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원숙 기자] #12월 31일 서울 신림역 사거리. 고교생 A 군은 연말을 맞아 친구들과 모임을 갖기 위해 나왔다. “고등학생 때 술 안 마시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중학생들도 다 마시는데. 술 마시는 것에 대해 거부감이 없어요.”

학생들이 모여 술 마시는데 어렵지 않냐는 질문에 A 군은 “지금까지 큰 어려움은 없었다.”면서 “요즘은 에너지드링크를 섞어 만든 ‘밤 시리즈’ 폭탄주가 유행인데 맛도 좋고 술에 덜 취한 것처럼 느껴진다.”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웃었다.

 # 최근 운전면허가 없는 17살 안 모 군이 택시기사를 때리고 택시를 훔쳐 달아나다 차량 넉대를 들이받는 사고를 냈다. 안 군은 동작구 상도동의 한 길가에서 택시요금 문제로 운전사와 다투다 이 같은 일을 벌였으며 혈중알코올농도 0.11%의 만취상태였다.

술 권하는 사회, 술에 관대한 한국 문화가 청소년 음주에도 녹아들고 있다. 청소년 음주가 일부 학생들의 문제가 아니라 전반적인 현상으로 도를 넘어서고 있는 것.

특히 청소년들이 술에 취한 상태에서 성폭행, 성추행, 말다툼, 오토바이나 자동차 운전 등 범죄로 까지 이어지는 등 문제가 심각한 수준이다.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 청소년 10명 중 2명은 음주…폭탄주도 인기

최근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속인 김태원 의원이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제출받은 ‘학생 음주·흡연 등 약물 사용실태’ 조사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중·고등학생의 음주율은 21.1%로 나타났다.

음주를 경험한 청소년 중 위험 음주학생(1회 평균 남자 소주 5잔 이상, 여자 소주3잔 이상)은 48.8%였으며 특히 음주량이 중등도 이상인 학생은 2008년 44.6%, 2009년 47.4%, 2010년 47.2%, 2011년 48.8%로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또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전국의 중·고등학생 7만5643명을 대상으로 '청소년 음주실태'를 조사한 결과 최근 한 달 동안 술을 한 잔 이상 마셔본 경험이 있는 학생은 1만5594명으로 전체의 20.6%에 달했다.

이 중 술 마시고 기억을 못하거나, 다른 사람과 싸움을 하는 등 문제 행동을 두 가지 이상 하는 '문제 음주' 학생은 39.8%(6206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류 구매를 시도한 청소년 중 82.5%는 술을 쉽게 구할 수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으며 중학교 1학년생의 경우도 주류 구매 용이도가 58.0%에 달했다. 중3 학생은 75.3%, 고등학교 1학년생은 85.2%, 고등학교 3학년은 89.4%로 집계됐다.

현재 술을 마시고 있는 청소년 중에서 편의점이나 동네 슈퍼마켓 등에서 주류를 구매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 비율도 28.3%에 달했다.

특히 식품의약품안전청이 만 15세 이상 남녀 2066명을 대상으로 주류 소비·섭취 실태를 조사한 결과를 보면 청소년층에 해당하는 10대 22.7%가 폭탄주를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유통·판매되기 시작한 고(高) 카페인 음료를 소주, 양주 등과 함께 에너지 폭탄주 형태로 마시는 비율도 전체 조사대상(1033명)의 1.7%, 이 중 20대가 9.6%, 10대가 1.1%인 것으로 나타났다.

◈ 청소년음주 사회적 범죄로 이어져…청소년음주예방 조기 교육 필요

이에 따라 최근 청소년 음주를 줄이기 위해 범정부 차원의 종합적인 대책이 마련되기도 했다.

우선 학생들의 흡연 및 음주율 증가 및 저연령화 문제에 대해 학생들을 대상으로 청소년 흡연·음주 예방교육을 강화하기 위해 각 급 학교에서 관련 교육을 집중적으로 시행한다는 계획도 나오고 있다.

학교 및 지역사회에서 청소년들의 흡연·음주 적발 시 이를 학교나 학부모에게 통보하고 해당 청소년의 부모를 대상으로 청소년 흡연·음주의 유해성을 적극적으로 알리거나, 금연·금주를 위한 실천방법들에 대해 교육한다.

가정과 학교, 사회에서 미성년자에게도 술을 권하는 관대한 술 문화를(음복주나 백일주등) 개선할 수 있도록 사회전반적인 대대적인 인식전환 캠페인을 전개하고 공공장소나 대중교통 등 아동·청소년들에 쉽게 술과 담배를 노출시키는 주류광고에 대해 제한한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술·담배를 포함한 청소년 유해약물에 대한 불법판매행위를 적극 모니터링하기 위해 대형할인점(백화점), 중소마트, 편의점, 슈퍼마켓, 대중음식점에 대해 성인과 학생(부모동의서 포함)이 팀을 이루어 실시하는 청소년의 주류 및 담배 구입 실태 조를 확대하기로 했다.

청소년흡연음주예방협회 이복근 사무총장은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처음 음주 경험 연령이 13세로 관대한 술 문화가 청소년 음주율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부모나 친척들의 권유로 음주를 경험하는 경우가 많은 우리 청소년들은 스스로도 음주에 관대해지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사무총장은 “적당한 술은 몸에 좋다는 술에 대한 잘못된 상식이나 음복 문화, 술은 어른에게서 배워야 한다는 우리 사회의 잘못된 문화적 요소들을 바로 잡는 공익광고, 청소년에게 술을 판매하고 구입하는 행위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면서 “25세 이전의 스포츠스타나 연예인들이 음주 광고하는 것에 대한 법적 제재와 무분별한 주류회사의 광고 및 홍보행위를 제한하는 등 대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음주로 인한 신체적 피해를 알리는 단순한 교육에서 벗어나 청소년음주가 사회적 범죄로 이어지고 심리적으로는 우울장애, 반항성장애, 충동성을 유발시키는 실례를 들어 교육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청소년음주예방교육을 조기에 실시하고 청소년음주에 관해 학부모연수를 실시해 어른들부터 음주에 대한 경각심을 심어줘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