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중순만 해도 백신 접종 240일 만에 코로나19 백신 전국민 접종률 70%를 달성. 이제 마스크를 벗고 바이러스와 맞설 준비를 마치고 위드코로나 시대를 맞이한다는 기대감에 전국민이 환호했다. 하지만 오미크론 등장으로 45일만에 좌초. 유례없는 팬데믹으로 전 세계가 진통을 겪고 일상이 마비되었음에도 우리 아이들은 자라간다. 전쟁통에도 그랬고, 사회적 혼란 중에도 아랑곳없이 철모르고 피는 꽃처럼…다사다난했던 2021년을 돌아보며 신축년에도 팬데믹에 좌절하지 않고 교육계도 든든히 자라가길 바라본다. 

-편집자주

▲ 수능 출제 오류…강태중 원장 사퇴

강태중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원장이 지난해 12월 15일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생명과학 Ⅱ 20번 문항 출제 오류 책임을 지고 사퇴의 뜻을 밝혔다.

논란이 된 생명과학Ⅱ 20번 문항은 집단Ⅰ과 집단Ⅱ 중 하디·바인베르크 평형이 유지되는 집단을 찾고 '보기'의 진위를 판단하는 문항이다. 소송을 낸 수험생들은 지문에 따라 계산하면 집단 개체 수가 음수(-)가 되는 오류가 있어 풀 수 없는 문제라고 주장했다. 반면 평가원은 지난달 29일 문제에 이상이 없다고 판정했다. 문항의 조건이 완전하지 않아도 학업 성취 수준을 변별하는 데 문제가 없다는 것이었다. 이에 수험생들은 지난 2일 생명과학Ⅱ 20번 문항에 오류가 있다며 평가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결국 재판부는 "2022학년도 수능 생명과학Ⅱ 20번 문항 정답을 5번으로 결정한 처분을 취소하라"고 밝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이주영 부장판사)가 이날 수능 생명과학Ⅱ 응시자 92명이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을 상대로 낸 정답 결정 처분 취소 소송을 원고 승소로 판결한 것이다. 법원의 1심 선고 직후 강태중 한국교육과정평가원원장은 "법원의 판결을 무겁고 겸허한 마음으로 받아들인다"면서 "수험생과 학부모님 그리고 선생님을 포함한 모든 국민께 충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히고 사퇴를 표명했다.

▲ 위드코로나 또 1년 등교 반복

교육부는 지난해 12월 16일 정부 거리두기 강화 조치에 따라 지역 감염 위험이 큰 수도권 지역 모든 학교와 비수도권 과대학교·과밀학급을 중심으로 학교밀집도를 3분의 2 수준으로 조정했다. 지난 11월 22일 전국에서 전면등교가 시행된 지 24일 만이다.

코로나 팬데믹 2년 만에 어렵게 시작된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 회복)’가 45일 만에 좌초되고, 정부는 하루 확진자 1만명까지 감당할 수 있다고 장담했으나 병상·인력 확충, 재택 치료 체계 마련 등 미비했다. 하루 확진자가 7000명씩 발생하고 백신 효과가 줄어들자 200명대를 유지하던 중증 환자 수가 1000명대까지 치솟았다. 병상이 부족해 집에서 대기하는 환자도 1000명 내외로 늘었다. ‘델타·오미크론 복합 쇼크’ 상황에서 언제 위드 코로나를 향한 여정을 다시 시작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위드 코로나'가 중단되면서 전국 전면등교 시행도 한 달을 못 채우고 중단됐다.

▲ 첫 통합형 수능 ‘역대급 불수능’…만점자 1명

지난해 수능은 첫 문이과 통합형 수능으로 치러졌다. 종전과 달리 문·이과를 통합하는 2015 개정 교육과정이 적용되면서 처음으로 계열 구분 없이 치러졌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국어·수학 영역이 ‘공통과목+선택과목’ 구조로 바뀌었다. 문·이과 구분 없이 국어에서는 ‘독서, 문학’을 공통으로 하고 ‘화법과작문’, ‘언어와매체’ 중 선택한 과목을 봤다. 수학에서는 공통과목으로 ‘수학Ⅰ, 수학Ⅱ’를 보고 선택과목 ‘확률과통계’, ‘미적분’, ‘기하’ 중 1개를 택했다. 예년과 비슷하게 출제했다는 수능출제위원장의 분석과 달리 지난해 12월 9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하 평가원)이 발표한 채점 결과는 국어, 수학, 영어 모두 어렵게 출제된 역대급 ‘불수능’으로 드러났다. 교육계에서 우려했던 문이과 격차도 현실화됐다. 국어영역이 변별력 있게 출제되고, 수학과 영어도 매우 난이도 있게 출제되었다. 수능 응시인원은 448,138명으로 전년도 421,034명보다 27,104명이 증가했다. 국어영역은 표준점수 최고점이 이제까지 치러진 수능 중 두 번째로 높아 '역대급' 난이도였음이 확인됐고, 수학영역도 표준점수 최고점이 작년보다 10점이나 높았다. 절대평가인 영어영역의 1등급 응시자 비율은 지난해의 반 토막이다.

