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과 가까운’ 노옥희 교육감과의 만남

“천 만 개의 꿈 모두 소중하게 인정받고, 어떤 직업이든 존중하는 조화로운 사회를 만드는 것이 교육이 지향해야 할 목표입니다”

<노옥희 교육감 프로필>

보수 지역의 첫 진보교육감으로 선출된 노옥희 교육감. 노 교육감은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 울산교육’을 목표로 학생, 교사, 학부모, 시민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교육현안을 마련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막중한 책임을 갖고 1년간 교육감의 자리를 지켜온 노옥희 울산시교육감을 만나 지난 1년간의 울산교육과 앞으로 울산교육이 나아갈 방향을 들어보았다.

Q 교육감 임기 1주년을 앞서 축하드립니다. 요즘 근황은 어떠십니까?

교육감이라는 자리의 권한도 있지만 막중한 책임도 느끼며 지내고 있습니다. 전임 교육감이 실형을 받고 구속되어 대행체제로 운영이 되고 있던 상황이어서 현안과 과제들이 많았습니다. 울산시교육청 개청 이후 첫 진보교육감으로 시민들의 기대도 높아 속도감 있는 정책의 변화가 요구되었기도 하고요.

취임 후 가장 먼저 지자체장들을 만나 전면 무상급식을 제안했고 취임 두 달 후인 9월부터 고등학교까지 무상급식을 실시했습니다. 거의 매년 무상급식률 꼴찌였던 울산이 전국에서 최단기간에 초·중·고 무상급식을 실시하게 되자 시민들이 격세지감이라고 표현했던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Q 지금까지 1년간 이행해 온 공약 중 교육감님이 생각하시기에 잘한 것과 부족한 것을 꼽는다면 어떤 것이 있습니까?

우선 교육복지가 획기적으로 개선되었다고 봅니다. 무상급식뿐 아니라 초등학생 학습준비물‧학습준비물비 지원, 중·고등학교 수학여행비 지원을 비롯해 전국 최초로 초등학교 4학년을 대상으로 치과주치의제를 도입했습니다. 학생들 뿐만 아니라 비정규직 용역근로자 567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한 것에 대해서도 보람을 느낍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청렴도 제고를 위해 노력한 결과, 지난해에 국민권익위원회가 주관한 공공기관 부패방지 시책평가에서 1등급을 달성하기도 했습니다.

교육복지 확대도 중요하지만 학교업무정상화를 통해 학생 중심으로 수업을 바꾸는 것이 올해 주요 정책 목표입니다. 교사가 수업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가고 있지만 아직 체감도는 낮은 것 같아보여 안타깝습니다. 이를 위해 울산시교육청 전 직원과 함께 업무경감과 교사학습공동체 구성 지원을 통해 수업을 재구성할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Q 전국적으로 혁신학교가 확대되는 추세입니다. 울산도 역시 울산형 혁신학교 ‘서로나눔학교’가 확대되면서 ‘울산형 마을교육공동체’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울산시교육청의 업무 추진 정도는 어떤지, 향후 계획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전국에 1500개가 넘는 혁신학교가 운영되고 있지만, 울산은 초등 9개의 혁신학교를 운영하고 있어 후발주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출발은 늦었지만 울산형 혁신학교인 ‘서로나눔학교’에 대한 지역의 관심은 매우 높은 편입니다. 학부모들도 학부모 학습 동아리 등 여러 모임을 결성해 교육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고, 교사들 또한 학습공동체를 자율적으로 만들어 수업재구성에 대해 깊이 있는 고민을 하고 있으며 교육 발전에 이바지하고 있습니다.

이런 흐름들을 ‘서로나눔 혁신교육지구’와 ‘마을교육공동체’ 활성화로 확산시키기 위해서 지역의 지자체들과 교육의제를 중심으로 지속적인 협의를 하고 있습니다. 또한 울산형 마을교육공동체 거점센터를 구축하고, 임기 내에 모든 지자체에 혁신교육지구가 지정될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Q ‘시민과 만나는 교육감’ 행사를 주기적으로 시행하고 계십니다. 교육 현장의 목소리를 자주 듣는 모습이 인상깊은데요. 행사에 참석해 시민과 만나시면서 독특했던 일화나 이를 통해 앞으로 추진해야겠다고 생각하시는 정책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교육감 취임 이후 매월 두 차례 ‘시민과 만나는 교육감’을 통해 시민들의 목소리를 듣고 있습니다. 사전에 주제를 정하지 않고 누구나 자유롭게 의견을 제시할 수 있어, 민원이 주류를 이루지만 좋은 정책의제들이 제시되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18회 정도 만남이 있었는데 시민들의 관심도와 만족도가 높습니다. 최근에는 ‘찾아가는 교육감’으로 학교를 방문해서 학부모와 교사들을 만나고 있기도 합니다.

