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은 교육계에서 유례없는 실험이 벌어진 해로 기록될 듯하다.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과거에는 보지 못했던 ‘공론화’ 과정을 거쳤다.

복잡한 절차와 논의과정을 거치면서 교육계의 관심이 공론화에 쏠렸다. 그렇지만 결론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아 교육부 수장 교체로 이어졌다.

이밖에도 방과후 영어중단 결정과 번복, 사립유치원 감사결과 공개로 인한 파문, 고교시험지 유출파문 등이 한해를 얼룩지게 했다. 2018년을 스치고 지나간 교육계 10대 이슈를 정리했다.

◆ 사립유치원 감사결과 공개 파문

지난 10월 11일 교육위원회 소속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비리 사립유치원 1000여곳의 명단을 공개하면서 사립유치원의 비리혐의가 일파만파에 퍼졌다. 이들은 교비를 사적인 용도로 사용해왔으며 그 금액은 269억원에 달했다.

이 사실이 공개되자 교육부는 18일 ‘유치원 비리 근절대책’을 마련해 강경대응했다. 각 시도교육청 홈페이지에 감사결과를 공개함과 동시에, 유치원 비리신고센터를 신설했다.

이어 25일에는 당정협의를 거쳐 2019년 국공립유치원 신‧증설을 1000개로 늘리고 2021년까지 국공립유치원 40% 조기 달성을 추진하며, 모든 사립유치원이 ‘에듀파인’을 사용하도록 했다.

집단 휴원과 폐원이라는 초강수를 두면서 반발했던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는 아이들을 인질삼아 이익을 추구한다는 비판과 함께 교육부 대책에 한발 물러난 모습을 보였지만, 지난 12월 11일 이덕선 비상대책위원장이 정식 이사장에 선출되면서 정부 대책에 대해 반발할 가능성이 남아있다.

◆ 시도교육감 선거 ‘진보’ 압승

지난 6월 13일 치러진 전국 시‧도교육감 선거에서 진보 성향의 후보들이 보수 후보를 압도했다. 17개 시도 가운데 14곳에서 진보 성향 후보가 당선된 것이다. 이들 가운데 현직 교육감이었던 12명은 ‘현직 프리미엄’과 높은 ‘인지도’가 당선에 도움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진보교육감은 2014년 교육감 선거에서 당선된 13명보다 1명 늘어난 14명으로, 현직 교육감으로 출마한 12명은 모두 당선됐으며, 강원과 광주, 전북의 교육감은 3연임에 성공했다.

울산에서는 처음으로 진보 교육감이 배출됐으며, 교육감 자리가 공석이던 인천에서도 진보 성향의 도성훈 후보가 당선됐다.

대구, 경북, 대전 등 세 곳에서는 진보와 다소 거리가 있는 보수, 중도‧보수 성향의 후보들이 당선됐다.

한편 이처럼 시도교육감이 사실상 진보 일색으로 굳어짐에 따라 향후 교육정책의 수립과 집행이 지나치게 한쪽 방향으로 치우질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 대학수능시험 이의 제기 ‘역대 최고’

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 역대 가장 많은 이의신청이 접수됐다. 지난 20일 현재 수능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 홈페이지에 게시된 이의신청은 총 991건에 이른다. 지난해 수능의 978건을 넘어섰다. 문항개수로 살펴보면 107개 문항에 이의가 제기됐다.

‘역대급 불수능’이라는 평가가 나올 만큼 난이도가 높았던 만큼이나 이의신청도 폭주한 것이다.

이의신청은 사회탐구영역 생활과 윤리 3번 문항에 가장 많이 들어왔다.

과목별로 살펴보면 사회탐구가 583건으로 가장 많았다. 국어와 수학이 각각 150건과 118건이었다. 영어는 70건의 이의가 제기됐다. 과학탐구는 48개, 제2외국어·한문은 18건이다. 한국사와 직업탐구는 각각 2건이었다.

이에 ‘불수능’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수험생과 학부모를 혼란시킨 2019학년도 수능이 고교 교육과정을 위반해 출제되었다는 문제가 제기되기도 했다.

