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교육청이 통학 불편 해소와 학교선택권을 보장한다는 명목으로 도입한 ‘선지원 후배정’ 방식의 학교 배정이 진행됐다. 그러나 실제로는 민원글이 17개에 달하는 등 잡음이 일고 있다. 교육단체들도 특정학교 쏠림과 학교서열화를 이유로 선지원 후배정 방식을 전면 재검토할 것을 주장하고 나섰다.

교육공공성 실현을 위한 강원교육연대는 지난 5일 기자회견을 열고, 강원도교육청에 ‘선지원 학교배정’ 추진에 대한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고 자료를 공개하며 학교 배정 방식에 대해 함께 논의할 것을 촉구했다.

강원도교육청에 따르면, 지난 14일 열린 ‘2020학년도 교육감입학전형(평준화) 고등학교 신입생 추첨 배정’에서 올해 처음으로 실시된 선지원 후추첨 배정방식을 통해 ▲춘천 71.5% ▲원주 77.2% ▲강릉 78.7%의 학생들이 자신이 지망한 학교에 배정됐다.

도교육청은 이 방식을 통해 통학 불편을 해소하고 학교선택권을 보장해 희망 학교 배정 비율이 70~80%이며, 학생과 학부모의 만족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강원교육연대가 선지원 경향성을 파악한 결과, 학교 선호도 차이와 특정학교 쏠림 현상이 나타났다. 선호 학교와 비 선호 학교 사이의 지원 비율은 최대 차이가 강릉 7.7배, 원주 5.4배, 춘천 44.6배에 달했다.

춘천 지역 어느 중학교의 경우, 선호 학교와 비 선호 학교 간 지원 비율 차이가 105배에 달했으며, 특정학교 쏠림도 뚜렷했다. 물론 근거리 학교에 대한 선호, 집 근처 학교를 선택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춘천이나 강릉의 경우, 매우 가까이에 있는 학교 사이에도 선호도 차이가 크게 나타나고 한 학교에 쏠리는 현상도 나타났다.

강원교육연대는 도교육청이 선지원 후배정 방식을 도입하면서 어떠한 공론화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선지원 학교배정 방식’은 2017~2018년에도 공청회, 연구 용역 추진을 통해 의견수렴과 검토를 거쳐 도입하지 않기로 결정했던 만큼, 이번에도 그러한 과정이 반드시 필요했다. 그러나 도교육청은 지난 해 3월 말, 단 6일 만에 선지원 학교배정 도입을 확정 발표했다. 단 한 번의 공청회, 토론회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강원교육연대는 “학교서열화를 조장하고 고교평준화의 근간을 흔드는 선지원 학교배정 방식을 강행하는 것은 그동안 ‘모두를 위한 교육’을 기조로 추진해 온 평등교육‧민주교육을 도교육청 스스로 흔드는 것”이라며 강원도교육청에 ‘선지원 학교배정’ 방식에 대한 밀실행정‧독단행정을 즉각 중단하고, 구체적이고 명확한 근거자료를 제시해 함께 논의하고 재검토할 것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