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86개 부실대학이 구조조정 벼랑에 섰다. 지난달 23일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이 발표한 ‘2018 대학 기본역량 진단’ (가)결과에 따라 정원감축, 재정지원 제한 등의 조치를 감수해야 할 처지가 된 것이다.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

이번 평가에서 가장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예고된 것은 ‘재정지원 제한 유형Ⅱ’이다. 신경대, 경주대, 부산장신대, 한국국제대, 한려대, 제주국제대 등 일반대 6개와 웅지세무대, 영남외국어대, 동부산대, 광양보건대, 서해대 등 전문대 5개 등 총 11개 대학이 이 부류에 들어갔다.

이들 중 4년제는 2021학년도까지 정원의 35%를, 전문대는 30%를 줄여야 한다. 신입생과 편입생들에 대한 국가장학금과 학자금 대출도 전면 제한된다.

정원 감축 규모가 10~15%인 ‘재정지원 제한 유형Ⅰ’에는 가야대와 금강대, 상지대, 김천대 등 4년제 4곳과 두원공과대, 서울예술대, 서라벌대, 세경대, 고구려대 등 전문대 5곳이 지목됐다. 이들 대학은 정원을 감축(일반대 15%·전문대 10%)해야 하고 재정지원이 일부 제한된다.

신입생과 편입생은 Ⅱ유형 국가장학금을 지원받지 못하며 학자금대출도 50%만 받을 수 있다. 다만 상지대는 2016년 10월 대법원 확정 판결을 고려해 2019~2020년 기존 및 신규 재정지원사업은 제한하되, 국가장학금 및 학자금 대출은 제한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재정지원제한 유형Ⅰ·Ⅱ’는 사실상 퇴출이나 다름없다는 지적이다.

학교법인 원석학원 산하로 각각 재정지원제한 유형Ⅱ와 유형Ⅰ에 지목된 경주대와 서라벌대는 지난해 12월 통합을 결의하고 교육부에 통합을 신청해둔 상태였지만, 구조조정의 서슬을 피하지 못했다.

부산예술대, 백제예술대, 한국골프대 등 일반대 4곳과 영남신학대, 대구예술대, 광신대, 수원가톨릭대 등 27개 전문대는 기본역량 진단에서 제외됐다.

진단 제외는 재학생의 50% 이상이 종교 계열 또는 예체능 계열인 경우 해당 대학의 요청에 따라 결정된다.

이들 대학도 제한을 완전히 피할 수는 없다. 2021학년도까지 정원을 7% 줄여야 되고 일반재정지원 등 각종 재정 지원도 제한된다.

덕성여대와 조선대, 연세대 원주캠퍼스, 수원대, 국립대인 순천대, 동양대, 위덕대, 수원대, 동서대, 극동대 등 4년제 30곳과 명지전문대, 배화여대, 숭의여대, 경인여대 대구공업대, 조선간호대 등 전문대 36곳은 ‘역량강화대학’ 평가를 받았다.

이 가운데 수원대와 목원대, 평택대, 경인여대는 1단계 가결과 발표 때는 ‘예비자율개선대학’이었으나, ‘부정·비리 제재’ 감점을 받아 역량강화대학으로 미끄러졌다. 반면 배재대·우송대·영산대와 한양여대는 자율개선대학으로 올라갔다.

이들 가운데 4년제 대학은 2021학년도까지 정원의 10%를 줄여야 한다. 전문대도 7%를 줄여야 한다. 재정 지원은 산학협력지원사업 등 특수목적재정지원사업 참여가 허용되며 일반재정지원도 구조조정을 조건으로 일부 이뤄진다.

강원도의 경우 도내 16개 대학 가운데 11개 대학이 무더기로 ‘부실대학’ 낙인을 받았다. 이들 대학은 1단계 평가에서 이미 대상에 올라 ‘강원도홀대론’이 나오기도 했다. 때문에 이런 여론에 따라 혹시나 하는 기대가 없지 않았지만, 결과는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이번에 부실대학으로 낙인찍힌 대학 가운데 상당수는 존폐의 기로에 서게 됐다. 당장 다음달 10일 시작되는 대입 수시모집에서 신입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가장학금이나 학자금 대출에 제한을 받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대학별로 후폭풍이 일고 있다. 건양대 정연주 총장과 한국국제대 이우상 총장 등은 이미 자리를 내놓았다. 덕성여대는 “3주기 평가에 대비하기 위해 TF 및 위원회를 구성하고 원인 분석과 대대적인 대학 개혁을 추진하고자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날 발표는 지난 6월 1단계 잠정결과에서 2단계 진단대상으로 분류된 일반대학과 전문대학을 다시 평가해 나온 결과다. 교육부가 이번에 제시한 정원감축 권고 규모는 총 1만명이다.

이번 진단결과에 따른 정원감축 권고와 재정지원제한은 내년부터 2021년까지 3년간 적용된다. 다만 역량강화대학과 재정지원제한대학이 2020년 보완평가에서 정원감축 이행실적 등을 인정받으면 재정지원제한 등이 풀릴 수도 있다.

김상곤 부총리는 “진단 결과를 바탕으로 대학의 공공성과 자율성, 책무성이 더욱 강화되도록 고등교육 정책을 추진해 대학이 대학답게 성장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자료 : 교육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