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조례 공표…실효성 있었나?”

 서울시교육청이 지난 1월 26일 학생인권조례를 공표했으나 교육과학기술부와 집회 자유, 성(性)적 소수학생 인권침해 금지, 임신·출산 등에 의한 차별 금지, 두발 규제 금지 등으로 갈등이 지속됐다.
 교과부는 서울시교육청이 공포한 학생인권조례에 대해 무효확인 소송까지 내면서 강하게 반발했고, 지난 3월엔 초중등교육법을 개정해 교육감의 학교규칙 인가권까지 폐지하고 개정된 초중등 교육법 시행령에 맞게 ‘학생, 학부모, 교사 합의에 따른 학교 자율’로 학칙을 개정하도록 지시했다. 

 한편, 지난 10월 서울시교육청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서울지역 중·고교의 88.4%는 학칙에 서울학생인권조례가 금지한 두발제한 조항을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1월 공포돼 교육계 갈등을 불러일으켰던 학생인권조례가 학칙에는 거의 반영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시교육청의 경우, 학생인권조례 초안에 ‘성별, 성적 지향, 종교, 나이, 언어, 신체조건, 출신 국가 등으로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규정했다가, “동성애를 조장한다”는 보수 언론 및 보수 종교계의 비판을 받고 결국 해당 부분을 삭제했다.

담임제도 개편…복수담임제 사실상 폐지

교육과학기술부가 학교폭력 예방 대책의 하나인 복수담임제 의무 시행 방침을 사실상 철회했다.
교과부가 복수담임제의 자율 실시를 골자로 한 ‘담임교사 운영제도 선진화 방안’을 마련해 각 시·도 교육청에 보냈다고 지난 8월 22일 밝히면서 사실상 시행 6개월만에 복수담임제가 폐지된 것.

이에 따라 2학기부터 각급 학교장은 복수담임제 시행 여부를 학교 여건에 맞춰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게 됐다. 교과부는 학교폭력 대책의 하나로 학급당 담임교사를 2명씩 배치하는 복수담임제를 지난 3월 학생수가 30명 이상인 중학교 2학년 학급을 시작으로 모든 초·중·고교로 확대, 시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교과부의 지침에도 학교 현장에서는 교사 부족과 학생지도에 대한 교사들 부담, 두 담임 간 역할 분담을 놓고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계속됐다.

서울시교육청의 경우 지난 1학기 시행 대상 중학교는 351개교였지만 69개교는 여건이 되지 않는다며 복수담임제를 실시하지 않았다.

전북교육감과 교과부의 첨예한 대립

 올 한해는 진보교육감으로 대표되는 김승환 전북교육감과 교과부 이주호 장관이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교과부-전북교육청’ 간 갈등이 빚어졌다. 

 지난해 시국선언에 동참한 교사들에 대한 징계를 전북교육청이 거부하면서 빚어진 갈등은 체육수업 확대, 학생부 기재 거부 등에서 사사건건 부딪히면 극으로 치달았다.

지난 3월 체육수업 확대를 놓고 진보교육감들이 ‘학교장 재량에 맡기겠다’며 교과부 방침에 들고일어섰지만 전북교육청의 반발이 가장 거셌다. 전북교육청은 아예 교과부 지침과 상관없기 기존 교육과정을 고수토록 한 바 있다.

‘학생부 기재’를 가지고는 법정공방까지 진행될 전망이다. 전북교육청은 지난 12월 5일 ‘학생부 기재를 거부한 도교육청 공무원들에 대해 징계를 신청하라’는 교과부의 직무이행명령에 대해 ‘자치 사무를 대상으로 하고 있어 위법, 또한 이행명령 발령 요관과 절차도 흠결이 있다’며 대법원에 직무이행명령 취소소송을 냈다고 밝혔다. 학생부 기재에 관한 전북교육청과 교과부의 갈등은 그간 전북 교육현장에서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진다’는 말이 나올정도로 학교 현장의 혼란을 가져왔다.

한편, 시국선언 교사의 징계를 미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 교육감이 12월 11일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자 김 교육감은 ‘상습적 고발을 일삼는 이주호 장관을 여야 정치권은 탄핵해야 한다’고 주장해 앞으로도 지속적인 충돌이 예상된다.

지도 거부에 욕하고 폭행하고…무너지는 교권

  ‘교권 이대로 가면 안된다’는 위기의식이 일어날 만큼 교권 추락이 가속화되었던 한 해였다. 교사에 대한 욕설은 물론 폭행 등이 연일 언론에 보도 되면서 교권 추락이 사회적인 문제로 부상했다.
 또한, 교사를 폭행하는 동영상, 교사에 대한 욕설이 SNS 및 각종 대형 포털사이트에 게재되면서 교권은 물론 개인으로서의 인권 침해까지 나타났다. 

