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교감 승진 전형 내역을 공개하라는 교사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승진 인원과 성적 커트라인 등 핵심 정보를 교육청이 공개하지 않는 데 따른 불만이 큰 탓이다.
‘깜깜이 인사행정’에 불신이 깊어지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투명한 정보공개를 요구하는 법적 소송을 준비하는 교사들도 나오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이 중등 교장·교감 승진 및 자격연수 인원과 성적을 공개한 파급 효과가 전국으로 확산될 조짐이다.
경기도에 거주하는 중등교사 A 씨는 지난해 경기도교육청 교감 자격연수 대상자 선정에서 탈락했다. 경력과 연수성적 및 가산점을 포함 그가 받은 총점은 109점대, 근평 100점까지 포함하면 209점대를 넘는다. 하지만 그는 자격연수 대상에 포함되지 못했다.
앞서 지난 2021년 도교육청이 학교에 보낸 공문에는 107.5점대(근평 제외) 이상이면 자격연수를 신청하라는 내용이 있어 자신 있게 접수했는데 결과는 의외였다. 심지어 주변에는 자신보다 총점이 1점 가까이 낮은 합격자도 있었다. 도저히 납득할 수 없어 도교육청에 대상자 선정 커트라인과 선발인원 등 교감 자격연수 대상자 결과 내역을 알려달라는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인사관리에 관한 사항은 비공개 대상입니다’라는 답변뿐이었다.
A 교사는 9일 자신이 특정 교과 교사이다 보니 불이익을 받고 있는 것 같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경기도교육청의 경우 계열별로 교감 자격연수 대상자를 뽑는 바람에 교과에 따라서는 자신처럼 점수가 높아도 탈락하는 일이 발생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높은 승진점수를 가지고도 계열별 선발 때문에 피해를 호소하는 교사들이 주변에 더 있다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다들 기피하는 학생부장을 수년간 맡아 중견교사로서 도교육청이 추진하는 정책들을 성실하게 수행했지만 돌아온 것은 역차별이었다”며 “이런 대접받으려고 그 고생을 했나 싶어 허탈하다”고 했다.
A 교사는 동료교사들과 함께 국민 신문고에 이러한 억울함을 알리고 이의신청도 계속해 나갈 생각이다. 주위의 도움으로 교장·교감 승진 대상자 선정 시 전형 내용 일체 공개를 요구하는 행정소송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서울시교육청이 중등교원 교장·교감 승진 및 자격연수 대상자 선정 인원과 커트라인 등 각종 자료를 자세히 공개한 것에 깜짝 놀랐다”며 “경기도교육청도 교원 인사행정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해 교원들의 신뢰를 높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3일 서울시교육청은 교장·교감 승진 및 자격연수 인원과 평균 평정점, 커트라인, 소요 기간 등을 전격 공개, 큰 호응을 받았다. 심지어 2026년까지 교장·교감은 물론 장학관 퇴직 예정 인원까지 공개, 인사행정의 예측성을 높였다는 평가다.
서울시교육청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초등에서도 교장·교감 승진 및 자격연수 대상자 선정과 관련된 일부 자료를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자격연수 대상 인원과 커트라인 정도는 공개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지만 아직은 검토 단계“라고 설명했다. 교육계에서는 서울시교육청 처럼 교원 승진 인사 내용을 정확하게 공개하는 것이 교육당국의 신뢰를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서울시내 한 초등교장은 ”교장-교감 승진 또는 자격연수 대상인원과 점수 등을 공개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면서 ”서울시교육청의 정보공개가 전국으로 확산돼 인사행정의 투명성을 높였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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