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속 국가교육회의(의장 신인령)는 지난달 31일 정부서울청사 에서 대학입시제도 개편 공론화 범위를 발표했다. 지난 4월 11일 교육부가 발표한 ‘대학입시제도 국가교육회의 이송안’을 토대로 공청회와 토론회 등을 통해 각계 의견을 수렴한 결과 공론화 대상을 3가지로 추출했다. 나머지는 교육부의 판단에 다시 맡겼다.

이로써 앞으로 공론화위원회가 주관하는 공론화 과정을 거칠 대상과 범위가 분명해졌다. 아울러 교육부의 전문적인 식견에 따라 결정될 사안도 명확해졌다. 이에 따라 앞으로 국가교육회의의 공론화과정은 물론 교육부의 결정내용에 시선이 쏠린다.

공론화 대상

공론화 대상으로는 우선 학생부위주전형과 수능위주전형의 비율이 포함됐다. 객관적인 수능시험을 주된 전형요소로 하는 수능위주전형과 학생부를 주된 전형요소로 하는 학생부위주전형(학생부교과전형, 학생부종합전형) 사이의 비율을 논의하는 것이다. 학생부위주전형과 수능위주전형은 대학입시의 선발방법 가운데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기에 핵심적인 논의사항이라 할 수 있다. 국가교육회의는 두 가지 전형 모두 각각의 장단점을 지니고 있어 특정 선발전형의 비중을 확대하거나 축소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해 왔다고 설명했다.

둘째로 수시 수능최저학력기준의 활용 여부가 대상에 들어갔다. 시험의 변별력 확보, 학생 부담 완화, 전형방법 간 비율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하여 수시 수능최저학력기준의 활용 여부를 논의한다는 것이다. 수시 수능최저학력기준은 학생부위주전형 등에 폭넓게 활용돼 왔다. 특히 수시모집에서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에 대해 수험생 부담 경감을 위해 완화・폐지해야 한다는 주장과 대입전형의 변별력과 공정성 확보를 위해 대학이 합리적으로 설정할 수 있도록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의견 등이 맞서왔다. 이 문제는 선발방법의 비율과 깊이 관련돼 있어 공론화대상에 넣었다고 국가교육회의는 밝혔다.

공론화대상의 마지막 하나는 수능시험 평가방법으로 전과목 절대평가 전환하거나 혹은 현행 상대평가를 유지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이다. 수능 절대평가 전환여부는 지난해 2021학년도 수능 개편논의 과정에서 유예하였던 핵심 사항 가운데 하나이다. 현재도 대입제도 개편 논의의 중심 사항으로 판단했다는 것이 국가교육회의의 설명이다.

교육부 권고사항

교육부가 필수 논의 사항으로 요청하였던 ‘선발 시기의 문제’, 즉 수시모집과 정시모집 통합 여부는 공론화 범위에서 제외됐다. 나아가서 국가교육회의는 대입전형의 안정성을 위해 현행과 같은 분리 체계를 유지하라고 권고했다. 국민제안 열린마당이나 온라인 의견수렴 결과에서도 수시‧정시 통합에 대해 반대의견이 대다수였다고 국가교육회의는 밝혔다.

국가교육회의가 제시한 분리의 이유로는 3가지가 제시됐다. 첫째 수시와 정시가 통합되면 수능과 학생부 등 전형요소를 복합적으로 활용하는 전형이 늘어나 학생 부담만 커지고, 대입전형은 더욱 복잡해질 우려가 크다.

둘째 전형 기간 축소로 학생부종합전형 평가가 부실해지고 공정성과 신뢰성이 저하될 우려도 있다. 셋째 전체 대학 및 전문대학의 전형 방법 및 일정 조정, 수험생 응시횟수 조정을 유발하고, 그 과정에서 대학 및 전문대학 간 갈등 또는 혼선으로 대입전형의 안정성이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

국가교육회의는 학생부종합전형의 공정성과 신뢰성 제고를 위한 교육부의 적극적인 조치도 권고했다. 현행 학생부종합전형은 긍정적 평가와 부정적 평가가 함께 제기되고 있으며,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불공정성과 불투명성 등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공론화 범위 제외 사항

국가교육회의는 이 밖의 사항에 대해서는 기술적‧전문적 성격이 강한 점 등을 고려하여 공론화 범위에서 제외했다. 교육부가 논의하여 결정하라는 주문이다.

교육부의 결정에 맡겨진 사항은 첫째 학생부종합전형 공정성과 대학의 선발 투명성 제고를 위한 전형서류 개선 문제이다. 다시 말해 자기소개서 및 교사추천서를 폐지 여부에 대한 검토주문이다.

자기소개서 및 교사추천서 폐지 문제는 고등학교의 작성 현황 및 대학별 활용 현황을 파악하고 입학사정관 등 대학 관계자, 교원, 학생・학부모 등의 여러 의견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할 사항이다. 자기소개서의 경우 학생이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또하나의 기회이고 대학에는 판단의 여지를 줄 수 있기에 폐지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도 상당히 제기되고 있다. 그러므로 교육부의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이 국가교육회의의 입장이다.

둘째 수능과목 구조도 교육부가 심도 있게 검토할 사항이다. 과목 간 다양한 조합이 가능하며 2015 개정 교육과정과의 연계성이나 과목별 특성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통합사회 및 통합과학 과목을 수능시험 과목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기하기도 했다고 국가교육회의는 소개했다. 이들 사안에 대해서는 국민 의견수렴 결과를 고려해 면밀하게 검토해 달라고 국가교육회의는 당부했다.

수능과목 구조도 검토필요

이밖에 지필고사 축소 또는 폐지, 면접・구술고사의 개선, 수능시험의 EBS 연계율 개선 등도 교육부의 손으로 넘어갔다. 대입전형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거나 국민의견 제안이 적었기 때문이다. 이들 사안에 대해서도 찬성과 의견은 팽팽한 편이다. 이를테면 면접 구술고사에 대해 사교육비와 학업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의견과 대학이 원하는 인재상과 전공적합성을 알아보기 위한 시험이기에 대학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의견이 동시에 제기됐다.

수능시험의 EBS 연계율도 일부 교원단체는 암기식 교육을 조장한다는 이유로 연계를 폐지하라는 의견을 제출한 반면 시험부담을 경감시킨다는 학부모의 의견도 아울러 제시됐다.

이번에 공론화 범위에 포함된 사항은 앞으로 공론화위원회 주관으로 이해관계자 및 전문가가 참여하는 시나리오 워크숍을 통해 구체화된다. 이어 공론화 의제를 중심으로 권역별 토론회, TV 토론회, 시민참여형 조사를 거쳐 결과가 도출된다.

대입제도개편특별위원회는 공론화 결과를 바탕으로 대입제도 개편 권고안을 마련한다. 이는 다시 국가교육회의 논의를 거쳐 확정된다. 아직 몇 단계의 절차가 남아 있는 셈이다.

한편 교육부는 학생부종합전형 투명성 강화 방안 등 국가교육회의가 공론화 범위에서 제외한 대학 입시제도 개편 세부사항을 8월 말까지 확정할 계획이다.

교육부는 교육평가 전문가,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및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추천 연구자 등과 협력해 간담회와 설문조사, 대입정책포럼 등을 통해 의견수렴과 전문적 검토를 병행할 계획이다. 세부사항을 개편할 경우의 장단점에 대한 연구용역도 발주할 예정이다.

교육부는 이와 함께 “국가교육회의의 공론화범위 및 권고사항 등에 대한 결정을 존중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