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장 지시로 횡령 범죄에 가담한 직원을 중징계한 처분은 부당.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재판장 이정민)는 모 사립중학교 소속 A 교사가 교원소청심사위원회를 상대로 낸 결정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
A 교사는 2000년 완산학원이 운영하는 사립중학교에서 근무, 2019년 교육청 감사를 통해 학교회계를 부정하게 운영한 사실이 적발돼. 횡령한 돈은 학교 설립자인 완산학원 전 이사장 B씨에게 전달. A 교사는 이 과정에서 물품구입비를 허위로 지출해 업체에 지급하고 되돌려 받거나, 학생들이 낸 중국교류사업비 일부를 선물구입비로 부당 지출한 방법 등을 활용한 것.
학교는 교원징계위원회를 열어 A 교사의 해임을 의결, 교원소청심사위원회도 이에 동의.
A 교사는 이에 불복해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해임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소청 심사를 청구했으나 기각되자 위원회를 상대로 소송.
재판부는 A 교사가 횡령한 총 금액은 383만원으로 소액이고, 이는 대부분 B씨에게 지급돼 A씨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횡했다고 보기는 어려워. 이어 B씨가 사실상 학교 인사권을 모두 쥐고 있었던 점을 감안, A 교사가 경비집행이 부적절함을 알았어도 인사상 불이익 등을 감수하고 기존의 관행을 거스르며 원칙대로 처리하기 쉽지 않았을 것으로 판단.
또 재판부는 현금 조성을 지시한 교장, 횡령금 규모가 45배 이상인 다른 직원 등과 같은 해임 처분을 받은 점을 함께 지적. 이는 "징계사유에 현저한 차이가 있는데 동일하게 해임 처분을 한다면, 이 사건 해임 처분은 공평을 잃은 것으로서 평등의 원칙에 반한다" 부연.
한편, B씨는 2009년부터 10여 년간 학교와 법인 자금 53억여 원을 횡령한 혐의로 징역 7년 및 34억여 원의 추징을 선고받고, 2020년 형 확정. 또 "피고인의 지시를 거부할 수 없었던 교원들은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겪으면서 횡령범행에 가담, 피고인의 지시로 교육복지비 횡령 범행에 가담했던 C 교사는 수사 도중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고 판결.
옛말 한마디
죄는 천 도깨비가 짓고 벼락은 고목이 맞는다
나쁜 짓을 해서 이익을 차지하는 사람과 그것에 대한 벌을 받는 사람이 따로 있는 경우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