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붕괴현상이 심각해지면서 교원평가에 대한 교사들의 고충이 점점 더 심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업 진행도 힘든 상황에서 학생들에게 교원평가를 맡기기 불안하다는 의견이다.

충북 소재 한 초등학교에 근무하고 있는 H교사는 “4학년 때는 지도를 잘 따라주던 학생이 6학년이 되어서 다른 학생들을 선동해 수업 중 딴짓을 하는 등 돌발행동을 하기 시작했다”며 “체벌은 못 하고 담임선생님께 말해보기도 하고 애써 타일러보기도 했지만 그럴 때마다 아이들은 ‘선생님 때문이다’라며 오히려 더 반항했다”고 고충을 토론했다.

H교사는 “이런 아이들에게 교원평가를 맡겨야 한다고 생각하니 불안하고 화가 났지만, 수업을 따라주지 않으면서 교원평가에서 나쁜 점수를 줄까봐 꾹 참았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교사들도 마음 놓고 학생들에게 교원평가를 맡기기 어려운 실정이다.

실제로 H교사는 “불안한 마음에 교원평가 할 때 학생들에게 ‘수업이 잘 진행되지 않은 것은 너희들의 책임도 있는 것’이라 말했다가 회의감에 시달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 동료교사는 교원평가 할 때 학생들에게 간식이라도 돌릴까 고민까지 했다. 오죽하면 그럴까 싶어 탓하기도 쉽지 않았다. 그 교사는 결국 교원평가 시 뒤에서 아이들을 지켜봤다”고 전했다.

또한, “컴퓨터 자료를 준비해 그저 클릭만 하는 교사는 아이들에게 높은 점수를 받고, 열심히 수업을 준비하는 교사는 오히려 낮은 점수를 받는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선생님은 능력 있는 선생님이 아니라 아이들을 편하게 해주는 선생님”이라며 학생들이 실시하는 교원평가에 객관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경기 소재 고등학교에 근무하고 있는 K교사는 “학생생활 지도 시 ‘두고 보자’는 말을 하거나 학부모 대신 교원평가에 참여해 개인적 감정으로 나쁜 점수를 주는 학생들도 있다”고 말했다.

K교사는 “평가를 할 때에는 평가에 관한 개념과 교육이 되어있어야 한다. 정상적인 학교생활을 할 경우에 제대로 이루어지는 것인데 학생들이 평가가 무엇인지도 모른 채 그것을 무기 삼아 교사를 위협하는 상황에서 학생이 응답한 평가결과를 신뢰할 수 있느냐”며 “이러한 결과를 토대로 교사에게 연수 등의 조치를 취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충북교육청 이은진 장학사는 “일부 학생들이 진정성 없이 교원평가에 참여하는 등 평가결과에 객관성이 떨어질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교원능력개발평가를 폐지할 수는 없다”며 “학생들이 객관성을 갖고 진정성 있게 참여할 수 있도록 교원능력개발평가의 홍보와 연수를 강화해 학생의 의식을 개선해야 한다”고 전했다.

임혜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