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교육청이 ‘학교장 아카데미’(가칭)를 추진할 움직임을 보이자 일선 학교의 교장․교감 등 교원들이 반대 서명운동을 벌이는 등 강력 반발하고 있다. 기존 교장 교감이 기울여온 교육적 노력을 전면부정하고 좌편향된 정치, 이념화된 학교장을 양성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경기도교육청은 지난달 24일 교육부 특교 연구로 선정된 공모제 확대 준비 정책차원에서 학교장 양성 아카데미 공청회를 개최하고 학교장 아카데미 추진안을 제시했다.

이날 발표된 방안에 따르면 학교장 양성 아카데미는 경력 20년 이상의 교원이 2년동안 400시간의 학교장 양성아카데미를 수료하면 교장선발에 응모할 수 있게 된다. 온라인 현장평가(동료교원 등 평판도 조사), 심층면접 등을 통해 아카데미 입소자를 선발하고 2년 동안 400시간 이상 비전, 학교문화, 교육네트워크 등 6가지 주제를 이수하면 교장공모 지원 자격이 주어진다는 것이다. 경기도교육청은 이런 반안을 정부의 국정과제 가운데 하나인 교장공모제 확대와 연동시켜 제안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학교장 아카데미 양성 연구책임자인 김영인 경기도교육원 정책기획부장은 “교사 교감 교장으로 이어지는 승진체계는 배제와 소외의 구조를 고착화해 연대와 상생, 협력이 작동해야 하는 학교교육환경에 맞지 않는다”라며 학교장 아카데미 신설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그러나 이날 공청회에 참석한 현직 교원들 특히 교감들은 경기도의 계획에 대해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현행 임명제에 의한 교장 승진제도를 입신양명의 과정으로 교육적 성취의 의미를 축소왜곡하고 많은 교사의 명예를 훼손하는 방안이라는 것이다.

A 교감은 “대부분은 나이든 교사 1명 내보내면 젊은 교사 둘을 쓸 수 있다는 경제 논리를 내세워 교육 현장을 황폐하게 만들던 시절이 생각난다”며 “도대체 교장이 학급 반장 뽑는 것인가? 교육수장들이 그렇게 학교교장선발을 가볍게 생각하는데 경기 교육이 똑바로 이루어 질 수 있겠는가?”라며 비판했다.

B 교감은 “승진제도라는 제도가 엄연히 존재하는데 이상한 제도를 들여와 꼼수를 부리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꼼수제도로 교장이 된 사람이 규정에 따라 교장이 된 사람보다 유능하다는 설정부터가 잘못된 꼼수다. 조용히 현장에서 교육에 열심인 사람들을 들쑤시지 말고 현장지원을 어떻게 해야 경기교육이 바르게 나갈 것인가부터 고민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경기지역 초․중․고 학교장 교감 20여 명은 ‘학교장 양성 아카데미 반대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지난달부터 ‘학교장 양성 아카데미’ 폐기를 서명운동에 들어갔다.

이달주 추진위원장(태안초 교장)은 “경기도교육청은 교장임용 인사정책을 기존의 대통령 임명에서 교육감이 권한 위임을 받아 ‘학교장 양성 아카데미’라는 해괴망측한 인사정책을 통해 그들의 입맛에 맞는 정치, 이념화된 학교장을 양성하려 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신성한 교육이 정치, 이념화되어 결국 경기교육은 곧 이념교육의장으로 변질될 수 있는 위기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학교장 양성아카데미’ 방안은 불법적인 학교최고경영자 선발제도이고 기존 교장교감의 사기를 떨어뜨린다며 즉각 사과하고 폐기하라고 경기도교육청에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