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중학교에서 학교폭력 사건으로 출석정지와 전학 징계를 받은 가해학생들이 학교측 조치에 불만을 품고, 스프레이로 운동장 담벼락에 낙서한 사건이 벌어졌다. 해당 학교는 뚜렷한 물증이 없어 범인 검거에 실패한 상태다.

서울 T중학교에서 지난 11일 3학년으로 추정되는 15여명의 학생들이 교내 운동장 펜스 담벼락에 스프레이로 “전학가기 싫다” “○○야 전학가지 마라” “왜 우리가 전학가야 하냐”는 내용이 낙서됐다.

앞서 T중학교 3학년 남학생 6명은 지난 4일 학교폭력 관련 금품갈취와 폭행사안으로 출석정지 징계를 받은 데 이어 지난 8일 강제전학 조치를 받았다.

출석정지와 전학 징계를 받은 가해학생들은 지난해부터 인근 고교생들에게 상습적으로 돈과 물건을 상납해오면서 동급생과 후배들에게 물건 강매, 협박, 폭행 등을 자행해온 혐의다.

T중학교 생활지도부장교사는 “지난해부터 고교생 선배들에게 돈과 물건을 상납하기 위해 동급생과 후배들을 상대로 2만 원짜리 티셔츠를 6만 원에 사도록 강매하고, 생일기념으로 돈 10만 원을 모으라는 지시를 받고 적게는 천 원에서 많게는 5만 원의 금품을 뺏으면서 협박과 폭행을 일삼은 혐의가 경찰조사에서 인정됐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학교측은 지난 3일 학교폭력자치위원회를 열고, 이후 가해학생 중 6명에 대해 출석정지와 전학징계를 내렸다. 이 과정에서 가해학생 6명과 함께 어울려 다니던 학생들이 이들의 전학조치에 대한 항변으로 지난 11일 운동장 담벼락에 스프레이로 낙서한 사건이 벌어졌다. 학교측은 가해학생을 포함한 15여명의 3학년 남녀학생들이 낙서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생활지도부장교사는 “CCTV를 통해 범인을 확인해봤으나 운동장 담벼락이 화면에 잡히지 않아 심증은 있으나 물증 부족으로 스프레이 낙서 범인을 색출하지 못한 상태”라며 “이후 학교 예산을 들여 페인트로 학교 담벼락을 칠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