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활발히 추진되다 소음문제 등으로 도입이 중지된 오픈플랜형(Open-plan, 교실 사이 벽을 없앤 열린공간) 교실이 십 수 년 지난 지금까지도 학교현장에서 예산낭비를 부르고 있다. 2000년대 초반 이후 열린교육 움직임이 둔화되면서 오픈했던 공간을 합판으로 때우는 시공을 감행한 탓에 소음과 교실구조 이상 등의 부작용이 속출하면서 일선 초등학교가 재시공에 들어갔다.

경북 Y초등학교는 여름방학 동안 1천여만 원의 예산을 들여 교실과 복도 사이에 채워졌던 합판을 때내고 벽돌을 채우는 공사를 진행했다. 과거 열린교육 바람을 타고 교실과 복도 사이 벽을 없앴던 것을 다시 원상복귀 하는 과정에서 벽돌이 아닌 합판으로 벽을 채우면서 소음 등의 부작용을 학교 측이 더 이상은 방치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 학교 P교감은 “당시 열린교실을 만들 때 두 칸 교실을 한 칸으로 만들고, 복도로 향한 벽까지 허물어 오픈교실을 선보였는데 열린교육이 시들해진 이후 예산과 공사기한 등의 이유로 교실 벽을 합판으로 때웠던 것으로 보인다”며 “합판으로 벽을 채운 탓에 수업시간 교사의 목소리가 옆 교실까지 들리는 부작용이 속출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학교는 시공 이후 또 다른 문제에 부딪혔다. 지속으로 비체계적인 시공을 감행한 까닭에 교실구조가 이상해지고 복도 마룻바닥에서 소음이 나기 시작한 것.

P교감은 “오래 전 열린교실을 원상복귀 하는 과정에서 벽돌이 아닌 합판으로 조잡하게 땜질한 탓에 교실 모양새가 거의 컨테이너 수준이 됐다”며 “과거 복도까지 무리하게 벽을 없앤 것을 다시 벽을 만드는 비체계적인 시공으로 공사가 끝난 이후에도 마룻바닥을 걸을 때마다 소음이 난다”고 말했다.

이어 “열린교육 의미는 교육주체들에게 열린 마인드를 요청하자는 것이었는데 철학은 열지 않고 애꿎은 교실 벽을 없애서 오픈했다”며 철학 부재에 따른 열린교육의 폐해를 꼬집었다.

전교조 이영탁 소장은 “한바탕 유행이 시들해지니 때려 부순 벽을 다시 봉합하기 시작했는데 그 조차도 제대로 시공되지 않아 10년 후 다시 재봉합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라며 “교육사업에 반드시 철학이 수반돼야 하는 이유”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