 지난 11월, 부산의 한 중학교에서는 여교사가 수업 중 큰소리로 떠들며 종이비행기를 날리던 남학생을 훈계하던 중 해당 학생에게 폭행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주의를 줬지만 해당 학생이 장난을 멈추지 않자 교사가 저지하며 손등으로 뺨을 때렸고 학생은 교사의 멱살을 잡고 발로 넘겨 넘어뜨린 뒤 마구 걷어찼다. 

 학부모에 대한 교권 추락도 잇따랐다. 지난 8월 청주의 한 중학교에서 학교폭력 징계를 놓고 학부모가 교사를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누리과정 놓고 시의회-교과부간 예산 갈등

 내년부터 만 3~5세아에게 보육료와 교육비를 지원하는 골자로 한 '누리과정'이 중앙정부와 지방의회간 힘겨루기 양상으로 흐르면서 사업추진에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전국 시·도의회는 지난 11월 회의를 갖고 정부가 지원을 확대하지 않으면 내년 누리과정 예산을 전액 삭감하겠다고 결의했다.

　광주시의회가 누리과정 사업예산을 전액 삭감한데 이어 서울시의회 예결위는 보육류 재원부족을 이유로 서울시교육청의 내년 예산안 의결을 잠정 중단한 상태다.
　이런 지방의회의 잇단 예산삭감에 맞서 교과부가 시·도교육청의 방만사업에 대한 재정진단이라는 강수를 두고 나와 교육청이 난감한 입장에 처했다.

 교과부는 지난 12월 10일 전국 17개 시·도 부교육감 회의를 열어 누리 과정 예산 확보를 독려했다. 이 자리에서 교과부는 재정난을 이유로 내년 만3∼5세 누리과정 사업 예산을 삭감하는 시·도 교육청에 대해서는 재정 진단을 하겠다고 밝히며 예산삭감에 맞불을 놓았다.　  교과부가 지자체의 사업예산 편성 무산을 이유로 해당 교육청에 대한 재정 진단을 하겠다고 한 것은 지금까지 전례가 없던 일로 누리과정 예산부담을 놓고 정부와 지방정부가 정면으로 충돌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학교 비정규직 급식노조 파업에 ‘급식 차질’

 지난 11월 전국 학교의 비정규직 노조가 오늘 하루 총파업에 들어갔다. 파업에 참가한 상당수가 급식 조리원이어서 학교 급식에는 차질이 빚어졌다. 파업으로 전국 1천 200여 곳의 학교에서 급식이 중단됐다. 

 급식이 중단된 학교 학생은 집에서 싸온 도시락을 먹거나 학교 측이 제공한 삼각김밥과 빵을 먹는 등 급식에 차질이 빚어졌고 노조가 법적절차에 따라 쟁의절차를 거친 합법적인 파업이기 때문에 각 학교는 대체 인력을 투입할 수도 없었다.
 노조 측은 파업에 당초 3만 여명이 참석할 예정이었지만 학교 측의 압력으로 절반 밖에 참석하지 못했다고 설명했으며 교과부는 파업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강력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이어 11월 말에는 충북지역 비정규직 노조가 2차 파업에 들어가 28개의 학교에 급식에 차질이 빚어졌고 전북지역 비정규직 노조의 경우 12월 14일 2차 파업을 강행하는 등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교사 인권 지켜달라” 교권보호 촉구 움직임

교권 침해가 잇따르자 지난 8월 28일 교육과학기술부가 ‘교권보호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학생이 교사에게 폭언을 하거나 폭행을 하면 학부모와 함께 특별교육을 받거나 심리치료를 받아야하고 학부모가 학교에 찾아와 교사를 폭행하는 등 교권을 침해했을 시 기존 형법상 범죄보다 50%까지 가중처벌하는 방안도 추진됐다. 

 하지만 이에 대해 교육 각계 각층의 의견이 충돌했다. 일부 학부모 단체에서는 ‘갈등의 근원적 원인을 진단하지 않고 책임을 학부모에게 떠넘기고 있다. 학부모를 잠재적 가해자로 보는 것 아니냐’며 반발했다. 

 한편, 그간 지속적인 교권보호에 대해 주장하던 한국교총 등은 ‘교권보호법’을 제정해야한다는 의견을 내세우며 각계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