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나라에 가면서 장학금 남긴 제자를 그리워하던 스승이, 명예의 전당을 만들고 그 제자 이름을 명패에 남겨 사람들의 마음을 뭉클하게 하고 있다. 충북 금천고등학교 졸업생 故백귀보씨와 김명철 교장이 그 주인공이다.

금천고등학교에는 <백귀보 장학금>이 있다. <백귀보 장학금>은 사제간 약속을 지키기 위해 해병대에 입대 후 폐렴으로 사망한 백씨의 어머니가 기탁한 5천만원으로 운영되는 장학금이다.

백귀보씨는 1997년 3월 금천고에 입학했고, 3학년 때 현재 교장인 김명철 담임 교사를 만나 사제의 인연을 맺었다.

백씨는 부모님이 미국에 거주할 때 태어나 국적법에 따라 성인이 되면 본인의 국적을 선택해야 했다. 백씨는 20살이 가까워지면서 국적을 선택해야 하는 고민에 빠졌다. 미국 국적을 선택하면 ‘입대하기 싫어서 미국 국적을 선택했다’는 비난을 받을까 고민된다며 당시 담임이었던 김 교사와 상담을 했다.

함께 이로운 세상을 위해 <공부해서 남주자>라는 급훈을 내세웠던 김 교사는 “미국 국적을 취득하고 대한의 남자로서 군에 입대하면 된다”고 조언했고, 백씨는 꼭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을 했다. 제자들에 대한 사랑이 남다른 김명철 교사에 대한 존경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미국 국적을 취득한 백씨는 어머니의 반대에도 2004년 해병대 입대를 위해 미국에서 다니던 대학을 휴학하고 한국을 찾았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5년이 지난 25살이었다. 더 나이가 들기 전에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백씨는 그해 3월 해병대에 입대했으나 안타깝게도 훈련 도중 폐렴으로 사망해 대전 국립현충원에 안장됐다. 세상을 떠난 백씨를 가슴에 품은 어머니는 김 교사를 원망했고, 매년 현충일에 백씨가 안장된 현충원을 찾았다.

백씨의 어머니는 현충원을 찾을 때마다 묘비 앞에 생화가 놓여 있는 것을 알게 됐다. 김 교사 역시 10년이 넘도록 매년 현충일에 제자를 기리기 위해 헌화한 것이었다. 이를 알게 된 어머니는 2015년 5월 15일 당시 서경중학교 교감으로 재직 중인 김 교사를 만나, 백씨 앞으로 나온 위로금과 유공 연금을 모은 5천만원을 장학금으로 써달라고 내놓으며 김 교사에 대한 원망도 내려놓았다.

두 사람은 함께 금천고를 찾아 그 돈을 전액 장학금으로 기부했다. 그 후 김 교사는 금천고 교장으로 승진전보발령을 받았고, 백씨가 다니던 금천고 로비에 명예의 전당을 만들었다. 백씨와 함께 학교를 다녔던 금천고 10회 동문회가 설립에 앞장 섰고, 명예의 전당에는 학교를 빛낸 백씨의 명패가 졸업생들의 트로피와 상패 등과 함께 전시됐다.

명예의 전당에는 2008년도부터 금천고 교직원이 운영해 온 교직원장학회의 뜻이 담긴 명패도 전시됐다. 교직원장학회가 지금까지 기부한 장학금은 8천만원에 이른다. 김명철 교장은 명예의 전당을 개관하면서 “금천고등학교”와 “명예의 전당”이라고 새겨진 현판을 걸었다.

▲ 1월 7일, 금천고 학생회장, 동문회장인 김영주 도의원(금천고 1회 졸업), 10회 졸업생들, 그리고 교직원들이 함께 한 가운데 명예의 전당 개관식을 가졌다.

김 교장은 “명예의 전당은 정의롭고 성실하며 공부해서 남주는 인재 양성의 첫 시작점이 될 것이며, 우리 금천고의 과거와 미래를 위해 공헌하신 분들의 사랑과 정성을 영원히 기억하는 장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천고는 1월 7일, 금천고 학생회장과 동문회장인 김영주 도의원(금천고 1회 졸업)과 10회 졸업생들, 그리고 교직원들이 함께 한 가운데, 명예의 전당 개관식을 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