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교육 차원에서 들여왔던 북한의 어린이용 만화책이 ‘이적표현물’이라는 이유로 이를 소지한 교사들이 오랜 소송 끝에 형이 확정되면서 당연 퇴직을 당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인천지부에 따르면, 지난달 9일 전교조 통일위원회 소속 교사 4명의 항소심 재판에서 대법원이 국가보안법에 따른 ‘이적표현물 소지’를 이유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확정했다. 이에 해당 교사들은 당연 퇴직됐다.

이번 항소심은 지난 2013년 ‘이적단체 구성’과 ‘이적표현물 소지’ 등의 혐의로 박미자 교사 등 4명을 국가보안법상 이적단체 구성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것에 이어 2015년 1심 재판부, 2016년 2심 재판부가 이적단체 구성 및 이적동조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으나, 이들이 소지한 표현물 일부가 이적성을 띠고 있다며 유죄를 선고한 것에 대한 상고였다.

해당 교사들이 들여온 도서는 2005년 정부의 공식 허가를 받아 남북교육교류사업을 진행할 당시 구입한 <봉이 김선달>, <조선의 력사> 등 어린이용 만화책이다. 반입 당시 검열에서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으며, 통일부 ‘북한자료센터’에서 일반인들도 열람 가능한 북한 서적이다.

이번 판결에 대해 박미자 교사는 자신의 SNS에 “합법적으로 검열받고 반입한 아동만화 등을 문제삼아 이적표현물로 덧씌워 판결했던 것을 8년 후 (대법원에서) 다시 확정했다”며 ‘날벼락’이라고 표현했다.

판결에 적용된 국가보안법은 헌법에 명시된 ‘사상과 양심의 자유’(제19조),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제21조), ‘학문과 예술의 자유’(제22조) 등의 시민적·정치적 권리를 심각하게 제한하고 있다는 지적에 많은 시민단체, 국제앰네스티, 휴먼라이츠워치 등 국제사회로부터 폐지를 요구받아왔다. 특히, 유엔 인권이사회는 1992년부터 수차례 국가보안법 폐지를 권고해왔고, 1999년에는 이적표현물을 다룬 제7조의 시급한 개정을 권고하기도 했다.

전교조 인천지부는 “학생들과 작별인사 한 마디 건네지 못한 채 방학 중 학교를 떠나야하는 선생님들과, 매일 보던 담임 선생님이 왜 교단에 설 수 없는지 모른 채 개학을 맞이할 학생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와 아픔을 남긴 판결”이라며 검찰에 양심과 표현의 자유를 유린하는 무리한 수사와 기소를 중단할 것과 양심과 표현의 자유를 짓밟고 기본권을 침해하는 국가보안법을 즉각 폐지하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