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운동 100주년을 맞이해 학교에 남아있는 일제 잔재 청산 움직임이 활발한 가운데, 서울시내 초‧중‧고등학교 중 113개교에서 친일 음악가가 작곡한 교가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서울지부는 민족문제연구소와 함께 지난달 24일까지 서울지역 모든 초‧중‧고등학교를 대상으로 친일파 동상과 기념관의 존치 여부, 친일 음악가가 작사‧작곡한 교가의 현황을 조사하고, 그 결과를 26일 발표했다.

조사결과,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된 인물이 작사 혹은 작곡한 교가를 사용하는 학교가 113개교였다. 학교급별 초등학교는 총 18개교(공립 13개교, 사립 5개교), 중고등학교는 총 95개교(공립 27개교, 사립 68개교)다. 설립별로 보면 공립은 40개교(35.4%), 사립은 73개교(64.6%)로 사립의 비율이 과반수 이상이었다.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된 7명의 동상 및 기념관 등이 있는 학교는 7개교로 나타났다. ▲추계예대, 중앙여중‧고 설립자 황신덕의 기념관과 동상 ▲영훈초‧중‧고 교정과 건물에 설립자 김영훈 동상 ▲고려대, 중앙중‧고 설립자 인촌 김성수의 동상과 인촌기념관, 인촌상 ▲휘문중‧고, 풍문고 설립자 민영휘의 동상 ▲동성중‧고 교장인 장면 흉상 ▲상명대, 상명부여중‧고 설립자 배상명의 동상과 계당기념관 등이다.

이 외에도 전교조 서울지부는 이 밖에도 친일파를 찬양한 가사가 들어간 교가도 있었다.

서울 동작구 성남중·고교는 친일 인사가 작사나 작곡한 경우는 아니지만, 학교 설립자 원윤수와 김석원을 찬양하는 가사인 교가를 사용했다.

‘이 강산에 원석 두님 나셔서 배움길 여시니’라는 교가 가사 중 ‘원석 두님’은 원윤수와 김석원을 가리킨다. 원윤수는 대표적인 경제계 친일 인사였고, 김석원은 친일 군인이었다.

또 ‘먼동이 트이니 온누리가 환하도다’라는 구절은 ‘욱일승천기’를 연상시키며, 문맥상 일왕을 가리키며, 찬양하는 내용이라는 의혹도 받는다.

방학진 민족문제연구소 기획실장은 “성남중고 구성원들 사이에서도 꾸준히 문제 제기가 이뤄지고 있다”며 “성남중·고교는 이승만 정권 때 3·15 부정선거에 항거하는 시위도 벌이고 4·19혁명에도 참여하는 등 큰 업적을 남겼음에도 친일교가를 아직 없애지 못했다는 점이 친일잔재 청산의 현주소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조연희 전교조 서울지부장은 “서울시교육청과 서울시는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공동 TF를 꾸려 전수조사와 친일잔재 청산 작업을 함께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