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동네에 지난해 영어유치원 두 곳이 일반유치원으로 변경이 되었어요.”

강남지역 다음으로 교육열이 높기로 소문난 경기도 평촌 지역에서 올해 들어 대규모 영어유치원 3곳이 일반유치원으로 변경 신청을 하거나, 아예 문을 닫을 계획이다.

지난해 영어 유치원에서 일반 유치원으로 허가를 받은 경기도 평촌의 S 유치원 이모 원장은 평촌지역에 한창 영어 유치원 붐이 일어 날 때 100여명 가까운 원생을 받았던 영어 유치원 3곳 중에 한 곳은 일반 유치원 인허가를 기다리고 있거나, 나머지는 문을 닫을 계획에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영어유치원에서 일반유치원으로 인가를 받은 한 유치원 원장은 “저희 유치원은 지난해 영어유치원에서 어렵게 일반 유치원으로 인가를 받아서 현재 운영하고 있지만, 그렇지 못한 평촌지역의 영어 유치원은 도산하기 일보 직전”이라며 “업계에서는 이미 영어 유치원의 붐은 꺼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내년에 5살이 되는 자녀는 두고 있는 경기도에 사는 홍미정씨는 “정부의 보육료 지원을 못 받을 때는 영어 유치원을 고려해봤지만, 내년부터 보육료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일반유치원을 보낼 것”이라며 “주변의 엄마들도 비싸게 보내는 만큼 효과를 크게 보지 못하는 영어 유치원 대신 보육료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일반유치원으로 몰리는 편”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윤선생영어교실이 윤스맘 커뮤니티 및 ASK YOON 홈페이지에서 자녀를 둔 30~40대 엄마 676명을 대상으로 지난 10월 9일부터 17일까지 설문 조사한 결과, 자녀를 영어유치원에 보내는 것에 대해 응답자의 41.1%가 ‘부정적’이라고 답했다.

그 이유(복수응답)는 ‘교육효과 대비 비용이 너무 비싸서’(91.7%)와 ‘영어보다는 인성교육이 우선시 되어야 할 시기여서’(89.2%)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박민숙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 연구원은 10년 전에 아이를 영어 유치원에 보냈던 학부모들은 아이가 초등학교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다른 아이들과 영어 수준이 비슷해진다는 것을 경험하고 주변에서 학부모들이 그 사실을 알아가면서 영어 유치원의 바람이 시들해진 것 이라고 내다봤다.

김승현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 정책실장은“ ‘영어 조기교육, 결정적 시기 가설이론’이 영어 사교육 시장의 상품을 판매하는 근거로 활용되었지만, 확인해 보니 이것은 한국과 같은 언어 환경에서는 과학적 근거가 매우 약하다는 것이 판명됐으며, 언어 기능 담당 측두엽은 만 6세 이후부터 발달하기 때문에 그 이전의 언어 특히 외국어 학습은 소용이 없다는 사실이 입증 됐다”고 말했다.

동덕여대 우남희(아동학과)교수는 “아이들이 유아기에는 뇌자체가 자리 잡지 않았기 때문에 언어를 배우는 것이 뇌에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아이들이 모국어도 익혀야하는 시기에 외국어까지 같이 익히는 게 뇌에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하게 만들기 때문에 뇌가 부실해진다”며“겉으로는 단어 몇 개하니까 잘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아이에게 결코 좋지

않으며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시작해도 절대 늦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박연구원은 한참 유행하던 영어 조기 유학의 경우엔 최근 유학 인구가 급감할 뿐 아니라 유학의 후유증이 심각하다는 것도 규명되었다고 밝혔다. 따라서 최근 영어 유치원의 붐이 꺼지고 있는 현상은 당연한 수순이라고 설명했다.

나성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