◆ 사상초유의 대입정책 공론화 실험

교육부는 4월 11일 2022학년도 대학입시개편안을 만들어 국가교육회의에 이송했다. 선발시기와 수능평가방법을 조합해 크게 5가지 개편안을 담은 시안이었다. 이때부터 대한민국 초유의 대입제도 공론화 과정이 시작됐다.

교육부의 개편안을 받은 국가교육회의는 산하에 대입제도 개편 특별위원회와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했다. 국가교육회의가 대입제도개편특위에 논의를 맡기고, 공론화위원회의 ‘사회적 숙의’ 과정을 거쳐 개편안을 마련하는 구조였다.

대입개편특위는 학생부-수능전형 간 비율 등 3가지 쟁점을 공론화위원회에서 공론화해 달라고 의뢰했다. 이에 따라 대입제도개편 공론화위원회는 공론화 의제를 확정하고, 시민참여단 공론조사를 벌인 끝에 시안을 대입개편특위에 제시했다.

대입개편특위는 다시 수정안을 작성해 국가교육회의에 제출했다. 이같은 길고 지루한 논의 끝에 국가교육회의는 8월 7일 '대학입시제도 개편 권고안'을 의결해 발표했다.

4개월에 걸쳐 진행된 이런 논의구조는 시민들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한다는 명분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하청→재하청이라는 절차를 밟음으로써 비효율의 극치라는 비판을 받았다. 결국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의 낙마를 유발했다.

◆ 중등교원 임용 15~40% 감축

교육부는 지난 5월 30일 발표한 ‘2019∼2030년 중장기 교원 수급계획’에 따라 초등교원은 물론 중등교원도 2018년부터 2030년까지 15~40% 가량 감축할 계획이다.

교육부의 이번 교원수급 계획은 학생 수 감소에 따라 교과 교사의 신규 채용을 줄이고, 교사 1인당 학생 수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으로 맞추겠다는 것이 목적이다. 2030년까지 중·고교생이 69만명(24%) 감소할 것으로 예측되면서, 중·고교 교사의 신규채용이 더 많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5년간 교원 선발인원 감축폭을 최소화면서 교육여건 개선을 위해 중등 교사 1인당 학생 수를 12.1명에서 11.1∼11.0명으로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교원수급의 안정성을 높이고자 ‘중장기 교원 수급계획’을 5년 주기로 세우며, 교육의 질이 낮은 교원양성기관의 정원도 줄인다는 방침이다.

한편 지난 11월 9일 각 시‧도교육청이 발표한 중등학교 임용후보자 경쟁률 최종 공고에 따르면, 전국 평균 경쟁률은 약 8.84:1로, 올해도 중고교 교사가 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 고교학점제 전면 확대

2025학년도 고1 학생부터는 고교학점제와 성취평가제를 전면 적용할 계획이다.

자사고·외고·국제고 폐지를 위해 이들 학교의 일반고 전환을 지원하고, 2020년 하반기까지 고교체제 개편방안을 마련한다.

고교학점제는 올해 연구·선도학교 운영과 2022~2024년 부분도입을 거쳐 학점제형에 교육과정이 본격 적용되는 2025년까지 점진적으로 도입된다. 2025년 고1이 대학에 진학하는 2028년까지 모두 10년에 걸쳐 최종 완성된다. 2025년 고1 학생들이 대학에 진학하는 시점부터 모든 과목의 성취도가 대입 전형자료로 활용된다.

고교학점제 도입을 위한 기반을 차질 없이 구축해 나간다. 연구‧선도학교 확대를 통해 다양한 고교학점제 모델을 마련하고, 직업교육 선도모델인 마이스터고에 학점제를 우선 도입한다. 일반고도 온라인 공동 교육과정 등 학교 안팎의 자원을 활용한 다양한 교육과정 운영을 확대한다.

◆ 고교 시험지 잇단 유출

지난 10월 숙명여고에서 부녀관계에 있는 학생과 교무부장을 중심으로 시험지 유출 사건이 일어나면서 전국적으로 고교 시험지 유출 사건이 잇따라 드러났다. 시험지 유출 사건은 학교 내 보안 문제와 더불어 학생부종합전형에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학생과 학부모들이 크게 반발했다.

