’를 명시하고 있고, 헌법상 자유권은 포괄적 자유이기 때문에 교육의 자유는 보장받아야 할 기본권이라는 설명이다.

또한,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법률’은 사교육 방지의 실효성이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사교육 기관들이 국가교육과정과 다른 교육 프로그램으로 법을 피하고 비밀 고액과외라는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안 교수는 “심지어 학교의 자율적인 교육과정 운영권을 침해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김승현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실장은 “실효성 있는 법안을 만드는 것은 기술적인 문제이지 선행교육 금지법 제정 자체를 반대할 이유는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사교육 과열을 해소하기 위한 근본대책을 추진하는 한편, 선행학습을 비롯하여 아동과 청소년의 기본적인 인권을 침해하고 공교육의 근간을 뒤흔드는 당장의 나쁜 사교육에 대해 긴급 규제 대책을 세우는 것이 반드시 동시에 진행되어야 한다”는 것이 김 실장의 주장이다.

김 실장은 “선행학습이 문화적으로 엄격하게 금지되어 있는 환경이라면 굳이 법률로써까지 규제하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애초부터 없었을 것”이라며, 법률 수준의 금지를 검토할 만큼 선행학습의 폐해가 심각하다고 전했다.

실제로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작년 6월에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사교육과열지구로 알려진 전국 17개 지역 안에서 초중고 학생의 수학 선행학습 참여 비율이 70.1%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선행학습을 위해 평균 31.5만 원을 지출하는 것으로 조사되어 선행교육의 폐해가 심각한 것으로 밝혀졌다.

한편, 박 당선인은 ‘공교육정상화촉진특별법’을 제정, 선행학습을 유발하는 시험을 금지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지난 대선 후보 토론에서는 “선행학습금지법을 제정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임혜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