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고교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편향적인 정치성향을 강요했다는 사실이 SNS를 통해 일파만파로 퍼지면서 사태가 심각해지고 있다. 학교 재학생들은 더 이상 외부에서 간섭하지 말아달라며 고통을 호소하고 있지만, 보수 정당 의원들이 서울시교육청을 항의 방문해 문제를 조속히 해결할 것을 촉구하는 등 쉽게 잠잠해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서울 인헌고 사태는 ‘인헌고 학생수호연합’ 학생들이 선생님들이 임시정부수립 100주년 기념 마라톤 대회에서 만든 띠에 반일 구호를 적도록 강요했으며, 수업시간에 편향적인 발언을 했다는 등의 사례를 언급하며 서울시교육청에 감사 민원을 제기했다.

이 같은 문제가 알려지자 인헌고 앞에는 보수 유튜버 및 극우단체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학교 정문을 막아서고 주위에 소란을 일으켜 주민들의 항의가 빗발쳤으며, 학생들 역시 ‘무섭다’고 말하며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헌고 학생가온연합’ 학생들은 SNS를 통해 “외부인, 외부단체에게 부탁한다. 수업진행은커녕 학생이 등교하기 무서운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재학생들은 너무 괴롭다. 학수연에 동의하지 않는 학생들을 빨갱이로 몰아가지 말아달라”라고 호소했다.

또한 학가연은 선생님들의 부추김에 의해 시작됐다는 지적에 대해 “학수연에 작성된 글들에 잘못된 부분을 짚어내고 수정을 요구하기 위해 재학생들이 주도적으로 만든 단체다. 선생님들도 학가연이 언제 만들어졌고, 무슨 활동을 하는지 모를정도”라며 “선생님들의 정치적 발언 및 정치적 교육은 교육자로서 명백히 잘못된 일이고, 비판 받아 마땅하다”고 설명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서울지부도 “이 문제는 학교 당사자들 간에 충분한 내부논의와 토론이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 가능하다면 학교 구성원간의 열린 토론회 등으로 제기되는 문제들을 풀어나가는 것이 맞다. 학교교육과정에서 발생한 문제가 불필요하게 학교 외부로 사건이 비화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며 전교조 문제로 몰아가는 근거 없는 비방, 명예훼손에 대해서 강력한 법적 대응을 검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지난달 31일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학교‧교실 정치 편향 교육 규탄 및 근절 촉구 기자회견’을 개최해 이전 논란은 쉽게 사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교총은 기자회견에서 “헌법과 법에 명시된 교육․교육자의 ‘정치적 중립’을 훼손하고 교실과 학생들을 정치에 오염시키는 행위는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교육당국에 철저한 조사와 관련자 엄중 문책, 정치 편향 교육 근절 및 재발방지 대책 마련 등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