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공립 유치원의 경영을 민간에 위탁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유아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되자 교육계가 “유아교육의 공공성을 무시하는 동시에 학부모의 바람을 외면하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국회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의원이 지난달 15일 대표발의한 유아교육법 일부 개정안으로, ‘국가나 지자체가 아닌 자에게 유치원 경영을 위탁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법안은 “국공립 유치원의 경영 주체를 국가 또는 지자체로 한정해 유치원 특성화가 어렵고, 돌봄시간 확대 등 학부모 수요에 대응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며 유치원의 ‘질적 개선’을 제안 이유로 들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와 한국국공립유치원교원연합회는 31일 입장을 내고 “법 개정안은 ‘유아교육의 투명성 제고와 공공성 강화를 위해 국공립 유치원의 취원율을 40%까지 확대하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기조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고 반대입장을 보였다.

교총과 유치원교원연합회는 민간 위탁경영으로 질적 개선을 할 수 있다는 근거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이들 단체는 “특기 교육이라는 미명 하에 학습 부담을 늘리거나 비교육적 요구를 무분별하게 수용해 특성화를 저해함은 물론 유아의 건강한 성장을 방해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오히려 법안이 출발점 교육인 유아교육의 투명성과 공공성을 훼손하고 부실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들은 개별 유치원의 특성화와 돌봄시간 확대 등의 요구는 현행 체제 하에서도 교육과정 개선과 운영 보완으로 충분히 해소할 수 있으며, 최근 민간 위탁 일부 국공립 어린이집에서 적발된 부당노동행위, 부실 급식 등이 국공립 유치원의 민간 위탁으로 되풀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들은 민간위탁 경영 법 개정안을 즉각 폐기하고, 국회와 정부에 유아 공교육 강화를 위해 공립단설유치원 확대할 것을 요구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도 교총과 뜻을 같이했다. 전교조도 같은날 성명을 통해 “미술학원 위탁경영의 실패와 일부 어린이집의 불법적 사인 경영을 경험하고도 교육 공공성을 해칠 수 있는 개정안을 낸 것에 큰 우려를 표명하며, 강력히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전교조는 “국·공립유치원의 질적 개선을 위한 것이라면 국가가 국·공립 유치원을 행·재정적으로 지원하고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대책을 마련하면 된다”며 법안 폐기와 함께 국·공립유치원 40%이상 확충을 요구했다.

이에 교육부는 설명자료를 내고 “국공립 유치원을 민간에 위탁하는 것이 아니라 향후 사립유치원을 매입하여 국공립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기존 교원 중 우수 교원이 지속적으로 근무하며 질 높은 교육을 제공할 수 있도록 도입을 검토한 것”이라며 “이번 개정법률안에서는 위탁 경영 주체를 국립학교 및 사립학교 등으로 제한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