기억나는 시민 한 분이 있는데, 그 분은 울산의 초‧중‧고등학교의 홈페이지 공개 여부를 전수 조사한 자료를 만들어 오셨습니다. 또, 17개 시‧도교육청 홈페이지도 조사하여 타 시도의 사례를 들며 울산교육청의 정보공개 확대를 요구하셨습니다.

이를 수렴해 울산교육청에서는 올 1월부터 ‘울산교육정보포털’을 통해 계약정보 등 주요정보들을 적극적으로 공개하고 있습니다.

만남을 계속할수록 소통의 중요성을 체감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정해진 행사가 아니더라도 틈나는 대로 학교도 방문하며 가능하면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Q 현 정부의 교육 공약인 ‘자사고∙외고 폐지’가 이슈입니다. 울산도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재지정 평가 지표를 완화하셨는데요. 평가지표를 완화하신 것을 보면 현 정부의 교육정책 방향과 조금 입장이 다르실 수도 있을 듯합니다. 이에 대한 교육감님의 입장은 어떠신가요?

정부는 고교체제 개편을 위해 자사고‧외고의 일반고 전환을 국정과제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자사고와 외고의 문제는 설립 취지와는 달리 학교가 입시기관으로 변질되고 고교체제를 서열화 시킨다는데 있어,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서는 일반고로 전환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현재 운영성과를 평가하고 있는데 재지정 평가지표를 완화했다는 보도는 사실과 다릅니다. 평가지표 중 변경한 지표는 ‘사회통합전형 대상자 선발’입니다.

울산에는 현대청운고가 자사고로 지정돼 운영 중입니다. 현대청운고는 구 자립형 사립고에서 자율형 사립고로 전환된 학교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라 사회통합전형 대상자 선발 비율을 적용받지 않으므로 법령에 맞도록 지표를 변경한 것입니다.

울산의 자사고 평가지표는 5년 전에 비해보면 강화되었습니다. 자사고 재지정 여부는 운영성과 평가결과에 따라 6월 중에 결정하여 발표할 예정입니다.

Q 교육현장에서 스승의 날을 폐지하자는 목소리와 스승의 날을 교육에 날로 하자는 목소리가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차라리 스승의 날을 폐지하자는 주장은 청탁금지법으로 인한 괜한 오해를 받기 싫다는 것과 교권추락으로 인해 스승의 의미가 퇴색되어 버렸다는데 있습니다. 형식적인 스승의 날이 아니라 학생·교사·학부모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교육의 날로 바꾸자는 주장이나 교사의 날로 바꾸자는 주장의 배경도 비슷한 이유라고 볼 수 있겠네요.

그래서 스승의 날을 재량휴일로 운영하는 학교도 꽤 있습니다. 선생님들 입장에서 스승의 날에 대한 부담을 많이 느끼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 말은 이제 옛말이 되어 버렸는지 모르겠지만 선생님들은 여전히 존경받고 존중받아야 하는 분들입니다. 아이들의 미래를 책임지고 있는 분들이기 때문이지요. 문제의 핵심은 기념일의 명칭이 아니라 선생님이 존중받는 문화를 만드는 것입니다.

선생님들이 즐거워야 아이들도 즐겁게 학교생활을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선생님들이 가르치는 일에 전념할 수 있도록 업무를 줄여드리고, 선생님과 학생, 학부모들과의 관계를 새롭게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찾고 있습니다.

Q 무상교육이 ‘포퓰리즘’이라는 목소리도 높습니다. 무상교육 시행 재원 부담을 놓고 교육청과 중앙 정부의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데 2022년 후의 재원마련 계획도 궁금합니다.

정부가 2020년부터 단계적으로 실시할 계획이었던 무상교육을 당초 계획보다 6개월 앞당겨 조기실시하기로 했습니다. 이에 올 2학기부터 고등학교 3학년을 시작으로 2020년에는 2·3학년, 2021년에는 전 학년을 대상으로 실시됩니다.

울산교육청에서는 무상교육의 시행근거 마련을 위해 관련 조례 개정을 추진 중에 있으며, 이번 추경에 예산을 반영해서 차질없이 무상교육을 실시할 것입니다.

2020년부터 2024년까지 5년간은 증액교부금을 무상교육 재원으로 사용할 계획이며, 2025년 이후에는 교육부 및 타 시‧도교육청과 공동대응해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교부율 또는 증액교부금이 인상될 수 있도록 적극 건의하는 등 안정적인 무상교육 재원 마련을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무상교육이 포퓰리즘이라는 주장에는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모든 복지정책은 포퓰리즘일 수 있지만 특정 계층이 아니라 보통사람들의 이해와 요구를 실현하기 위한 정책은 정당하다고 봅니다. 교육은 국가가 책임지는 것이 민주주의의 기본원리에 부합해야 합니다.

