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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은 학교 혹은 학교 밖에서 ▲학생들 간에 발생하는 신체폭력 ▲언어폭력 ▲금품갈취 ▲강요 ▲따돌림 ▲성폭력 ▲사이버폭력 등에 의해 신체적, 정신적 또는 재산상의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다.

교육부의 2022년 1차 학교폭력 실태조사에 의하면, 2020년 조사에 비해 피해?가해?목격 응답률이 증가했다. 이는 코로나19 판데믹과 같은 상황에서 폭력 등의 문제가 줄어들다가 재난 이후에 다시 증가하는 일반적인 현상으로 보이며, 그 이유로 그간 학생들 간 상호작용이 줄었고, 교우관계 형성 및 갈등 조절의 어려움 등이 등교 수업 이후에 표출되는 것으로 이해된다. 우리나라에서는 그간 학교폭력 예방 및 대처에 많은 노력을 해왔지만 학교 폭력이 저연령화 되고 집단화되며 최근에는 특히 사이버폭력의 양상까지 더해지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에 놓여 있다.

이에 한국학교정신건강의학회는 2023년 2월 13일부터 28일까지 회원인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65명에게 우리나라 학교 폭력에 대한 경험과 의견에 대해 다음과 같이 조사하여 그 결과를 공유했다.

학교폭력 피해, 외상후스트레스장애로 이어져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다섯 명 중 4명은 매우 심각하다 29.2%, 심각하다 49.2%로 우리나라 학교 폭력 문제가 ‘심각하다’고 보았다. 학교 폭력 문제가 ‘심각하지만 나아지고 있다’고 응답한 전문의는 다섯 명 중 1명(21.5%)에 불과하였다.

본 조사에서 학교 폭력 피해자들은 ▲우울 ▲불안 ▲분노 ▲불면 ▲대인관계 어려움 ▲등교 거부 ▲자해 ▲자살 시도 등 다양한 증상들을 호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대부분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은 매우 동의한다 49.2%, 꽤 동의한다 35.4%로 학교 폭력 피해와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와의 연관성에 대해 동의했다. 외상후스트레스장애는 ▲범죄 ▲폭행 ▲납치 ▲자연재해 등과 같이 심각한 외상을 경험한 후에 침습 증상에 의한 반복되는 재경험, 사고와 관련된 자극 회피, 사고와 관련된 인지나 기분의 부정적인 변화, 과각성과 교감신경의 항진 관련 증상 등이 한 달 이상 유지되는 외상 및 스트레스 관련 장애다. 외상을 겪은 모든 사람에서 PTSD가 발병하지는 않고, 외상 사건 이전이나 이후에 일어난 여러 사건과 개인의 생물학적 및 정신사회적 요소들이 함께 발병에 관련한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대부분이 학교 폭력 피해와 불안장애와 그리고 우울장애와의 연관성에 대해 동의하였다. 외상후스트레스장애로 진단된 대상의 세 명 중 두 명은 다른 정신 장애가 동반하는데, 대표적으로 불안장애 또는 우울장애가 이에 해당한다. 또한 외상후스트레스장애 발병 여부와 관련 없이 학교 폭력 후에 불안장애와 우울장애가 나타날 수 있고, 기저에 불안장애나 우울장애가 있는 경우에 외상후스트레스장애 발병에 더욱 취약하다.

학폭, 대인관계·신체화 장애 영향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반수 이상에서 학교 폭력 피해와 신체화 장애와의 연관성에 대해 매우 동의한다 23.1%, 꽤 동의한다 21.5%로 동의했다. 학교폭력 피해를 입은 학생이 대처 기술이 부족하거나 사회적 지지가 불충분하다고 느끼는 등의 요인들로 인해 정신적 고통을 제대로 표현하거나 해소하지 못한 채 신체 증상으로 전환되어 배가 아프거나 소화가 안되거나, 머리가 아프거나 가슴이 답답한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이러한 신체화 증상들은 불안이나 우울의 한 표현일 수 있고 만성화될 수 있다.

학교 폭력 피해로 인해 가족 및 또래 관계가 와해되었다는 데에 응답자의 35.4%가 매우 동의하였고, 26.2%가 꽤 동의하는 등 학교 폭력은 피해자의 대인관계에 분명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학교 폭력 피해자들이 대인관계 측면에서 나타내는 일반적인 특성은 안전하지 못하다고 느끼고 다른 사람을 믿는데 어려움이 있거나 배신감, 불신감을 가지며, 외롭거나 고립감 등을 느낀다.

인성교육 강화, 학폭 이해와 대처능력 갖춰야

조사 결과, 학교 폭력 예방에 있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 33.7% ‘안정적인 학교 환경 도모’가 가장 중요하다고 보았고, ‘가정 내 지지적인 양육’(27.7%), ‘학교 폭력 예방 교육’(15.4%), ‘교사 역할 및 재량 강화’(12.3%) 순으로 그 중요성을 인식했다. 또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인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63.1%는 폭력 피해자에게 정신의학적 진단 및 치료가 필요하다고 보았고, 28.2%만이 대개 필요하다고 보았다.

한국학교정신건강의학회는 학교, 특히 중고등학교에서 학생 간의 예의, 대인관계 기술 등의 인성교육을 강화하고, 학교 폭력에 대한 이해나 대처법을 교육하는 등의 예방 활동이 필요하고 교사와 학교의 학교 폭력 사후 조정 및 대처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리고 학교 폭력 발생 이후에는 피해자, 가해자 및 방관 학생들의 정서, 사고 및 적응상에 발생하는 여러 문제나 영향들을 좀 더 세밀하게 들여다보고 필요시 정신 건강 전문가의 개입이 용이하도록 평시 협조 및 지원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