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재훈 기자] "말은 많이 하는데 알맹이가 없고, 일은 열심히 하는데 되는게 없다” 교육감 당선 6개월을 넘긴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에 대한 진보 진영의 평가다.

전교조등 진보 세력의 전폭적인 지지속에 서울교육 수장에 올랐지만 불과 반 년만에 그에 대한 평가는 하락세로 돌아섰다. “교직사회를 동력화 할 아이템도 없고 서울교육을 이끌어갈 의제 설정도 못한채 교육부에 끌려만 다녔다.”

익명을 요구한 전교조 관계자는 “ 자신이 추구하는 교육정책을 실현하기 위한 치밀한 전략도 부족하고 뭘 하겠다는 명확한 의지도 안보여 답답할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대외적으로 할 말은 하는 결기가 부족하다 보니 누리과정 예산이나 자사고 지정취소, 평교사 장학관 임용등과 같은 정책에서 잇달아 밀리는 모습을 보여줬다”고 아쉬워 했다.



서울교육청 직원들의 평가도 별반 다르지 않다. 한 장학관은 “분명한 정책 방향이 제시돼야 하는데 기존에 있던 것들 추스르는데 시간을 보내다 보니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같기도 교육청’이 돼 버렸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조 교육감의 지난 6개월은 자사고 부터 유치원 까지 어느 것 하나 시원스레 매듭지어진 것이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취임 초 총력을 기울였던 자사고 '전투'는 조 교육감이 참패한 분위기다. 올해 심사 대상 14개 학교 중 6개 학교를 지정취소 했지만 판단은 대법원으로 넘어갔고 나머지 8개 학교는 면죄부를 받았다.
 
내년에 심사를 받는 학교들은 교육부 동의를 받아야 하는 실정이어서 조교육감 사정권을 벗어나 버렸다.

어설프게 건드린 바람에 국제중 마저 손을 댈 수 없는 지경이 됐다. 자사고 폐지를 목표로 했던 진보진영은 초라한 성적표에 부글 부글 끓는다.

자사고 대응 카드로 내건 일반고 전성시대는 말의 성찬으로 그칠 가능성이 높다.

일선 현장에서 만난 한 고등학교 교감은 “학교운영비 5천 만원 더 준다는 것 외에 구체적인 내용이 없어 일반고가 달라 질 것으로 기대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핵심 선거 공약인 혁신학교 활성화 정책은 올해 목표치인 55개교에 미달하는 44개교만 선정됐다. 임기동안 혁신학교를 200곳으로 늘리겠다는 교육감의 계획은 차질이 불가피해 졌다.

무엇보다 학생과 학부모의 찬성에도 불구, 교사들의 반대로 혁신학교 신청을 하지 못한 학교들이 많아 새로운 과제를 떠안게 됐다.

정책적 배려가 가장 시급한 특성화고와 중학교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대책도 없다.

전기고 신입생 모집을 앞두고 급조한 ‘고졸 성공시대’ 정책을 발표지만 그나마 고졸 실기교사 2~3명 채용이 고작이다. 정작 고졸 취업자들이 사회에서 받는 부당한 대우에 대해서는 한마디 언급도 없었다.

유치원은 중복지원 제한과 수업 시간 단축이란 황당한 정책으로 대 혼란을 불렀다. 학부모들은 고통에 시달렸지만 수업시간을 최대 3시간으로 줄인 유치원은 쾌재를 불렀다.

일각에서는 이를 올해 조교육감 최대의 실책으로 꼽는다. 반면 유치원을 확실한 우군으로 만들었다는 평가도 있다. 정치적 셈법으로 보면 ‘앞으로 밑지고 뒤로 남는’ 장사를 했다는 것이다.

마지막 남은 카드는 초등학교 9시 등교. 조 교육감은 9시 등교에 내심 상당한 기대와 부담을 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성공하면 그나마 올해 한 건 한 셈이 된다. 문제는 학생들 여론이 좋지 않다는 점이다. 일선 교원들도 눈치만 보는 분위기다.

당초 학생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기대했던 계산과 달리 돌아가자 교육청이 분주해졌다.

엊그제 11개 교육청 초등과장들이 교육청이 불려가 9시 등교에 대한 강한 메시지를 받았다. 다음날에서는 서울시내 초등학교 간사 교장들이 모임을 갖고 9시 등교 실천 방안을 논의 했다.

한 장학관은 “시교육청이 중고등학교는 포기하고 초등학교에 올인 하는 인상을 받았다”며 “교육감은 학교 자율을 말했지만 실무진 생각은 다른 것 같았다”고 귀띔했다.

소통을 강조하는 조교육감이지만 내부에서는 불통 이미지가 강하다. 대표적인게 ‘전략기획회의’ 와 ‘실국장회의’다.

전략기획회의는 조 교육감 측근들로 구성된 비공식조직이다. 전교조 출신 인사를 비롯 교육감 선거를 함께 치렀던 외부 인사들이 주축이다. 이들은 수시로 모임을 갖고 중요 정책들을 결정했다.
 
조 교육감 측근 인사는 “교육감 취임 초기 몇 번 운영했지만 최근에서는 모인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반면 교육감과 부교육감, 기조실장과 교육정책국장, 평생교육국장, 교육행정국장, 감사관  등이 참석하는 실국장회의는 일주일에 한차례 정도 열리는게 고작이다. 그나마 지난주에는 교육감이 한 차례도 참석하지 않았다고 한다.

실국장회의는 서울교육정책의 방향을 결정하고 주요 현안을 검토하는 최고위급 논의 기구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고위 공무원들 조차 신문을 보고 정책 발표 사실을 아는 경우 까지 발생하고 있다.

조 교육감과 가까운 한 인사는 “올해 보다 내년이 더 문제다. 조직을 장악하고 내년 1년을 관통하는 핵심 의제를 설정하지 못한다면 올해와 같은 혼선이 계속 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전교조 집행부가 강성으로 구성되면서 보수와 진보의 절충형 리더십을 보여온 조 교육감이 상당한 압박에 시달릴 것”으로 전망했다.

또 “교육감 선거 당시 허위사실 유포 혐의에 대한 재판도 내년부터 본격화돼 조 교육감으로서는 행보가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게 됐다”고 말했다.