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력향상창의학교 1억 원 예산 투입 후
방과후학교․돌봄교실 개설…학생수 증가
스쿨버스 2회 운영 후 9시 넘어서 등교
“교육적 판단 없이 학생 불리기” 지적도

지방의 소규모 시골학교 학생들이 오전 9시를 넘겨 등교하고 있다. 학교와 동창회의 ‘모교지키기’ 열의로 학생 수가 증가하자 기존 1회 스쿨버스 운영하던 것을 2회로 연장하면서 소형버스 한 대로 타 지역 학생들까지 한 번에 실어 나를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충남 천안 외곽에 위치한 D초등학교는 나름 강점이 많은 시골학교다. 주변 풍광이 아름다고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간직하고 있어 마을에 생기를 주는 공동체로서의 역할을 훌륭하게 하고 있다.

평화롭고 강점 많던 이 학교가 부산해지기 시작한 건 재작년부터. 학생학력고사와 학교평가, 교원평가 바람이 불면서 조용하고 평화롭던 학교가 전국 하위권을 기록한 일제고사 결과 이후 눈치를 보게 됐다.

교과부는 D초에 학력향상창의경영학교라는 이름으로 3년에 걸쳐 1억 원을 투입, 학력향상에 매진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덕분에 모든 방과후학교 프로그램과 돌봄교실이 공부담으로 전환되는 등 학교 살리기 몸부림이 이어졌다.

모교지키기 움직임에 동창회도 팔을 걷어붙였다. 학생들의 등하교를 위해 스쿨버스를 마련, 기사 인건비 등 일체의 비용을 자체 회비로 충당하는 열의를 보였다. 동창회는 지난해 스쿨버스 운영으로 4천여만 원을 쏟아 부었다.

교직원과 동창회의 모교를 향한 열정 덕분이었을까. D초는 지난해 10여명의 학생이 전학 오면서 학생 수가 60명으로 늘었다. 자연히 스쿨버스 운행 횟수도 2회로 연장됐다. 그러나 올해 3월부터 2회로 나눠 학생을 등교시키면서 9시가 넘어서 등교하는 학생들이 생겼다. 일부는 40분 이상 통학차를 타고 등교해야 했고, 아침 자유시간이 허용되지 않는 빠듯한 일정이 주어졌다. 교내 일각에서 초등학생에게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D초 관계자는 “모교를 지키겠다는 동창회와 지역주민들의 열망도 좋지만 냉철한 교육적 판단 없이 학생 수 불리기에만 급급한 오늘날 교육계에 대한 경고”라며 “다양성 시대에 일제고사라는 똑같은 학력 잣대로 아이들을 육성해내는 것이 안타깝다”고 우려를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