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가족이 확진입니다. 아이들은 캑캑거리고 저 역시 목이 찢어질 듯 아팠지만 재택수업을 했네요. 학교엔 눈치 보여 아프다는 말도 못하고. 눈물이 났습니다.”

한 교사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이다. 개학 후 10여 일이 지나면서 학교는 그야말로 전쟁통이다. 서울 A여고는 개학후 확진된 학생만 80여명에 이른다. 서울 B초등학교도 70명을 넘어섰다.

서울 C 초등학교는 두 명의 교감과 행정실장까지 모두 확진됐다. 교장도 감염 증세를 보여 병원에서 검사를 받았다. 자칫하면 학교 관리계통이 마비될 지경이다.

교사들도 마찬가지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11일 하루 교직원 확진자는 967명. 1천명에 육박하는 수치다. 그동안 누적 확진자는 총 1만1803명으로 증가했다. 4127명이 치료 중이다.

교육부 등 교육당국은 7만 5천명의 대체인력을 확보했다고 하지만 강사 구하기는 여전히 별따기. 그 많다던 강사들은 다 어디로 간 것일까.

사정이 이렇다 보니 모든 책임은 현장 교사들의 몫이 됐다, 서울시교육청은 급기야 확진된 교사들에게도 재택수업을 당부했다. 본인의 동의가 있어야 하고 증세가 경미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지만 현장에선 택도 없는 소리다.

기준이 애매해 학교에서 요청이 오면 이를 거부하기 쉽지 않다. 사립학교라면 더더욱 어렵다. 심지어 코로나 걸려도 병가 대신 재택신청하라는 요구를 받은 교사들도 있다.

가족 중 한 명이라도 코로나에 감염되면 확산되는 건 시간문제. 어린 자녀를 키우는 교사들의 고충은 더 심하다.

익명을 요구한 교사는 코로나에 확진됐지만 며칠째 재택수업을 하고 있다고 했다. 칭얼거리는 아이들에게 게임기 던져주고 수업을 했다. 월요일에도 사정은 달라지지 않는다. 일요일 저녁 콜록대는 기침을 꺽꺽 참아가며 수업 준비를 한다.

교사들은 분통을 터뜨린다. 원격수업을 하던 등교수업을 하던 학부모 의견만 듣는다. 교사들에게 수업 방식을 놓고 설문조사 한 학교는 거의 없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코로나에 확진돼도 일하라는 직업이 몇 개나 있겠느냐고 반문한다. 일반 기업체라면 노조에서 당장 들고 일어났을 법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학생들에 대한 애정과 소명의식으로 모든 것은 감내하며 버티고 있지만 이 모든 것을 당연시하는 교육당국을 보면 부아가 치밀어 오른다.

한 고등학교는 “교사는 아파도 괜찮다는 것인지, 대체강사 못 구한 확진교사는 원격수업하다 쓰러져도 좋다는 것인지 묻고 싶다”며 “교사 건강권이 철저히 무시되는 현실이 서글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