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학년도 수능은 지난해 불수능보다 평이한 수준으로 출제됐다. 그러나 여전히 국어 독서 영역에서 일부 문제에 대해 이의 제기가 이어지고, 지문 독해를 넘어 숫자를 대입해 계산해야 하는 등 변별력을 위해 출제된 문제에 대해 SNS를 중심으로 이슈가 되기도 했다.
전국국어교사모임은 수능 국어에 대해 “현재의 수능 국어는 교육과정에서 목표로 하는 국어 능력을 제대로 평가할 수 없다”며 서‧논술형 문항을 도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교사들이 이 같이 지적하는 부분에는 지난해 수능에서 가장 큰 이슈가 되었던 31번 문항, 2020학년도 40번 문항이 대표적이다.
2019 수능 31번 문항은 초고난도 문항으로 꼽혔으며, 이의 신청이 100여건이 넘게 들어올 정도로 논란이었다. 오답률은 81.7%에 달했다. 31번 문항은 동서양 과학 관련 지문과 함께 ‘만유인력’ 등의 개념을 설명한 보기가 제시됐다. 2020 수능 국어의 40번 문항도 국제결제은행(BIS) 개념 이해는 물론 비율값을 계산해야 풀 수 있어 문제가 됐다.
국어교사모임 교육과정위원회는 30번 문항에 대해 “만유인력에 대한 배경지식이 있으면 제시문을 읽지 않고도 풀 수 있다는 견해가 제시될 정도로 배경지식의 영향이 절대적인 점은 제시문으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주어진 지문과 보기를 통해 답을 추론할 수 있는 독해 영역의 국어 문제이기 때문에 배경지식의 유무에 따라 문제의 난이도가 다르게 느껴지는 것은 수능의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는 것이 교사들의 의견이다.
이에 지난해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해당 문제에 대해 사과하기에 이르렀다. 당시 이창훈 평가원 대학수학능력시험본부장은 “국어 31번의 경우는 출제·검토위원들이 (모집단의 특성과 반응 등을) 전혀 예측 못 했다”며 “그 부분에 대해 통렬히 반성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성기선 원장도 “향후에는 지문의 길이, 고난도 문항의 수준 등을 더 면밀히 검토해 교육적으로 타당성이 높은 문항을 출제하겠다”고 말했다.
교육과정위원회는 “독서 영역은 시간에 비해 과도한 독해량, 문항 출제를 위해 작위적으로 만들어진 지문, 맥락 없이 낯선 개념을 지나치게 많이 제시하는 지문, 고등학교 교육과정을 넘어선 배경지식을 필요로 하는 지문, 사실적 사고에 치우친 문항 등의 문제가 있다”고 최근 3년간의 수능 국어 영역을 분석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교사들은 변별을 목적으로 하는 오지선다형 문항이 갖는 근본적 한계를 극복하고, 비판적, 창의적 사고력 향상과 국어능력을 제대로 측정하기 위해서는 서‧논술형 문항 도입을 준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