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의 한 초등학교 A교사는 올해 두 차례나 직위해제를 당했다. 5학년 여학생을 성추행했다는 이유에서다.

신고는 자신이 가르치던 학급의 B양이 했다. 새학년이 막 시작된 지난 3월, B양은 A 교사가 친구인 C양을 성추행했다고 주장했다. 

목격자도 없고 피해자도 없었다. 하지만 학생의 진술만으로 A교사는 아동성추행범으로 몰렸다. 경찰 조사가 시작됐고 얼마 뒤 사실무근으로 밝혀졌다. 그러자 이번엔 B양의 부모가 나섰다. 자신의 딸이 A교사로부터 성추행 당했다고 주장하고 학교와 교육청 등에 민원을 제기했다. 경찰이 수사에 착수하고 A교사는 이 사건으로 직위해제를 당한다.

현행 교육공무원법은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혐의로 수사가 개시되면 해당 교원은 학생·학교와 조속히 분리되도록 직위 해제한다.

“아이들과 친해지고 싶었는데...” 악몽은 그렇게 시작됐다

하지만 결론은 마찬가지. 경찰은 피해 사실을 확인할 수 없다며 ‘혐의없음’ 결정을 내린다. 고통스럽고 억울한 시간을 지나 A교사는 지난 9월 교단에 설 수 있었다. 6월 직위해제 된 지 79일 만이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B양의 학부모는 경찰수사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고 자신의 딸이 정신적 고통을 당하고 있다며 A교사를 검찰에 고발한다. 검찰의 수사가 시작되고 A교사는 ‘공무원으로서 품위손상과 교사로서 직위유지 부적절’을 이유로 10월부터 12월까지 두 번째 직위해제를 당한다. 이후 검찰 수사에서 무혐의 결정이 나고서야 그는 지난 12월 7일 교단을 돌아올 수 있었다.

A교사는 지금도 당시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신경안정제를 복용하며 치료 중이다. 지난 8개월 아동성추행범으로 몰려 당한 정신적 고통의 후유증은 그를 여전히 괴롭힌다. 학교 교권보호위원회부터 명예훼손 및 업무방해에 대해 교권 침해를 인정받았지만 학생 심리치료 10시간, 학부모교육 4시간이 고작이다. 무고혐의로 고발하고 싶어 교원노조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무혐의 처분 받은 것만으로도 다행”이라는 답변만 들었다.

아동 성취행범으로 산 1년... 나처럼 억울한 교사 없었으면

사건은 신학기가 막 시작된 지난해 3월 하순 일어났다. 평소처럼 수업을 마치고 퇴근하려는 순간 A교사는 교감으로부터 충격적인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자신이 가르치는 5학년 학생이 교장을 찾아가 “담임이 학생들을 성추행한다”고 민원을 제기했다는 것이다.

수학시간에 설명하는 척 하면서 여학생들을 뒤에서 껴안고 어깨나 머리를 쓰다듬었다는 주장이다. 학기 초여서 학생들과 속히 친해져야겠다는 마음에 한 행동이 이런 일을 불러올 줄 상상도 못했다. 코로나 예방을 목적으로 책상 앞면과 옆면에 가림판이 설치돼 뒤에서 수학 수식을 설명한 게 오해를 부른 것 같다는 지적에는 아차 싶었다. 그때만 해도 오해가 빚은 해프닝으로 끝나는 줄 알았다. 

