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학기에 국어 기간제 교사를 선발한 서울 모 고교 A교장은 최종 합격한 B씨의 이력에 놀랐다. 수업 실습 등 공채과정을 모두 거쳐 최고점자로 뽑힌 B씨가 60대 퇴직 교원인데다, 서울의 명문 사립고 교장 출신이었기 때문. 기간제 교사 구인난이 계속되면서 50·60대 퇴직 교원이 ‘귀한 몸’이 됐다.
교사가 부족한 일부 학교에선 즉각 현장에 투입할 퇴직 교원을 스카우트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교육부는 현장의 요구에 맞춰 기간제 교사의 연령 상한까지 풀었다. 다양한 정책적 이유로 기간제 교원이 확대됐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코로나19 유행 당시 정규 교원의 결원이 생겨야만 뽑을 수 있다는 규정을 한시적으로 풀었다. 이후 교육격차 해소, 신규 교원 채용 감소 등 일시적으로 발생한 교원 수요를 기간제로 충당. 기간제 교사에 대한 수요는 많은데 현장에서 기간제 교사 구하기가 어렵다고 하소연.
서울의 한 사립고 교사는 “경쟁률이 수십 대 1에서 2~3대 1로 떨어진 것은 물론, 공고를 올려도 한 번에 지원자가 오는 법이 없다”며, “교사가 되려는 교대, 사범대생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라고.
동료 교원들의 평가는 엇갈린다. 경기도의 한 연구부장은, “연령대가 높으신 분들은 시험 출제나 각종 행정업무가 서툴다 보니 보직 교사들이 업무 폭탄을 떠안게 된다”고.
서울의 한 고교 교사는 “주요 업무인 학교생활기록부 작성 과정에서 나이 든 분들은 세부 특이사항에 한두 문장 이상 적지를 못하더라”고.
한 고교 교장은 “나이가 많다고 교사로서 능력이 떨어지는 건 아니다”라며, 학교 운영에 대한 조언이나 수업과 관련해 후배 교원의 고민을 들어주는 등 멘토 역할이 가능하다고.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는, “교육청이 기간제 풀을 구성할 때부터 현장 연수를 받은 사람만 포함하는 등의 활용 방안이 필요하다”며 교사에게 주어진 행정업무를 도울 전담인력도 별도로 필요하다“고 강조.
옛말 한 마디: 할계우도(割鷄牛刀)
닭 잡는데 소 잡는 칼을 쓴다는 뜻으로, 작은 일에 큰 힘을 지나치게 사용한다는 의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