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가 인천의 한 중학교에서 학생의 파마와 염색을 제한하고, 교내에서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없도록 한 규정에 대해 ‘인권 침해’라고 지적했다.

인권위에 따르면, 인천 A중학교는 ‘학생 생활 규정’에 학생들이 염색, 파마를 할 수 없고, 머리 크림을 바르거나 고정 액체를 뿌려서는 안 된다고 명시했다.

또한 일과 중 교내에서 휴대전화 소지와 사용을 금지하고, 휴대전화를 갖고 등교하면 학급 담임교사가 보관했다가 하교할 때 돌려주도록 했다.

인권위에 진정을 한 학생은 “머리를 탈색하고 학교에 갔다가 교사에게 지적받고 본래 머리색으로 염색해야 했다. 휴대전화를 제출하지 않고 있다가 적발돼 압수당한 일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학교 측은 “두발규정은 학생과 학부모, 교사의 의견을 수렴해 제정했고, 자연스러운 파마는 사실상 허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휴대전화 일괄수거는 전화가 수업에 지장을 준다는 학생과 학부모 의견을 수렴한 결과이며,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수거 가방’에 넣으면 교사가 들고 가는 방식이며, 학생이 휴대전화가 필요하다고 하면 확인한 뒤 사용하게 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인권위는 “파마와 염색 금지가 아동의 사생활을 자의적이거나 위법적으로 간섭하지 않도록 한 유엔 아동권리협약에 어긋난다”며 “헌법 제10조 행복추구권에서 파생한 ‘개성의 자유로운 발현권’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휴대전화 일괄수거도 헌법 제10조 행복추구권의 구체적인 표현으로서 ‘일반적인 행동자유권’과 제18조 통신의 자유를 침해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A중학교 교장에게 학생들의 파마와 염색 제한과 휴대전화 소지·사용 금지 행위를 중단하고, 학교 구성원의 의견을 수렴해 학교생활 규정을 개정할 것을 권고했다.

또한 인권위는 인천시교육청 교육감에게는 학생의 자기 결정권과 개성의 자유로운 발현권 등이 과도하게 제한되지 않도록 관내 모든 중·고등학교 두발 관련 규정을 점검해 개선 방안을 마련하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