그로부터 10여일이 지난 4월 초, B양 등이 또 교장실을 찾아갔다. 이번엔 A교사가 학생들의 가슴 근처와 배를 만지고 허벅지를 쓰다듬었다는 민원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같은 반 C양을 피해자로 지목했다. C양이 싫다는데도 A교사가 강제 추행을 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피해자 없는 성추행.. 경찰 무혐의 결정에 “내가 당했다” 허위 주장

사건의 심각성을 인식한 학교 측은 이를 교육청에 보고하고 경찰에도 신고가 이뤄졌다. 피해자로 지목된 C양이 “그런 일을 당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A교사 역시 결코 그런 행위를 한 바 없다고 해명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정신적 충격에 며칠 병가를 낸 뒤 학교로 돌아온 A교사는 하는 수 없이 학생들에게 사과했다. “친근하게 다가가려는 마음에 머리나 어깨 부분에 터치가 있었는데 혹시 기분 나빴던 학생이 있었다면 미안하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B양은 “선생님은 여학생들한테만 그러시잖아요”라며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교실 밖으로 뛰쳐나가버렸다. 쇠뭉치로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 들었다.

이 일이 있고 난 후 학생 몇이서 B양을 찾아갔다. 그리고 “너 때문에 담임선생님이 아프다. 사과해라”라고 요구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 소식을 전해 들은 B양의 부모는 화를 내며 A교사를 아동학대 혐의로 교육청에 신고했다. 곧바로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조사를 나왔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했지만 성추행 혐의점은 찾지 못했다.

교육청·학교 찾아다니며 집요한 항의... 검찰수사로 두 번째 직위해제

하지만 학부모는 물러서지 않았다. 학교 측에 A교사를 직위해제하라고 요구했다. “가해자를 감싸고 있다”며 교장에게 거칠게 항의했다.

“피해자가 없는데 어떻게 징계를 하느냐”는 학교측 반박에 “그럼 내 딸이 피해를 당했다고 하면 되겠네요”라고 소리 지른 뒤 그날 저녁 성추행 피해 신고를 해버린다. A교사가 자신의 딸인 B양과 어깨동무를 하고 브레지어 끈을 손톱으로 잡아당겼다고 주장했다.

결국 A교사는 지난 6월부터 무려 79일간 직위해제를 당한다. 그리고 경찰 수사가 시작됐다. 얼마 뒤 사건을 수사한 경찰은 ‘피해사실에 대한 구체적 진술이 없어 범죄사실을 특정할 수 없다’며 무혐의 결정을 내린다.

A교사는 학교로 복귀했지만 B양의 부모는 경찰 수사결과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이번엔 검찰에 고발하는 등 물고 늘어졌다. 교육청에 집요하게 민원을 제기하고 입에 담지 못할 말로 거칠게 항의했다. 

10월 21일 A교사는 또 직위해제를 당한다. 하지만 검찰 수사에서도 혐의점은 발견되지 않았다. 12월 1일 사건을 담당한 울산지검은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혐의없음’ 결정을 내린다. 12월 7일 A교사는 다시 학교로 돌아올 수 있었다.

제자 거짓말 한마디에 무너진 교사의 삶 .. 자살충동에 괴로운 나날

하지만 이미 그는 만신창이가 돼 있었다. 지난 1년 아동성추행범 누명을 쓰고 갖은 수모를 당했다. 15년 교직 생활의 삶이 송두리째 무너지는 충격을 맛봤다. 자신이 가르치던 제자가 무슨 심경으로 그런 짓을 했는지 생각하면 할수록 어처구니없고 분했다. 그동안 당한 괴롭힘을 생각하면 학생과 학부모 모두를 법정에 세우고 싶은 마음도 크다. 하지만 B양은 촉법소년이다 보니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다.

그는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누군가의 삶을 송두리째 흔든 사건을 저질러도 나이 어린 학생이라는 이유로 처벌할 수 없다는 사실에 무력감을 느꼈다”고 했다. 학부모를 무고혐의로 걸고 싶어도 직접적인 증거가 없다 보니 답답할 뿐이다. 주변 동료들은 그에게 “참고 넘어가라”고 충고 아닌 충고를 한다. 아무리 억울해도 법이 교사를 보호하지 못하니 어쩔 수 없지 않느냐는 말이다. 그는 신경안정제를 먹어야 겨우 잠이 든다. 홧병으로 정신과 치료도 받는다. 심한 모욕감에 극단적 선택에 대한 충동을 느낀 적도 여러 번이라고 털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