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당 가로채고, 근평 조작하고…
영어회화전문강사 '서러운 교단' 

학급수 감소로 일방해고 땐 '생계 막막'

고용안정 대책 및 복무규정 마련 시급

영어회화전문강사들의 1년단위 재계약으로 인한 고용불안 및 추가수당을 받지 못하는 등 정규직 교원과의 차별적인 대우를 받고 있어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영어회화전문강사제도는 공교육의 실용영어 강화 및 초등영어 수업시수 확대, 중등 수준별 영어 이동수업 확대 정책에 따라 교육과학기술부에서 09년 하반기부터 시행했다. 현재 전국 초·중·고 영어회화전문강사는 6,100여 명. 교과부는 내년에 2,300명을 추가 선발할 예정이다.

그러나 영어회화전문강사들에 대한 안정적 처우는 마련되지 않아 고용안정의 사각지대에 방치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임신·출산으로 인한 재계약 거부, 재계약을 빌미로 금품 요구, 재계약시 연가보상비와 퇴직금 지급을 피하기 위해 6개월단위 계약 강요, 수업평가에서 일정 점수 이상 받아야 재계약이 가능하다는 점을 악용하여 학교관리자의 친인척을 고용하고자 점수를 조작, 방학 중 보충수업 수당이나 방과후수업 수당을 정교사가 한것처럼 조작하여 수당비를 가로채는 등의 문제가 발생해온 것.

또 초중등교육법시행령 규정에 의하면 영어회화전문강사는 4년까지만 한 학교에 근무할 수 있어 제도 도입 4년이 경과하는 2013년 8월부터 차츰 대규모의 고용불안 상황이 도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이에 교과부는 지난 달 16일 영어회화전문강사 고용안정 방안을 발표했다. 교내 심사를 통해 계속 근무가 가능하도록 하고, 근무 연한을 4년 더 연장하여 총 8년의 근무가 가능하도록 관련 법령을 개정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영어회화전문강사들은 학급수의 감소에 따른 계약해지시에 재고용 보장 등의 대책, 학교장 계약으로 인해 발생하는 폐단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한국초중등영어회화전문강사협의회(한국영전강협의회) 육현경 부대표는 “급여체계를 연봉제로 책정함으로써 근무연수와 관계없이 임금이 제자리이고, 명절수당, 각종수당, 성과급 및 맞춤형복지에서 제외된 유일한 직종”이라며 “교육경력이 인정되지 않는 점은 교육공무원의 경력인정 호봉제와 급여수준의 상당한 차별을 가져와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보장하는 노동법에 위배된다”고 전했다.

비정규직인 영어 원어민 보조교사, 기간제교사, 인턴교사 모두 교사라는 호칭을 사용하고 있으나, 영어회화전문강사는 단독수업권과 평가권이 있음에도 ‘강사’라는 호칭을 사용하여 상대적으로 낮은 신분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점, 교원과 동일(정규과목 수업)하거나 유사(담임업무를 제외한 영어 관련 업무 및 다른 업무)한 일을 하고 있음에도 복무규정이 교원과 달라 학교현장에서 혼란과 차별을 일으킨다는 점도 문제로 지목된다.

육현경 부대표는 “‘강사’라는 호칭으로 인한 인식은 학부모와 학생에게 교권을 세우는데 장애가 되고 있고, 강사들의 자존감이 떨어지는 결과를 가져왔다”며 또한 “업무편람의 애매성으로 인해 각 학교마다 다른 복무사항을 적용함으로써 교육공무원의 복무규정과 차별성을 초래한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영어회화전문강사제도 폐지 운동 또한 진행중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및 비판측의 주장은 영어회화전문강사를 영어회화실력 중심으로 뽑다보니 학교교육의 특성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교사들과의 관계도 원활하지 않다는 것.

전교조 등은 현재 존재하는 6,104명의 영어회화전문강사들에 대한 고용안정은 필요하다고 인정하나, 공식적인 고용안정 방안은 내놓지 않은 상태다. “방과후강사로 돌려야 한다”, “제도를 폐지하고 영어회화전문강사들은 임용고시를 볼 때 어느 정도의 인센티브를 주어야 한다”, “독자수업권을 박탈하고 보조교사로 활용해야 한다”, “제도는 폐지하되, 현재의 영어회화전문강사들은 정규직화하고 의무연수, 심사 등의 과정을 거쳐 단계적으로 교원으로 전환하도록 해야 한다”는 등의 의견이 산발적으로 나오고 있다.

한국영전강협의회 김현곤 대외협력실장은 “영어회화전문강사제도의 필요성의 문제는 관념적인 이론이나 이익집단의 이해관계에 따라 평가될 문제가 아니므로 학교 현장의 학생들의 만족도와 객관적인 실사평가를 통해 확인되어야 한다”며 “2010년 경기도 교육청 연구용역 결과와 2012년 교과부의 학교 현장 설문조사에서는 긍정적인 것으로 확인되었다”고 강조했다.

한편,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불안 문제 및 차별을 시정하고 처우개선을 목적으로 하는 ‘교육공무직 특별법(안)’이 지난 20일 교과위에 상정됨에 따라 영어회화전문강사도 적용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김 실장은 “영어회화전문강사가 현재와 같은 법적 지위와 고용형태로 유지될 것인지, 교육공무직으로 정착할 것인지, 단계적 과정을 거쳐 교원으로 정착할 것인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며 “무기계약직으로의 전환, 교육공무직으로의 정착이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방안이라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한국영전강협의회 고선경 대표는 “영어 공교육 강화라는 막중한 책임감을 안고 학교로 들어갔고 어려운 여건속에서도 헌신적인 노력을 다해왔다”며 “학교교육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합리적인 고용안정 방안이 수립되기를 바란다”고 언급했다.

이 같은 논의는 지난 17일 김성태(새누리) 의원이 개최한 「비정규직 영어회화전문강사의 처우개선과 고용안정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논의되었다.

함수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