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의 한 고등학교 교직원 연찬회 술자리에서 발생한 ‘직장 내 성희롱’ 사건을 조사하던 교육청 감사관실 조사관들이 해당 피해교사에게 교감과 원만히 합의볼 것을 종용해 물의를 빚었다.

이 사건은 지난해 12월 13일 대전 D고교 교직원 연찬회에서 발생했다. 당시 회식 자리에서 교감은 한 여교사 A씨에게 술을 따르며 “예쁜 여자한테 술을 따르려니 떨리네”라고 말했고, 또 다른 여교사 B씨에게도 술을 권하며 “예쁜 척하지 마”라고 응대했다.

기분이 나빴던 B교사는 “저는 여자로서 여기에 있는 게 아니라 교사로서 와 있는 거다. 불편하다”고 반박했고 교감은 이후 학교에서 해당 교사에게 보복성 갑질을 했다고 전해졌다.

이에 대전시교육청 감사관실은 3차례 방문 조사를 벌였다. 그러나 조사관들은 해당 피해교사에게 교감의 발언에 대해 수치심을 느꼈냐는 등의 유도적 질문을 하거나, 해당 교사에게 문제가 있는듯 몰아가며 “교감과 대화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주겠다”며 ‘원만한 해결’을 종용했다.

해가 바뀌고 조사를 맡은 감사관 역시 태도는 마찬가지였다. 또 다른 조사관은 가해 혐의자인 교감을 불러 사과와 원만한 해결을 종용했다. 교감은 관련 언론 보도가 나가고 태도를 완전히 바꿔 “감사청구서에 나온 모든 혐의사실을 인정하고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피해교사는 최소한 경징계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전지부는 “대전시교육청 감사관실은 감사 진행 과정에서 시종일관 가해자인 교감의 편에 섰다. 술자리에서 한 번 실수한 걸 가지고 징계를 요구하는 건 지나치다는 식의 인식이었다”며 “그들은 억지로 교감의 사과를 유도하면서 사건을 축소·은폐하려는 의도가 다분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전교조 대전지부는 성희롱 가해자인 교감을 징계하고 강제 전보할 것과 함께 합의를 종용한 해당 감사관실 조사관 2명을 엄중히 문책할 것을 요구했다.

한편, 해당 피해 교사와 전교조 대전지부는 국민권익위에 부패·공익 신고 진정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