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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을 위해 청춘을 바쳤는데… 자존감이 많이 떨어지네요.” “아파트 대출이자는 오르고 월급은 깎이고, 난감합니다.”

“집 근처 도서관에서 하루를 보내는 게 일상이 됐습니다.” “기약이 없이 기다림이 제일 힘들어요.전화 한 통 없으니 답답할 뿐이죠.”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대기발령 중인 교육부 공무원들이 털어놓은 말들이다. 교육부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들이지만 지금은 ‘백수’(?)다.

물론 월급은 나온다. 하지만 수당은 없고 기본급도 깎인다. 대기발령 기간이 길수록 삭감 액수는 큰 폭으로 늘어난다. 그 규모가 상상 이상이어서 밝히기조차 민망할 정도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생활비 지출을 줄인다고 해도 경제적 타격이 만만치 않다. 한 대기발령자는 웬만한 거리는 걸어 다닌다고 했다. 마음이 심란해 버스 타는 것도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통장에 찍힌 액수를 보고 깜짝 놀랐어요. 기본급이 깎여 있더라고요. 여기저기 갚아야 할 돈은 많은데 고민이 없을 수 없죠.”

기다림은 이들을 가장 힘들게 한다. 대기발령 12개월째인 고위직도 있다. 근 1년을 집에만 있어야 했다. 이 기간 동안에는 여행도 맘대로 못 다닌다. 복무지침에 따르면 근무지 이탈이다. 현대판 위리안치(圍籬安置)인 셈이다.

한 국립대 사무국장 출신도 힘들었던 칩거 생활의 고충을 털어놨다. 대기발령 초기엔 곧 풀리겠지 싶어 느긋했다. 한 달에 한두 번 같은 처지에 놓인 전직 사무국장들과 소주잔 기울이며 잠시 지나가는 비쯤으로 여겼다. 하지만 얼마쯤 지나자 집 밖에 나가는 것이 부담스러워졌다. 사람 만나는 것도 엉뚱한 소문이 날까 봐 피하게 되더라고 그는 술회했다.

“옷 벗고 나가라는 것인지, 좀 더 기다려 보라는 것인지 알 수가 없네요. 답답한 마음에 교육부에 전화라도 걸어볼까 싶지만 후배들에게 부담 줄까 봐 그것도 못 합니다.”

아무런 예고 없이 대기발령에 들어간 이들이 겪어야 하는 심리적 충격은 크다. 정년이 보장된 공무원에게 대기발령은 재앙이다. 어렵다는 고시 뚫고 치열한 경쟁을 거쳐 고위직까지 올랐지 만 하루아침에 “그 집 아저씨는 왜 놀아요?”라는 말을 들어야 하는 처지가 됐으니 심경이 오죽할까. 부정이나 비위로 직위해제라도 됐더라면 내 탓이라 여겨 감내하겠지만 본인 의지와 상관없는 인사개편이나 정권교체로 난 대기발령이니 어디 하소연하기도 마땅치 않다.

새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대기발령에 들어간 인원은 줄잡아 20여 명, 이전 정부에서 1급 공무원이었다는 이유로, 대학에 대한 권한을 지자체로 넘긴다는 이유로, 이런저런 명분으로 보직해임당했다.

지난해 9월 교육부 직원들이 눈물로 항의하고 피켓시위까지벌였지만 장상윤 차관은 아랑곳 안 했다. 직원들 사이에선 차관 퇴진 요구까지 나오는 등 부글부글 끓었다.이러한 분위기를 의식한 듯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지난해 11월 7일 취임식 직후 가진 기자 간담회에서 국립대 사무국장 대기발령 질문에 “교육부 직원들의 사기를 너무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있어 빠른 시일 내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방대학과 지자체와 협력을 지원하는 교육협력관으로도 (대기발령을) 해소하지 못한다면 다른 방식을 통해서라도 해결 하겠다”고 약속했다.

엊그제 국무회의에서 지방대학 경쟁력 강화사업인 RISE 시범 지역 7곳에 교육부에서 교육협력관을 파견하기로 했다. 가뭄에 단비같은 소식이다. 기재부와 행안부의 동의를 얻은 셈이어서 가능성은 매우 높다. 국립대 사무국장 출신들의 타부처 교류도 마무리 단계다. 모처럼 반가운 일이지만 교육부의인사적체를 해소하는 데는 아직 갈길이 멀다고 한다.

다음 달 9일이면 윤석열 정부 출범 1년이다. 새 정부 들어 가장 '격전'을 치르는 부처는 교육부다. 사방에서 초가(楚歌)가 울려퍼진다. 위기의 순간, 국면을 타개하는통찰은 경험과 경륜에서 나온다. 쾌도난마가 능사 아니다. 사람도 꿰어야 보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