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 보다 명예 선택한 안양옥의 한국교총
성추문 덮고 비례대표 나선 정진후의 전교조

4월 총선을 앞두고 교총과 전교조의 서로 엇갈린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정치권의 러브콜에 한쪽은 박수를 다른 한쪽은 손가락질을 받는 처지가 됐다. 소속 회원들과의 약속을 내세워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안양옥 교총 회장, 성폭행 범죄사실을 은폐하려 했다는 비난에도 불구, 통합신당을 기웃거린 정진후 전교조 위원장. 이들 두 단체 전 현직 수장의 상반된 거취는 교육계 안팎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안양옥 회장은 지난 18일 새누리당의 초강세지역인 서울 서초갑 지역구 전략공천을 제안 받고도 고사했다. 집권여당 사무총장이 직접 출마를 권유하고 공천을 약속한 자리였지만 그는 금배지가 보장된 자리를 마다했다.

안 회장은 “새누리당에서 영입을 제안한 것은 개인적으로 영광이며, 국회에 진출해 국정과 교육발전을 도모할 수도 있지만, 교총 회장으로 교육발전과 떨어진 교원사기 및 교권추락을 회복하는 중차대한 사명이 남아 있다”며 불출마의 변을 밝혔다.

안 회장은 “교육자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약속을 지키는 것이다” 라고 전제한 뒤 “이러한 사고와 소신을 저버리고 총선에 출마한다면 결국 내 스스로 18만 회원과의 약속을 저버린 정치인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고민 끝에 결정을 내린 만큼 흔들림 없이 저의 고뇌에 찬 선택을 교육계 등이 이해해주실 것으로 기대하며, ‘회원이 주인 되는 강력한 교총건설’을 위해 교총 회장직을 무겁게 수행하겠다”고 소신을 밝혔다.

신뢰와 대의를 중시한 안회장의 결단은 교육계 안팎에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보수교육계의 대표주자격인 안회장을 영입, 지지율를 반등과 진보진영의 공세를 차단하려 했던 새누리당의 전략은 차질이 불가피해 졌지만 교총은 모처럼 국민들로 부터 ‘역시 다르다’는 찬사를 들었다.

한국교총 게시판에도 안회장의 결단을 칭찬하는 글들이 올라와 있다. 자신을 교총 회원이라고 밝힌 김모씨는 “안회장의 이번 결단은 한국 교총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신호탄”이라며 “이제 어디에도 흔들리지 말고 교육 정상화와 백년지대계의 교육을 향한 열정을 다시 한번 시도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국내 언론들도 교육계 대표가 정치에 참여하는 과정과 기준의 정당성을 강조한 것은 의미있는 결정이라며 높이 평가했다. 개인의 영달을 목적으로 정치권을 기웃거린 단체장들에게 경종을 울린 신선한 충격이란 호평을 내놓았다. 이번 일을 계기로 교총이 교육정책 등과 관련, 정관계에 지금보다 훨씬 강한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라는계 교육계안팎의 공통된 시각이다.

지난 19일 교과부 출입기자단과 가진 오찬에서 안회장은 “개인적으로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교육을 바로세우고 실추된 교권을 회복하는데 힘을 쏟겠다”며 “권력보다 명예를 선택한 자신의 결단을 이해하고 격려해준 회원들게 깊이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반면 전교조 정진후 전 위원장은 도덕성 비판에 시달리면서 전교조를 혼돈에 빠뜨렸다. 그는 위원장 재직 시절 성폭력 가해자를 두둔한 전력이 사실로 드러나 사면초가에 몰렸다. 불똥은 정 전 위원장을 비례대표로 추천한 장석웅 위원장에게까지 옮겨져 지도부에도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고 있다. 진보신당 지지 모임에서는 성폭력 은폐사건 백서 발간을 준비하는 등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여기에 교찾사와 참실련등 전교조 내 양대 세력간 갈등이 심화되면서 정 전위원장의 입지는 더욱 곤혹스러워 졌다. 전교조 홈페이지등에는 상대방을 비난하는 원색적인 글들을 쉽게 찾아볼수 있다.

정 전위원장의 정치권 진출은 전교조 갈등이 외연을 포털사이트로 확대했다. 다음과 네이버등에는 정 전위우너정의 비례대표 사퇴를 촉구하는 카페모임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전교조 조합원을 비롯 민노당 당원, 교육노동자, 가정주부에 이르기 까지 이들 모두가 진실규명을 요구하고 나서는등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자신을 전교조 조합원이라고 밝힌 한 교사는 “전교조가 이번 성폭력 사건의 벽을 넘어서지 못하면 잎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조직이 될 것”이라며 우려와 거부감을 나타냈다.

국회의원이라는 떼논 당상을 포기한 안회장과 조직의 치부를 드러내면서 까지 비례대표 선출을 고집한 정 전위원장. 두사람의 대조적인 처신은 한국사회 보수와 진보의 건강 지수를 명징하게 보여준 사건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