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교재 판매를 총판에 강제한 혐의로 기소된 한국교육방송공사(EBS)가 1심에서 벌금 7천만원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5단독 신민석 판사는 28일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받은 EBS에 벌금 7천만원을 선고했다.

신 판사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의 자백과 다른 증거들을 볼 때 혐의가 모두 인정된다”며 “부당행위가 2년에 걸쳐 전국적으로 이뤄졌고, 이로 인해 학습참고서 시장의 경쟁이 제한돼 소비자 후생이 감소하고 공정거래 질서가 침해됐다”고 말했다.

이어 신 판사는 “피고인이 이번 사건으로부터 얻은 이익이 수억 원에 불과하고 이미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을 부과받았다”며 “피고인이 2016년부터 지속적으로 손실을 보고 있고, 경영 사정이 악화하면 양질의 콘텐츠 제작이 어려워질 것을 참작해 약식명령의 형보다는 감경해 선고한다”고 밝혔다.

EBS는 수능 연계 교재 등을 판매한다는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총판들에 부당하게 판매를 강제하는 등 불공정행위를 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후 중소벤처기업부가 공정위에 고발 요청을 하면서 재판에 넘겨졌다.

2016년 공정위로부터 재발 중지 명령과 과징금 3억5천만원 부과 처분을 받았으나, 그 이전인 2009년 총판에 대한 거래지역 제한, 2013년부터 비슷한 불공정행위를 반복해 제재를 받기도 했다.

EBS는 고등학교 3학년용 수능교재를 구매하려는 총판업자에 초·중·고 1∼2학년 참고서도 강매했다. 또한 주기적으로 총판을 평가해 계약 유지 여부를 결정했는데, 수능 비연계 교재의 판매실적을 수능 연계 교재보다 최대 5배까지 높게 책정했다. 평가점수가 저조하면 총판 계약을 종료하는 불이익을 주기도 했다.

총판은 여러 출판사의 교재를 사들여 학교, 학원, 서점을 대상으로 영업하는 곳이다. 지역서점은 매출의 90%가 학습 참고서이기 때문에 총판이 EBS 교재를 취급하지 않으면 생존이 어려워지는 구조다. 이에 총판은 수능 연계 교재를 취급하기 위해 EBS의 초·중학교 참고서도 구매할 수 밖에 없었다.

당시 공정위 관계자는 “정부 정책으로 획득한 독점력을 이용해 매출이 저조한 수능 비연계 교재 판매를 강요한 것은 총판의 이익을 저해한 것은 물론 궁극적으로 소비자의 후생을 감소시킨 불공정행위”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