▲ 형태만 바뀐 학폭 ’사이버 폭력‘ 증가

교육부는 지난해 1월 17개 시도교육감이 초4∼고2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0년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조사는 매년 두 번 실시(4월 전수조사, 9월 표본조사)하여 왔으나, 2020년에는 코로나19 확산 상황을 고려하고 학교현장의 업무 부담을 경감코자 축소하여 9월에 시행했다. 학생 천 명당 피해유형 응답 건수는 지난해와 비교해 모든 피해유형에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언어폭력(4.9건), 집단따돌림(3.8건), 사이버폭력(1.8건) 등의 순으로 조사되었다. 피해유형별 비중은 언어폭력(33.6%), 집단따돌림(26.0%), 사이버폭력(12.3%) 순이며, 2019년 1차 조사와 비교하여 다른 피해 유형의 비중이 감소한 것과 달리 사이버폭력(3.4%p), 집단 따돌림(2.8%p)의 비중은 증가하였다. 집단따돌림은 초>중>고 순으로 비중이 높았고, 언어폭력은 초등학교에서, 사이버폭력은 중학교에서 비중이 가장 높았다.

▲ 지난해 임용고시 여성 압도적

지난해도 서울 공립학교 교사 임용시험에서 여성 합격자가 압도적이었다. 서울시교육청은 2021학년도 공립 유치원·초등학교·특수학교 교사 임용시험 최종합격자 455명을 지난해 2월 2일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했다. 공립유치원 교사 합격자는 85명이며 이 중 남성 합격자는 없었다. 유치원 특성상 임용시험에 지원하는 남성이 별로 없어 합격자도 드물다는 게 교육청 관계자 설명이다. 지난해에는 남성 1명(1.03%)이 합격했다. 공립 초등학교 교사 합격자는 303명이며 이 중 남성은 40명으로 13.2%를 차지해 작년 10.4%보다 2.8%포인트 증가했다. 공립 특수학교 교사 합격자는 67명으로 이 중 유치원과 초등학교 단계의 남성 합격자는 각각 1명(7.1%)와 7명(13.2%)이다. 공립학교 교사 임용시험에서 여성 합격자가 남성 합격자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보니 현직교사의 70% 이상이 여성이다.

▲ ‘학폭’ 가해학생 초기 분리

교육부는 지난해 6월 15일 국무회의에서 교육부 소관 7개의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을 심의·의결했다고 밝혔다. 성 비위 등 사유로 징계처분을 받은 교원은 일정기간 동안 학급을 담당하는 교원(담임)으로 배정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으로 「교육공무원법」, 「사립학교법」이 개정(2020.12.22.공포, 2021.6.23.시행)되면서 그 세부 내용은 시행령에서 정하도록 위임함에 따라, 담임으로 배정될 수 없는 징계처분 사유를 성폭력범죄 등으로 정하고, 징계처분의 종류에 따라 학급을 담당하는 교원으로 배정될 수 없는 기간을 파면‧해임 10년, 강등 9년, 정직 7년, 감봉‧견책 5년 등으로 정하였다. 성 비위를 저지른 교원과 학생들을 분리하여 학생들을 보호하고 2차 피해를 방지하는 등 성범죄로부터 보다 안전한 학교 환경을 조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23일부터 시행되면서 교육현장이 혼란에 빠졌다. 가·피해학생 분리과정에서 당사자들이 반발, 항의성 민원이 폭주할 뿐 아니라 법적 대응에 나서면 학폭담당 교사가 모든 책임을 지게 된다는 것이다. 일선학교의 학교폭력업무 부담을 덜어준다는 취지로 개정된 학교폭력예방법이 도리어 교사들에게 큰 법적 행정적 부담을 주게됐다.

▲ 교장부터 제자까지 성희롱

한 중학교 교사가 제자들에게 성희롱당한 사실을 학교에 알렸지만, 사건 은폐는 물론, 2차 가해를 한 혐의로 학교 교장과 교감을 교육청 성폭력신고센터에 신고했다.