이 사건은 숙명여고 2학년인 쌍둥이 자매가 각각 문‧이과 1등을 차지하면서 의혹이 제기됐다. 자매의 아버지이자 이 학교 교무부장은 열심히 노력한 결과라며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부정행위를 의심한 학부모들이 민원을 제기해 특별 감사가 이루어지면서 교무부장의 시험지 검토, 자매의 시험지, 휴대폰 등에 적힌 답안 등 유출이 사실로 드러났다.

이에 교육부가 지난 12월 17일 공개한 시험지 유출과 학교생활기록부 조작 등 ‘학생평가·학생부 관련 중대비위 현황’에 따르면, 최근 4년간 13건에 달했다. 이에 정부는 부모와 자녀가 같은 학교를 다니지 못하도록 하는 ‘상피제’를 도입하는 등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 방과후 영어 중단 ‘찬반’ 대립

교육부가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영어수업 금지 방안을 두고 학부모 반대와 교육단체의 찬성 사이에서 방침 시행 혹은 유예를 두고 결정의 기로에서 논란이 있었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해 11월 30일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대한 특별법’을 통해 올해 3월부터 초등 1‧2학년 방과후 영어수업을 금지하기로 했으며, 지난해 12월28일 ‘유아교육 혁신방안’을 통해 유치원과 어린이집 영어수업도 금지하겠다는 방침을 각각 발표했다.

이에 대해 정치권과 교육단체, 학부모들 사이에서 찬성과 반대 주장이 분출하며 논란이 가열되었다.

고가의 영·유아 대상 영어학원이 성행하는 상황에서 방과 후 영어교육을 막는 것은 오히려 교육격차를 심화시킨다는 학부모의 반발이 컸기 때문이다.

이에 교육부는 지난 10월에 유치원 방과 후 영어 특별활동을 허용하기로 했다.

교육부의 이번 결정에 따라 이미 금지된 초등학교 1∼2학년 방과 후 영어교육 허용 여부도 다시 쟁점으로 떠오를 가능성도 제기된다.

◆ 2022대입 제도 개편방안 확정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8월 17일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방안을 발표했다. 수능전형비율을 30% 이상으로 확대할 것을 각 대학에 권고하고 수학능력시험의 국어와 수학이 공통과목+선택과목 체계로 바뀌는 것이 골자였다.

학교생활기록부 기재 방식을 정규 교육과정 중심으로 개선하고, 내신 성취평가제(절대평가)와 고교학점제는 차기 정부인 2025학년으로 미룬다는 내용도 담겼다. 수능 평가방식은 현행 상대평가 방식을 유지하되 절대평가를 영어와 한국사 외에 제2외국어/한문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공정성 논란이 있는 학교생활기록부의 기재분량은 축소되고, 학종전형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자기소개서도 줄이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혔다. 교사추천서는 아예 폐지로 결론지어졌다.

이같은 개편방안은 많은 비판과 공격을 받았다. 특히 수능전형 확대와 상대평가 유지 등에 대한 비판이 거셌다. 길고 지루한 공론화과정의 결론 치고는 허약하다는 비판도 감수해야 했다.

◆ 유은혜 교육부장관 임명 논란

문재인 정부의 첫 두번째 교육부장관이자 사회부총리에 유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0월 2일 정식 임명됐다. 김상곤 전임 부총리는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안을 마련한 끝에 각계로부터 비난의 표적이 됐다.

개편안 마련을 위해 국가교육회의에 ‘하청’ 주는 등 과정은 공연히 시끄럽고 결론은 왜소하다는 비판이었다. 초등학생 방과후 영어 허용여부 등 다른 현안에서도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때문에 보수와 진보 양측으로부터 ‘결정장애’라는 공격과 사퇴요구 목소리가 나왔다.

그러자 문재인 대통령은 김상곤 전임 부총리를 해임하고 유은혜 의원을 새 부총리에 지명했다. 유 부총리는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야당의 공세에 시달린 끝에 청문보고서도 채택되지 않았지만, 문 대통령은 임명을 강행했다.

유 부총리는 취임 1성으로 고등학교 무상교육을 2020년에서 2019년으로 앞당기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2019년 하반기부터 고교 무상교육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