Q 좀 민감한 질문입니다만, 리얼미터가 발표한 4월 시도교육감 직무수행 지지도 조사에서 교육감님의 지지도가 평균보다 낮은 비율로 나타났습니다. 이에 대한 교육감님의 생각은 어떠신지 궁금합니다.

직무수행 지지도가 낮은 이유는 보수지역의 진보교육감이라는 특성도 있고, 최근의 어려운 경제상황으로 울산의 주민생활 만족도가 최하위인 이유도 있습니다. 이유를 떠나 결과는 겸허히 받아들이겠습니다.

하지만 교육의 변화는 하루아침에 그 결과가 나타날 수 없고, 시민들이 체감하기에는 일정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선출직 교육감으로서 시민들의 평가를 무시하거나 외면해서도 안 되겠지만 지지도를 올리기 위해 무리한 정책을 성급하게 펼칠 생각은 없습니다.

변화와 혁신의 과도기에서 나타나는 구성원간의 의견 차이를 좁히고 시민들과의 소통을 통해 공감을 이끌어내다 보면 지지율은 자연스럽게 상승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좀 더 노력해서 시민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Q 지난해에 이어 여전히 ‘스쿨미투’로 교육계가 시끄럽습니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나 대책은 있는지요?

울산도 스쿨미투 예외지역은 아닙니다. 학생들의 성인지 감수성이 높아지면서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당장은 스쿨미투가 불편할 수 있겠지만 저는 학생들의 용기에 커다란 박수를 보냅니다. 학생들의 폭로는 학교와 교육을 건강하게 만들어 가는 과정입니다. 썩은 살을 도려내지 않고 감추고 외면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지요.

울산교육청은 올해 스쿨미투 전담 조직인 ‘성인지 교육팀’을 신설했습니다. 예방 교육과 사안 발생 시 현장 중심의 지원 체제를 마련하고 있고, 학교 내 성폭력 발생 시 바로 신고할 수 있도록 성폭력 신고센터도 운영 중에 있습니다.

또한 성폭력 상담소 등 관련 유관기관과의 협약체결로 외부 성폭력 전문가와 협력하여 신속하고 공정한 사안처리 체계를 구축했고, 피해자 중심의 사안조사가 이루어지도록 했습니다.

후속 처리 방안으로 피해 학급‧학년 대상 집단상담 등 치유 프로그램 및 성인지 감수성 교육 지원 등 피해자 보호 및 지원 체계도 구축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2차 피해 방지를 위해 피해자 맞춤형 상담, 의료, 법률 지원 등 회복 지원체제도 마련했습니다. 성폭력 가해학생에 대해서는 특별교육기관을 지정해 재발 방지를 위한 상담체계를 운영 중이며, 성희롱‧성폭력 가해교원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여 원스트라이크아웃제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Q 학벌주의와 일학습병행제 관련 교육감의 소신은 어떤지요?

울산교육청은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 울산교육’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있습니다. 소중하지 않은 아이가 없고, 모든 아이들이 자신의 꿈을 활짝 펼칠 수 있도록 도와야 할 의무가 우리에게 있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에게 줄서기를 강요하고 자존감을 잃게 만드는 학벌주의는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병폐입니다.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 좋은 고등학교를 가야하고, 좋은 고등학교를 가기 위해 어릴 때부터 선행학습을 해야 하는 사회가 정상적인 사회는 아닙니다.

천 만 개의 꿈 하나하나가 소중하게 인정받고, 어떤 직업을 가졌던 서로가 존중하는 조화로운 사회를 만드는 것이 교육이 지향해야 할 목표입니다.

Q 울산 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수장으로서 어려운 점은 무엇인지요?

아무래도 여러 정책들과 연관된 이해관계자들의 합의를 이끌어내는 일이 어렵습니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구성원의 동의와 협조 없이는 실현되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교원의 업무경감을 위해 많은 노력을 펼치고 있지만 행정직원들에게 과중하게 업무가 떠넘겨 진다면 올바른 정책이라고 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울산교육청은 ‘교직원 업무경감’ 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습니다. 모두가 만족하는 정책을 펼치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만 소통하고 이해하려는 노력, 문제해결에 대한 의지가 있다면 시간은 걸리겠지만 결국은 문제를 풀어 나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Q 유일한 국내 교육전문지로서 주간교육신문이 창간 33주년을 맞았습니다. 본지 지면을 통해 교육계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저도 주간교육신문 구독자입니다. 33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동안 교육전문신문으로 비판적 시각을 잃지 않으면서도 교육현장의 소식을 편향되지 않고 균형잡힌 시각으로 독자들에게 제공해 왔습니다.

창간 33주년을 진심으로 축하드리고 교육전문지로서 전국의 교육 종사자들은 물론 교육에 관심과 애정을 가진 국민들에게도 널리 읽히는 신문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낡은 교육을 새롭게 혁신하기 위한 울산교육청의 노력에도 많은 관심과 지원을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