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과 자율형사립고(자사고)가 서로 강경한 태도로 맞불을 지피고 있다.

시교육청은 지난 1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자사고들의 5년 주기 재지정 평가(운영성과평가) 거부에 대해 “용인하지 않겠다”면서 “평가가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으면 자사고 지위 연장이 불가능하다”고 경고했다.

이에 자사고측인 서울자사고교장협의회(협의회)도 이날 오후 종로구 동성고등학교에서 평가지표 불합리성을 설명하는 기자간담회를 열면서 ‘여론전’을 벌였다.

서울시교육청은 “운영평가 집단거부에는 명분이나 법적 정당성이 없다”면서 “자사고들이 자체평가보고서를 제출하지 않더라도 법과 제도에 따라 평가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보고서 미제출이나 현장평가 거부만을 이유로 자사고 지정을 취소(일반고 전환)하지는 않겠다고 시교육청은 설명했다.

하지만 보고서를 안 내거나 현장평가를 막으면 낮은 점수를 받을 수밖에 없어 지정취소가 불가피해진다는 것이 시교육청 설명이다.

서울 자사고들은 지난 1일까지 올해 평가대상 13곳 가운데 단 한 곳도 평가 기초자료인 자체평가보고서를 제출하지 않고 있다.

이같은 태도를 취학는 자사고들은 자사고 지위를 유지할 수 있는 ‘재지정 기준점’을 갑작스럽게 60점에서 70점으로 높였다고 주장한다.

이와 함께 사회통합전형으로 신입생을 선발하고자 얼마나 노력했는지 평가하는 항목의 배점이 늘어나는 등 평가지표가 자사고에 불리하게 바뀌었다는 주장도 편다.

그러나 시교육청은 보고서 제출기한을 5일까지로 일주일 늦추고 자사고들을 설득 중이다. 이날도 자사고 교감들을 소집해 보고서 제출을 촉구할 계획이다.

자사고들이 끝내 보고서를 내지 않으면 시교육청은 시정명령을 내릴 방침이다. 시교육청에 따르면 보고서 없이 평가를 진행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내부검토를 마쳤다.

시교육청은 애초 계획대로 6월 말까지 평가를 마치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감사 지적사항 발생 시 감점 폭을 5점에서 12점으로 확대한 점과 학생전출 및 중도이탈 비율 항목의 만점 기준을 ‘이탈률 5% 미만’에서 ‘이탈률 3% 미만’으로 강화한 점 등도 자사고들이 지적하는 문제다.

이에 대해 시교육청은 2014년 첫 운영평가 때 재지정 기준점이 70점이었고 이후 2015년 60점으로 낮아졌다가 ‘봐주기 평가’라는 지적에 2018년 충남 삼성고 평가 때 다시 70점으로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사회통합전형 관련 항목 배점확대와 감사 지적사항 감점 폭 확대는 초중등교육법 준수와 ‘사회적 책무성’ 강화를 위해 꼭 필요했다고 교육청은 강조했다.

아울러 시교육청이 자사고들과 협의·대화하지 않았다는 자사고 측 주장에 대해 시교육청은 “수차례 회의를 진행했고 지난달 28일에는 조희연 교육감이 교장단 대표를 만나기도 했다”고 반박했다.

이어 시교육청은 “법에 따라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평가를 진행하겠다”면서도 “평가거부를 계속하면 행·재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자사고측도 즉각 반박에 나섰다. 자사고 22곳 교장들의 단체인 서울자사고교장협의회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평가기준의 부당함을 주장했다.

협의회 측은 5년 전인 2014년 당시 평가 기준과 올해의 달라진 점을 비교하면서 “올해 기준대로라면 모든 자사고가 재지정 평가 심사에서 탈락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항목마다 매우 우수(S)에서 매우 미흡(D)까지 다섯 단계로 나눠놓은 채점 기준이 모호하며, 감사 지적사항 발생 시 감점 폭이 12점으로 너무 크다는 것 등이 이들의 지적사항이다.

김철경 협의회장(대광고 교장)은 “이렇게 부당한 평가 지표 보고서는 의미가 없다”며 “교육청이 자사고 죽이기만을 위한 정책을 펴고 있다”고 말했다.

협의회는 평가지표의 전면적인 수정을 요구했다. 또 평가와 관련된 모든 회의록 공개 및 자사고에서 추천한 평가위원을 교육청평가단에 넣어달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