지난해 2월 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성희롱을 덮고 2차 가해한 학교 관리자에게 징계 내려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 글이 게재됐었다. 자신을 경기도교육청 소속의 한 중학교 교사라고 신원을 밝힌 청원인은 학생들에게 '쌤(선생님) 자취하세요?' '누구랑 사세요? 아 상상했더니 코피 난다' 등의 지속적인 성희롱을 받은 사실을 털어놨다. 이러한 피해 사실을 교장에게 알렸으나, 조치는 취하지 않고 ‘일을 크게 만들지 말라’, ‘교사가 참고 넘어가야 한다’, ‘붙는 청바지를 입지 마라' '예뻐서 그런 거다' 등 2차 가해를 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시민들 사이에서는 가해 학생과 사건을 은폐한 학교 관계자를 비난하는 여론이 거세게 일어. 되풀이되는 학교 내 성폭력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 얼렁뚱땅 ‘홍익인간’ 삭제·철회

교육이념에서 ‘홍익인간’을 삭제하고 ‘민주시민’을 넣는 교육기본법 개정안을 발의한 더불어민주당 민형배 의원이 비난이 거세지자 지난해 4월 22일 철회 의사를 밝혔다. 민 의원은 개정안 제안 이유서에서 "현행법 제2조에서는 교육이념으로 홍익인간(弘益人間)을 규정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표현이 지나치게 추상적이라 교육지표로 작용하기 어렵고, 1949년 제정된 교육법의 교육이념이 70년간 변화된 사회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개정안 발의 이후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이하 교총)를 중심으로 교육계에선 강한 반발이 일어났다. 교총은 "교육기본법은 교육가치와 사회적 합의를 토대로 지난 73년간 우리 교육을 관통하고 있는 핵심 가치"라며, "일부 국회의원들의 법률 개정 차원이 아닌 '국가 대표성을 지난 논의 기구'를 통해 국민적 합의를 도출하는 것이 마땅하다"라고 지적했다.

▲ 제2외국어 교육학과 사라지다

한국외국어대학교(총장 김중렬) 사범대가 교육부로부터 저조한 평가를 받자 학교 측이 제2외국어 교육학과를 통폐합하기로 결정했다. 이어 동문은 '전문성 약화'를 우려하며 법적 대응 예고했고, 한국외대 학교법인 동원육영회는 지난해 4월 9일 이사회를 열고 사범대 신설 학부제 추진과 정원 감축 문제를 논의했다. 이에 2022학년도부터 사범대 소속 5개 교육학과 중 프랑스어·독일어·중국어교육과 전체 인원을 약 30% 감축하고, '외국어교육학부'로 통합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학교측 설명에 따르면, 제2외국어 교육학과를 그대로 두면 정원을 18명에서 14명으로 줄여야 하는데, 각기 단일학과로 운영하기에는 그 규모가 작다는 입장이다. 지난 10여년간 프랑스어·독일어·중국어 교원 임용 수요가 적어 탄력적 학사 운영이 필요하다는 점도 이유로 들었다.

이사회 승인을 받은 한국외대는 이 같은 사범대 운영계획을 교육부에 승인 요청한 상황이다.

▲ 1인당 월평균 32만원…‘선행학습 규제’ 사교육비 31% 증가

지난해 1월 5일 국회입법조사처 이덕난 교육문화팀 입법조사연구관의 입법영향분석보고서 '선행교육규제법상 선행교육 및 선행학습 유발행위 금지 등의 입법영향 분석'에 따르면 사교육 참여율은 2014년 68.6%까지 줄었다가 2019년 74.8%로 6.2%포인트 증가했다. 선행학습 금지법(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 특별법) 시행 7년차를 맞았지만 사교육비는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 입시, 학원 광고 등 사교육 유발행위는 줄었으나, 사교육 참여율이나 사교육비는 잡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사교육 참여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24만 4,000원에서 32만 1,000원으로 2014년 대비 초·중·고등학생 모두 올랐다. 초등학생은 28만 6,000원에서 34만 7,000원으로, 중학생은 39만 1,000원에서 47만 4,000원으로, 고등학생은 46만 4,000원에서 59만 5,000원으로 각각 상승했다. 지난해 1월 12일 소비자교육중앙회가 최근 온·오프라인 사교육을 경험한 자녀가 있는 학부모 1,000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수능에 대비한 사교육을 온라인(인터넷 및 통신 강좌)으로 받은 비율이 42%로 가장 높게 조사됐다. 이어 학원 교육은 34.5%, 개인 교습은 13.1% 순이다. 온라인 사교육을 선택하는 이유로는 '이용하기 편해서'라는 응답이 20.8%로 가장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