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경 기자]  전남 신안에서 발생한 20대 여교사 유린 사건 후폭풍이 거세다. 교사들은 이번 일로 또 한 번 교권이 무너졌다며 한숨을 내쉬고 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교사들의 도서벽지 근무 기피현상은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지난6일 여교사에 대한 도서벽지 학교 신규발령을 자제를 요청하는 등 ‘도서벽지 교사 안전대책’을 마련하겠다며 진화에 나섰다. 교육당국의 대처에 학교 현장 교사들은 하나같이 ‘현실을 모르는 소리’라고 입을 모았다.

교육공무원 승진규정 및 도서벽지교육진흥법에도 ‘농산어촌에 있는 교육기관과 교육행정기관에 근무한 경력이 있으면 선택 가산점을 받을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

교육부 관계자에 따르면 “도서벽지에 근무하는 교사들은 승진가산점을 받고자 임용된 경력 교사들이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하며, "여교사의 신규 발령은 지양하는 쪽으로 인사시스템을 정리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 이 같은 조처에 교총은 “교육당국의 땜질식 조치는 오히려 교원들의 사기를 저하시키는 역효과를 초래한다”고 비판했다.

교총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도서벽지 교사 수당은 통상 월별 최소 3만 원에서 최대 6만 원에 불과하며, 가산점 역시 월별 0.06~0.16점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에 교총은 낙후지역의 교원 근무 환경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교총 관계자에 따르면 “교원 평가에서 해당 가산점이 큰 것은 맞지만, 사실 교장 평가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가산점을 노리고 도서 벽지로 간다는 것은 터무니 없는 소리"라고 일갈했다.

이 내용을 종합해보면 도서벽지 전보기준을 비롯해 수당 등 대부분의 관리를 시‧도 교육청에 일임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뿐만 아니라 전남도교육청은 지난 2011년부터 초등 신규 교원 임용고시를 볼 때 아예 섬 근무직을 따로 채용했다. 기본적으로 갖춰져야 하는 섬지역 근무 환경 개선 등 근본적 해결책 마련은 뒷전인 채, 도서지역 교사 인력 확보에만 관심을 기울인 결과 이런 불상사가 발생한 것이다.

그럼에도 이번 사건이 발생하자 정부는 가장 먼저 '여교사에 대한 섬지역 학교 신규발령 자제' 방침을 내놓았다. 사건이 터질 때마다 땜질식 처방이라고 비판이 나오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현장 교사들은 사건이 터지고 난 뒤 그제서야 시‧도 별 도서 벽지 지역의 관사 안전관리 실태를 전수 조사한다는 교육부의 발표에도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도서 벽지 교사의 애로사항이나 관사에 대해 전수조사 한 적은 이때까지 단 한 번도 없었다"며 "전체적으로 조사를 하기엔 물리적으로 어려움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교육 당국이 어떤 방식으로 문제를 개선하고 체계적인 대책을 마련할지 관심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